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 나는 경기도지사 김문수다.
소방관 : 그래서 용건이 뭔데요?
김문수 : 도시자라고
소방관 : 그래서요
x8
김문수 : 너 전보 ㅗㅗ
이 과정은 다소 코믹하고, 김문수가 혼자 도지사부심 돋아서 소방관에게 해꼬지를 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다시 한번 살펴보자.
김문수는 분명 암환자 이송과정이 궁금해 전화했다고 했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나는 도지사다" 타령일까?
응답규정상 응답자는 자기 관등성명을 밝히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응답자가 관등성명이 없자 김문수는 상대방의 관등성명을 유도하기 위해 자기 관등성명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상대방은 전혀 그 "힌트"를 잡아내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김문수가 쓴 이 "힌트 주기"는 언어학자 피셔와 오라사누가 분석한 6가지 어법 중 6번째로 효과적인 방법,
즉 가장 쓸모없는 방법이다.
(명령-의무적 진술-권유-질문하기-참고사항 제시-힌트 주기 순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따라서 응답자는 끝까지 도지사의 의도를 알아듣지 못했고, 결국 도시자의 분노를 사게 되었따.
이런 언어학적 방법론이나 도시자 태도의 문제들을 떠나서, 두 가지 문제를 짚어보자.
1. 응답자가 잘못에 적합한 징계를 받았는가?
난 여기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이다.
응답자는 단지 관등성명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긴급상황을 신고하는 데 있어서 응답자의 신분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 파악과 대응이다.
응답자는 전화가 끝날 때까지 "용건" 즉 긴급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실제로는 아무런 상황이 없었으므로 응답자는 상황 파악과 대응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무 잘못 없이" 일했다.
즉, 도지사측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응대 규정을 지키지 않아 징계"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은 실수를 한 셈이다.
2. 김문수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가?
이것 또한 부정적이다.
김문수는 아무런 긴급 상황 없이 119 긴급전화로 8차례나 통화해서 본인의 관등성명 복창했다.
간단히 말해서, 이건 허위제보는 아니지만 장난전화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119에 전화해서 "나는 ㅁㅁㅁ에 사는 ㅇㅇㅇ다."라고 반복해서 말했다고 하자.
그게 장난 전화인가 아닌가?
내가 해서 장난 전화면, 김문수가 해도 장난 전화다.
김문수는 응답자의 잘못된 자세를 그 자리에서 지적하거나, 전화를 끊고 공식적인 경로로 지적사항을 하달했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자는 징계를 하되 "관등성명을 대지 않은 잘못"에 대해서만 징계했어야 한다.
이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1. 도지사가 소방관의 가벼운 잘못에 과잉징계를 내린 권력남용
2. 도지사가 국민의 안전 보호에 직결되는 긴급전화를 오용
이렇게 축약할 수 있는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