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애니를 까라니 자칭 오덕로써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인기가 많은 애니를 까려니 조금 겁이 나기는 합니다만.. =ㅅ= 최근에 본, 나름 인지도가 있는 애니 중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애니는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 없어' (이하 내여귀) 입니다. 덕후라면 모를리가 없는 상식처럼 되어버린 애니이기에 굳이 내용은 설명하지 않겠어요. 굳이 요약하자면 존내 귀엽고 머리좋고 운동도 잘하는 A급 여동생이 있는데 걔가 알고보니 오덕이고 오빠인 나를 좋아한다는 내용.
가장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인 근친에 대해서는 별로 까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그런걸 좋아해서 그런건 아니고... (진짜임) 뭐,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가 그건데 어쩌겠어요. 근친물이 보편적인 도덕에는 어긋나지만 시나리오의 소재로 아주 생소한 것도 아니고, 특히 일본은 근친에 대한 혐오감이 적은 걸로 알고 있고, 아주 반인륜적이지만 않다면 작품의 핵심 주제를 부정할 바에야 그냥 안 보면 되는거니까요. 제가 마음에 안 드는건 이 애니의 제2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아니, 어쩌면 이게 제1주제인가?) 오덕문화에 대한 변호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오덕문화를 변호하는게 나쁘다고 말하는건 아니예요. 저 자신이 오덕이기도 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좋아하는 걸 즐기는건 타인의 비난을 받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내여귀도 그런 논리로 오덕들을 쉴드 칩니다. 문제는 쉴드치는 방식이예요.
존내 귀엽고,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만능, 어린나이에 모델일을 하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단점이라고는 성질이 더럽게 더러운 것 밖에 없는(이 단점도 단지 최근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밖에 안 보입니다), 하필 그런 먼치킨 캐릭터가 '나 사실은 진성 오덕이야. 이 애니를 보며 x 치는 너희들과 똑같아. 아니 어쩌면 더 심할지도'라며 커밍아웃을 합니다. 그리고 지극히 평범하고 심할 정도로 눈치가 없고 우유부단해서 질질 끌려다니는게 자상함으로 미화된, 누가봐도 시청자들(오덕들)의 대리만족 대상으로 내세워진 주인공 쿄우스케는 정작 오덕이 아닙니다!? 개쩌는 먼치킨 오덕 여동생이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 주인공을 좋아한다구요? 비겁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설정이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냐구요. 진심으로 오덕문화가 나쁘지 않고, 그걸 일반인들에게 이해시키고 싶다면, 평범한 오덕인 주인공이 다소 우월한 (아니면 똑같이 평범하더라도 좋아요. 설득력은 떨어지겠지만) 일반인에게 그걸 납득시키는 과정이 나와야지요. 개쩌는 캐릭터를 오덕으로 설정해 놓고, '평범한 일반인인 너희들을 좋아해 줄테니 영광으로 알고, 너희들도 빨리 오덕이 되어버려.'라고 말하는건 너무 심한 자.위가 아닙니까. 왜 대등한 입장에서 '오덕이 나쁘지 않다'라고 말하지 못하는 거냐구요. 이건 반대로 말하자면 (조금 심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상식적으로는, 그리고 현실적으로는 일반인들에게 오덕문화를 납득시킬 자신이 없다는 고백이 되어버립니다.
(오덕문화에 대한 변호도 오덕캐릭 스스로 하는게 아니라 일반인 캐릭의 입을 빌려서 합니다.)
그런걸 다 떠나서 애니의 주 고객인 오덕들 x 쳐주는 행위를 너무 노골적으로 하는게 마음에 안 들어요. 애니건, 만화건, 소설이건, 드라마건, 영화건 모든 컨텐츠는 시청자를 대리만족 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일본애니는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성 따윈 생각도 안 하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로 말이죠. 단지 고객인 오덕들이 환호할만한 요소를 꾸역꾸역 집어넣어 잘 팔릴만한 상품만을 만들어 내고 있어요. (물론 그렇게 해도 명작이 나오기도 합니다. 마크로스가 그렇게 만들어 졌다죠?) 그 정점을 찍은게 내여귀라고 생각해요. 물론 제가 모든 애니를 체크하고 있는건 아니니까 그 점은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는 통 애니를 안 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