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 등록금이 저렴했던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아니, 교육비 자체가 저렴했던 적은 5000년 역사를 통틀어 한 번도 없었다고 해야 맞겠네요.
제가 대학 다니던 2000년대 중반에도 등록금은 비쌌습니다.
당시엔 대학 등록금 투쟁의 양상이 대학 본부를 대상으로 한 투쟁이 많았습니다.
각 대학 총학생회 단위에서 학내 투쟁이 중심이었죠.
근거는 대학에 쌓여있는 이월적립금이었습니다.
이월적립금은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등록금 인상률도 계속해서 올라가니 모순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양상은 2008년 경부터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제 이월적립금을 풀라는 구호가 사라지고 대학 등록금 문제를 정부가 책임지라는 구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대학 진학률이 87%에 육박하는데도 대학 등록금은 과거 엘리트 교육 시절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지요.
이 당시 나온 구호 중 대표적인 말이 반값 등록금입니다. 전 당시 대구에 있었는데도 반값 등록금 시위에 대해서 자주 들을 수 있었을 만큼 당시 격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두 손을 듭니다.
정부가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 및 생활비 문제 등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이지요.
다만 반값 등록금이라는 형태가 아닌 국가장학금의 확충이라는 원안과는 다소 멀어진 형태이긴 하지만요.
(개인적으로 국가장학금 및 국가학자금대출이 이 현재와 같이 일정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형태에 대해선 긍정합니다.)
결국 대중들의 단결된 힘이 정부로 하여금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걸 어떤 개인의 업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분석입니다.
무엇보다도 국가 및 사회는 개인 및 소수의 선견지명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지요.
많은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정책 및 방향성이 결정됩니다.
분명히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이 생겨남으로 인해 대학생들이 학비에 대한 부담이 다소 적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저 역시 대학 다닐 때에 등록금 벌기 위해 4학기 스트레이트로 휴학한 적이 있습니다. 군대 갔다오고 나서부터는 학자금 대출이 생겨나면서 좀 편하게 대학 다닐 수 있었죠.
하지만 이건 대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인 겁니다. 다른 수단이 아닌 투쟁을 통해 얻어낸 소중한 성과지요.
결코 각하께서 어느날 갑자기 우매한 백성들을 어여삐 여겨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