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

몸짱되면쏜다 작성일 12.08.06 14: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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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글겟은 그냥 눈팅만 하는데 스마트폰으로 글 읽다가 엄마 보여줬더니 


나 어렸을때 얘기해주면서 너도 비슷한 거 있었다고 한번 써보라해서 씁니다.


지금부터 편의상 반말과 음슴체로 하겠음 ㅇㅇ.





우리집은 손이 귀한 집안임. 특히 사내자식이 별로 없음. 큰집도 그랬고 우리집도 그러함.


큰집의 사촌동생은 위로 누나가 4명이나 있음. 나는 3명. 그만큼 사내자식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자람.


 아무튼 우리 엄마 아빠가 결혼하고 첫째 딸(우리 큰누나임)을 가졌을때는 괜찮았는데 두번째 딸(작은누나)를 낳았을때는 


친할머니가 눈치를 많이 줬다고 함. 그래서 외할머니랑 친할머니랑 사이가 안좋았다고 했어.


그리고 세번째 딸(막내누나)를 낳았을때는 엄마가 하도 괴로워서 가출을 하고 싶을 정도였대.


아무튼 그만큼 사이가 안좋았어. 고부갈등이 다 그랬지 하면서 엄마는 추억으로 되새김


엄마는 그렇게 시집살이를 눈치밥으로 하셨대. 그때 외할머니가 그러셨대.


'아들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너도 이집에서 편하고 네 세딸도 편할기다'


엄마는 한번더 임신을 했는데 낳기전에 서울로 갔어. 그때 마침 출산전에 남녀성을 구분할 수 있는 기술이 막 활성화되고 있어서 검사받으러 갔대.


근데 또 딸인거야.


엄마는 4번째 딸(미안 누나.ㅠㅠ)을 낙태했다고 했음.(나 이 얘기 첨에 들었을때 진짜 충격먹었다. 그때가 21살때였나. 엄마는 나도 이제 알아야 하신다며.ㅠㅠ)


엄마는 진짜 다 포기하고 싶었대. 


그러다가 또 다시 원치않게 임신을 했는데 그게 나였던거야. 이때가 우리엄마가 38살때였음.(그 당시로선 상당한 노산이고 


늦둥이였죠. 나랑 큰누나랑 9살 차이. 막내누나랑 5살 차이남)


잠깐 썰을 풀자면, 나는 이때 엄마한테 물었음. 가족계획같은거 세우지 않으셨냐고 했더니


그때는 하도 옛날이라 가족계획 이런게 없었대 피임같은것도 잘 몰랐고.생기면 낳는게 당연한 일이었대.


아무튼 우리 집안에 아주 큰 경사가 생긴거지. 내가 태어난거야.


특히 우리 친할머니가 나를 그렇게도 이뻐하셨어. 맨날 나를 업고 동네 여기저기 다니시면서 우리 손주라며


자랑을 하고 다니셨나봐. 암튼 내가 그정도였음 ㅋ


그런데 내가 첫돌을 지나기전 일이 터졌음.


갑자기 친할머니가 알 수 없는 열병에 누워 버리셨어. 그때 아버지 직업이 택시기사였는데 전국을 다니며 좋다는 약은 다 써보고


큰병원도 모시고가고 그랬는데도 차도가 보이질 않더래.


그때 우연히 친할아버지가 평고 알고 계시던 스님께서 보시더니. 


안사람(친할머니)께서 손주에게 기운을 뺏기고 있는거니까 빨리 절로 데려오라 하셨어.


내가 친할머니의 기운을 다 뺏고 있대...ㄷㄷㄷ 그래서 병이 난대.


그렇게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는 같이 산속으로 수행을 가셨어.


이때 우리엄마는 시집살이가 끝났고 아버지의 더부살이가 시작된거지.ㅋ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2년의 절생활을 마치고 돌아올때쯤 할머니한테 치매가 왔어.


집에 오자마자 치매가 온거지. 할아버지는 한숨만 푹푹 쉬셨대. 차라리 절에 있을것을....맨날 이 소리만 하셨대


집에 오고 1년쯤 지났을때 할머니의 치매가 더 심해지셨어. 


집에 오는 길도 까먹고 며느리 얼굴도 까먹고


기억하는것은 손주손녀들 밖에 기억을 못하셨대


그렇게 있다가 갑자기 일이 터진거야.


나를 그렇게도 이뻐하던 할머니가 나한테 갑자기 욕을 해대고 흙도 뿌리고 마시던 물도 막 뿌리고 밀치고 그랬대


우리 엄마는 너무 놀래서 할머니를 막 붙잡고 떼어내려고 하고


우리 누나들도 놀래서 엉엉 울고 아무튼 난장판이었대.


그렇게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시다가 절에 내려온지 3년이 좀 넘었을때 돌아가셨어. 할아버지는 그 다음해에 돌아가시고


내가 다섯살인가 여섯살인가 되던해에 엄마가 내 사주를 보러 점집에 갔는데


무당이 내 사주를 보더니 우살이 있대. 우살은 부모를 등처먹는 살인데 부모가 죽지 않는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 살이라면서


빨리 나좀 봐야겠다고 겁을 주더래


엄마는 무당을 데려와 나를 보이더니


이상하다 이상하다... 요리조리 보더니 자꾸 고개만 갸우뚱 거리더래.


그래서 왜그러냐 그랬더니 우살은 사주에서 태어나자마자 생기는게 아니라 귀신이 붙어서 생기는 살이라고.


그래서 귀신을 떼어내면 되는데 이 얼라한테는 벌써 떨어져 나간거 같다고.


혹시 굿했엇냐고 물어봤대


그래서 엄마는 그런거 안했다고 했대.


무당은 이상하다 이상하다 하면서 마당에 흙은 한줌 줍더니 나한테 확 뿌리더래.


엄마는 기겁해서 아니 무당이 미쳤나 남의 귀한 자식한테 뭔짓이냐고 성질을 버럭내는데


무당이 혹시 남아있는 귀신 있나 볼라고 뿌린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렸고


잠자코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혹시 그거 아니가. 어매 (경상도 사투리)가 살아계셨을때


금동이(내 아기때이름)한테 흙뿌리고 막 난리쳤다 아이가.


엄마가 갑자기 아맞네 그런적 있다. 생각난다 


하고 무당한테 그 얘기를 해줬더니.


무당이 허참 자네는 시어머니한테 큰 빚하나 지셨네. 손이 귀한 집안이라며.


시어머니가 손주 살리고 시어머니도 살렸네.


시어머니가 귀신 안쫓았으면 우살때문에 자네는 일찍 죽고 손주는 커서 패가망신 했을걸세


돌아오는 기일에 상차림이나 잘하시게


하면서 돌아갔대.


엄마는 이 얘기를 해주시면서


그때만 생각하면 시어머니가 밉고 또 미웠지만 지금은 너무 보고싶고 그립대.


그래서 우리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아주 크게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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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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