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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글터] [5ch] 개구리의 다리를 자르던 코우군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에 코우군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코우군은 조용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타입이었지만, 혼자 노는 건 아니고 다른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나와도 딱히 친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교실에서 평범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다. 어느 여름날 하굣길. 수풀 옆을 지나가는데, 검은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뭔가 싶어 자세히 보니, 책가방이었다. 누군가 있었다. 뭘 하는 건가 싶어 다가가 보니, 책가방을 메고 있는 건 코우군이었다. [이런 곳에서 뭐 하고 있어?] 코우군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개구리 가지고 놀고 있는 것뿐..] [개구리를 좋아하는구나?] 수풀 사이로 흐르는 개울가에 쪼그리고 앉은 채, 코우군은 등을 돌린 채 대답했다. [그래. 개구리를 이렇게 하는 게 즐거워..] 왼손으로 참개구리 한 마리를 잡아들더니 내게 보여줬다. [어! 뭐야, 그거!] 코우군은 참개구리의 오른쪽 다리를 잡아서 들고 있었다. 그리고 참개구리의 왼쪽 다리는, 허벅지 부근에서 사라져 있었다. [코우군이 자른 거야? 그거..] 코우군의 오른손에는 미술 공작 시간 때 쓰던 커터칼이 들려 있었다. 칼날에는 붉은 피가 살짝 묻어있었다. [맞아. 여기 있는 개구리의 왼쪽 다리를 모두 잘랐어.] 그렇게 말한 뒤 코우군은 손에 잡고 있던 참개구리를 놓아주고, 근처에서 뛰어다니는 새 개구리를 잡으려 했다. 놓아준 참개구리는 비틀비틀 기어가다, 개울로 들어가 그대로 흘러갔다. 그 사건 이후, 난 3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동네 슈퍼에 들렀다가, 어릴 적 친구인 다이군과 우연히 만났다. 나는 코우군이 문득 떠올라,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코우군은 내가 목격하기 전, 훨씬 어릴 때부터 개구리 왼쪽 다리를 자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 녀석, 개중에서도 올챙이가 발이 자라나기 직전에 잘라내는 걸 가장 좋아한다고 했었지.] 잘 잘라내면 상처가 아물어, 마치 선천적으로 왼쪽 다리가 없는 개구리처럼 된다고 한다. [요즘은 그런 짓 안 하지?] 우리도 이제 20대 후반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 믿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아, 그 녀석 죽었어.. 오토바이 사고였지.. 비 오는 날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는데, 어떻게 부딪힌 건지 왼쪽 다리가 허벅지에서 잘려나가는 바람에 출혈 과다로 살릴 수가 없었다고 하더라.] 다이군의 말에 충격을 받아, 나는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주변에서도 다들 개구리의 저주 아니냐는 소리를 하더라. 코로나 전에 있었던 일이니까 벌써 한 4년 됐나? 너도 시간 있으면 코우네 집에 가서 향이라도 피우고 와라.] 다이군은 그 말을 남기고, 카트를 끌어 계산대로 향했다.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주라던가 액운이라던가 그런 건 모르지만, 그저 인과응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엇이 코우군에게 개구리 왼쪽 다리에 집착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날 수풀 속에서 다리가 잘려나간 개구리를 보며, 행복해하던 그의 미소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출처 : VK's Epitaph
금산스님작성일 2024-11-29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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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유머] 잉크젯 프린터 엡손 ET-2800 종이 공작 소감
