리뷰) 새 인생 영화: 에에올

사과맛요플레 작성일 23.07.20 18:00:13 수정일 23.07.20 1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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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참 기발하지 않을 수 없다.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모든 것이, 모든 곳에 한꺼번에…라니

 

이미 2022년에 나온 영화이고

이미 주요 시상식에서 165관왕이라는 신기록을 쓴 영화임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평단의 사랑을 받은 영화는 대체로 

복잡하고 어렵고 난해하며 은유적으로 거대한 메세지만 던지고 또 심지어 지루하기 까지한 경향이 있다.

 

아마도 이런 부분 때문에 역설적으로 이 영화를 적극적으로 찾아 보게 만들 원동력을 상실했었고

개봉 당시엔 영화관에 갈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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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상식에서 상타려고 만든 영화라는 소리를 들은 노예12년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하 에에올)은

복잡하다, 그리고 너무나 많은 접근으로 해석할 여지가 많은 영화이고

각종 은유적 표현도 난무한다.

하지만 재미있고 유쾌하고 속칭 “예술성 높은” 영화들이 보여주는 “고의적인 불친절함”도 없다.

 

 

 

 

(지금부터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입니다.)

 

 

 

 

 

 

 

 

 

이 작품은 분명 멀티버스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멀티버스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도구이자 소재일 뿐 사실상 현 인간의 “인터넷 세상”을 묘사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당연히 인터넷은 무한의 다중우주와 비교조차 안되는 유한성을 갖고 있지만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에겐 “무한한 정보의 바다” 라고 비유가 될 만큼 방대하고

이러한 정보의 집합체는 이전의 인간들은 전혀 겪지 못해본 새로운 경험인 만큼 직관적으로는 “무한”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무엇임은 자명하다 생각된다.

 

 

멀티버스, 다중 우주, 무한이라는 아이디어가 열리는 순간

한 개인의 “나”의 가능성 역시 무한대로 증폭된다.

 

아에 존재하지 않을 나는 무의미하니 논외로 하더라도

존재하는 나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부터,

제대로 무엇인가 해본게 아무것도 없이 길바닥을 전전하는 쓰레기 같은 나부터

어느 분야에서든 정점에 서 있는 나

이런 최저부터 최고까지의 가능성이 있는 내가 무한한 가능성으로 존재한다고 하면

처음 듣기엔 흥미롭겠지만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허무” 이다.

 

결국 세상만사 사람이 사는 세상 다 거기서 거기이고

세상 누구나 부러워할 성공을 한 내 자신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 정도로 힘들게 사는 내 자신이나

결국은 행복한 것은 잠깐이고 그 잠깐을 위해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면

누구나 허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영화는 이 “허무”를 대하는 분명 다른 두가지 입장을 제시한다.

 

냉소적인, 파괴적 허무;

어짜피 인간은 이 한 우주에서만 봐도 티끌보다 못한 존재인데

무한이라는 개념하에 한 인간은 존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로 하찮은 존재가 된다.

이런 하찮은 존재인 내가 무엇하러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 밖을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절망적이고 파괴적인 허무를 상징하는 것의 이름이 “Everything” 즉, "모든 것" 이고

이는 코메디적인 요소로 베이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 이 베이글은 숫자0, Zero를 뜻하고 있다.

 

‘모든 것이 다 있으니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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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베이글이 타버렸어…이젠 끝났어..

 

 

그리고 영화에서 이 허무주의 화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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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다 타게 되어 있다고오오~

 

다크나이트의 조커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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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앤더슨, 왜 무의미하게 자꾸 일어서는거죠?

 

매트릭스의 스미스 요원이던가..

 

 

많이 봐왔지만 에에올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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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투바키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극중에 에블린의 딸 조이가 흑화해서된 인물로

흑화한 상태에서 등장할때 복장들이 하나같이 정신나간 복장들을 하고 있는데

이는 표면적으로 멀티버스에서 모든 곳을 다 경험해보니 뭐 평범한 옷을 입는거 자체가 싫어졌다고 보여질 수도 있지만

조부 투바키의 이 패션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있는데

이는 인터넷의 속칭 “밈(meme)”을 상징한다.

 

 

감독 오피셜로 

두 감독은 인터넷에 짧은 단편 영화를 연출한 경험으로 감독 데뷔를 한 감독들인데

그들은 우리말로하면 “엽기"스러운고 웃긴 영상을 주로 제작했었고

그런 영상들은 결국 별 의미도 없고 생산적이지도 않은 허무주의적 코메디였고

자신들의 특기인 이 허무주의 개그에 무언인가 그래도 생산적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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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반대 입장이 바로

희망적인, 낙관적인 허무이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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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블린 (양자경 역)의 이마에 붙이는 구글리 아이 (인형 눈알)로 표현되어 있다.

베이글과 마찬가지로 원의 형태이고 어쩔때는 0, Zero의 형태를 띌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 무한이라는 허무에 의미를 부여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시선, 즉 관점” 이라는 것이다.

 

 

극중 멀티버스로 의식을 이동시키는 멀티버스 점프를 할때도 한가지 의식만 발현이 가능하고

심지어 모든 것을 다 깨닫고 모든 것이 모든곳에 동시에 있는 상태가 되었어도

모든걸 보고 느끼지만 그 무엇에도 의미있게 존재하지 못하는 흑화된 에블린이

 

그 모든 것을 잡음 취급하고 자신의 세계의 지금에 온전히 집중을 했을때 행복한 상태가 되었듯이

그 무한한 세상에 지금 나와 다른 무한한 내가 있기에 지금 이순간의 내가 소중한 것이라는

어찌보면 그동안 많은 작품들의 주제였던

 

“매 순간을 소중히하라” 라는 메세지를 아주 세련된 방법으로 풀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감독 특유의 개그 코드도 재미있는 요소중 하나인데,

설정상 멀티버스간 점프를 하려면 현 상황에서 가장 하지 않을 법한 행동, 즉 개연성이 가장 없는 행동을 해야

점프가 성공적으로 된다는,

현재 있는 세계에서 특이점을 만들어야 점프가 가능하다는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개그 장면들은

다소 심각한 극중 상황을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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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코로 들이시는 기행정도는 해야 점프가 가능하다니까요오오옷

 

 

 

그 외에도 가족 드라마,

세대간 갈등,

사랑

등등

 

여러가지 관점으로 접근해서 해석할 여지가 너무나도 많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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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버스의 중첩을 시각적 표현도 매우 창의적이고 멋지다.

 

 

 

 

 

 

9/10점

간만에 영화가 끝나자마자 n차 시청할 것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대작을 만났다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발생한 수해만 보더라도

사람 목숨이 순식간에 꺼지는 것을 목격하면 참 허무하기 그지없다.

우리는 당장 내일 아침에 눈을 뜨지 않을 수도 있고 걷다가 차가 와서 들이받아 죽을 수도 있는

그저 허무함의 바다에서 허우적 거리면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극중 남편 웨이몬드의 말 처럼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으면 최소한 내 주위에 모든 것을 친절하게 대하며 살자고요!"

가 가장 현명한 방법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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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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