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공 첫글 신고합니다.
무서웠던 경험 한가지를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13년전이 되네요 벌써..
저는 지방대에 다니고 있었기에.. 친구들과 함께 자취방을 얻어 생활했습니다.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전공 과제가 마무리 안되 학교에서 2주간 더 머물러야 했기에..
방학을 맞아 인적이 드문 자취촌에서 우리방 식구들(3명)과 몇 명의 학생들만 생활하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 당시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된 시기가 아니었고.. 온라인게임도 없었기에 친구들끼리 할일이 없으면
포카나 고스톱을 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날도 과에서 과제 작업하다가 늦은 시간에 자취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친구는 서울에 일이 있다며 서울로 돌아가고..
저와 제 친구만 자취방에서 TV보며 잘 준비하다가 화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친구와 저는 화투를 꺼네 맞고를 쳤습니다.
30점 50점.. 엄청난 점수가 자꾸 터지는 맞고는 긴장감이 없죠..
저는 한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맞고 말고 3명이서 고스톱을 치는데.. 사람이 2명이니까 한명을 가상으로 만들어두고 서로 번갈아가며 그 가상의 멤버의 패를 뒤집으며 게임을 하기로..
암튼 그렇게 해서 2+1의 고스톱이 시작되었습니다.
맞고보다는 훨씬 재미있더군요. 점수도 덜 나고.. 그렇게 3판정도를 진행했습니다.
어이없게도 가상의 친구가 났네요. 피 3점으로..
아 우리는 이렇게 운이 없는 놈들이었던가.. 하며 다음판을 진행했습니다.
가상의 친구가 또 났습니다. 피 3점으로..
재미도 있고 오기도 생기더군요...
우리는 그 가상의 친구에게 대단하다며 '또 나봐 또 나봐~' 하면서 의도적으로 가상의 친구를 견제했습니다.
... 이번판은 홍단으로 났습니다.
순간 친구와 저는 뭔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었습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혹시 누가 있는거라면.. 이번엔 청단으로 나봐'
새 판이 시작되고 몇바퀴 돌기도 전에 가상의 친구는 깔끔하게 청단으로 났습니다.
네판을 내리 내준 우리는 '우연치고는 존나게 오싹하다..' 라는 생각으로..
고도리로 나보라고 한 후 다음판을 시작했습니다.
그 친구와 저는 서로의 패를 공유해서 보며 고도리를 차단하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첫 랠리에 새 2마리를 가져간 가상의 친구는 두번째 랠리에서 8자(기러기)를 내고 8광을 쪽으로 가져갔습니다.
친구와 저는 정말 하얗게 사색이 되서..
아무말 없이 화투를 정리해 구석에 던져놓고 온 방의 불을 켜놓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한 여름 에어콘도 선풍기도 없는 방이었지만 창문조차 열수 없을 만큼 한기가 느껴졌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났습니다. 친구가 혼자 게임을 하고 있더군요..
친구는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합니다.
잠들라고 할 때 가위눌려서 잘 수가 없었답니다. 저희 방이 3층이었는데 새벽에 1층부터 3층까지 온 방의 문을 두드리며 다니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방문 앞에서는 두드리고 긁고 아주 난리였답니다.
자취방을 나서는 길에 건물 주인아줌마를 만났습니다.
우리 건물 2층에 있는 공대생 4명이 차끌고 나갔다가 사고가 크게나서 1명이 죽고 3명이 크게 다쳤다네요....
설마 그 1명이 와서 우리와 같이 놀았던건 아니겠죠?
그 이후에 친구들한테 이 이야기 들려줬었는데.. 아주 재밌다며 그 가상의 친구한테 타짜귀신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습니다.
진짜 글로 읽으면 재밌을지 몰라도.. 직접 겪을때는 정말 말이 안나왔고.. 너무 추웠습니다.
첫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