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라다고 생각한 적 없다.
약간은 똑똑하다고 여기는데
나이를 먹어 가면서 약간은 모자란 게 아닐까?
스스로도 꺄우뚱~!!
고 1 때
한치 건너 친구가 기타를 메고 와서 가스펠을 멋지게 불렀다. 구경하던 둘이서 뻑간거지..
아마 기타가 치고 싶었던 게 뭔가를 해보고 싶었던 최초로 기억된다.
기타는 여덟 살 위 형이 곧 얻어다 주었다.
교본을 한 권 사고 연습을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네?
뭉그적 끼고 몇 달을 대충 보낸 것 같다.
나보다 한참 늦게 시작한 친구는 이미 연주가 가능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결국 연습을 많이 했고, 친구보다 조금은 더 잘 치게 됐을 때 묘한 승부욕을 느꼈다.
처음으로 내가 더디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에피소드이다.
그것보다 꾸준함의 힘을 알게 된 게 크지.
가만 그러고 보니 군 생활 적응도 더뎌서 문제가 많았잖아..
결론은 내부적으로 처리가 되었지만 탈영을 하기까지 했으니..
자살할 용기가 부족해서 넘은 담은. 다시 잡혀와서 군생활의 전환점이 되었다.
전역할 때 중대장은... "넌 사회 나가서 잘 살 거다."라고 했는데
스스로도 멋지게 마무리한 것을 찍어주는 대사로 남아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즐기진 않을 거라 본다.
새로운 상황을 만났을 때 때론 잘 적응하기도 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았다.
업무능력도 어느 회사에서는 이쁨 받고 어떤 곳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아마도 궁합이 맞고 안맞고가 있었겠으나
어쩌면 더딤 작동이 원인인듯 하다.
운동도 그렇다.
생전 안 하던 운동을 하는데 쭉쭉 기량이 향상될 리 없다.
마라톤 동호 카페에 가입하고 눈팅을 하는데 다들 너무 고수만 있는 거야.
어제는 새로 시작하는 예쁜 후배도 "여기는 마라톤에 미친 사람들만 있는 거 같아요"라고 하는데
딱 내 마음이 그랬던 거지.
나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이 왜 이렇게 다들 잘 뛰는지.. 그리고 여자들도 그렇고..
어쩐지 모르게 석이 많이 죽어서 시작을 했다.
많이 더딘 데다가 잦은 부상은 더욱 느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냥 꾸준히 이 곳에 남아있다 보니 어느덧..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봤을 때 높은 고수 반열에 위치해 있어졌다.
물론 내가 스스로 그렇게 여기는 것은 아니고..
이 외에도 더딤의 흔적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살면서 남들보다 빠른 적 없었지만 글을 쓰다 보니
<더딘 게 꼭 모자란 건 아니구나>라는 결론으로 향한다.
또 어떤일로 더 지지부진 하게 될지 난 모른다.
그냥 뭐든 하고 싶은 곳에서 놀다 보면...
재미있어지면
그 분야에서 잘 하는 사람 수준은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