요즘 종이비행기를 좀 만들고 있었습니다. 원래 레이저프린터로 인쇄해서 만들어왔는데요, 이게 여러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행기를 크게 만들려면 Cardstock 종이 (두꺼운 종이)로 인쇄를 해야 했는데, 인쇄가 잘 안 되어서 라벨 프린팅 모드 (label printing) 로 들어가서 인쇄를 했어요. 그런데도 손으로 만지면 토너가 묻어나곤 해서, 그 인쇄된 종이를 가스레인지로 구워서…;; (불붙으면 어쩌나 싶어 언제든 물을 부을 준비도 하고) 토너를 좀더 녹이고 제작했습니다. 이러면 좀 낫긴 한데, 그래도 만들다보면 손이 많이 가는 부분은 결국 토너가 벗겨졌습니다. 위 사진에서 가장 큰 비행기의 기체 부분이 색이 많이 벗겨진 것이 보이실 겁니다. 레이저 프린터로는 흑백프린터든 컬러프린터든 이런 문제가 있었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아이들 색칠 연습용이나 종이접기 용으로 인쇄를 해서 주곤 했는데, 레이저 프린터 작동시에 토너 미세먼지가 날리고 그게 아이들 폐 건강에 안 좋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블랙프라이데이로 좋은 딜이 있어서 샀습니다. Epson ET-2800이라는 모델인데, 아마존에서도 평이 좋았고요. 동네 베스트바이 가서 바로 사왔습니다 ($180+세금). 엡손으로 간 이유는, 일단 아주 비싼 사진인화용 프린터를 엡손이 만드는데, 그러니까 이런 저가 제품도 좀 괜찮게 만들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또 이건 카트리지 없이 그냥 잉크를 부어서 채우는 방식이라 유지비도 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참고로 HP 컬러프린터들은 심지어 40달러 짜리도 있을 정도로 더 싼데, 그런 것들은 피했습니다. 다 subscription 제품들이라, 가령 3개월 뒤에는 구독제로 돈을 계속 내지 않으면 더 사용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낚시성 제품들이라 생각해서 피했습니다.) 세팅은 그리 어렵진 않았는데, 생각보다 세팅 시간은 좀 걸렸네요 (최초 초기화 등 시간이 걸림). 대부분 대기시간이긴 한데, 아마 대충 한시간 정도는 걸리는 것 같습니다. 세팅은 핸드폰이나 타블렛으로 하면 되고, 다만 이게 무선 프린터로서 작동하려면 WIFI 2.4GHz에 연결이 되어야 했습니다. 집에서 쓰는 WIFI 라우터는 5GHz로만 되어 있어서, 라우터 세팅에 들어가서 2.4GHz 채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프린터만 여기에 연결하면 되었고, 다른 기기 (컴퓨터)는 그냥 원래 기존 5GHz Wifi에 연결되어 있어도 상관 없어보였고요. 프린트 결과는 대만족이었습니다. 프린트 품질도 훌륭하고, 두꺼운 Cardstock 도 문제없이 인쇄되고, 손으로 묻어나오는 것도 없어요. 가스렌지에 구울 필요도 없고요. 프린팅 속도도 이만하면 충분하다 싶습니다. 원래 쓰던 레이저 프린터는 더 쓸 일이 없겠다 싶어 치워버렸습니다. 참고로 ET-2800 윗 모델로 ET-2850이 있는데, 그건 양면인쇄가 되는 장점이 있지만 대신 인쇄 해상도가 ET-2800 대비 약간 떨어지고, 가격도 약간 더 비쌌습니다. 전 양면인쇄를 할 일이 거의 없고, 하더라도 그냥 수동으로 하면 되겠다 싶어서 그냥 ET-2800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잉크 붓는 방식이 참 신기합니다. 이런 제품을 처음 써봐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냥 물 붓듯이 붓는 것이 아니고 잉크통 꼭지를 구멍에 맞춰 넣으면, 잉크가 주입되다가 양이 다 차면 자동으로 멈추네요.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런 식이면 잉크를 흘릴 일도 없고 참 훌륭합니다. 이 사진은 기존에 만들던 비행기에 새 프린터로 인쇄한 옷을 입히는 과정. 처음부터 이 프린터로 두꺼운 종이에 인쇄했으면 이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제작 중간에 프린터를 바꾸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날개 속에는 여러겹의 두꺼운 종이가 더 들어가 두께와 형태를 유지합니다. 나중엔 여기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서 랜딩기어를 설치하거든요 (나무 이쑤시개). 아이들도 자기들 좋아하는 귀여운 종이 모형이나 그림들 인쇄해주니까 무지 좋아하네요. 프린트된 종이가 뚝뚝뚝뚝 나올 때 바닥에서 열심히 지켜봅니다. 레이저 프린터였다면 보기 어려웠을 신기한 광경이네요. 이걸 보면 컬러 인쇄에 대해서는 레이저 프린터는 빠른 속도 말고는 거의 다른 장점이 없을 것 같을 지경이네요. 물론 최상위 제품들은 좀 다를지 모르나, 적어도 제가 원했던 예산과 필요 안에서는 이 프린터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참 글을 쓰고 떠오른 장점 하나 더: 엄청 가볍습니다. 스캐너까지 있는 제품인데 어떻게 이렇게 가볍지 싶을 정도로 가볍네요. 너무 무거운 프린터들에 고생한 기억이 있어, 가벼운 프린터를 보니 신기하고 고마울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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