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아주 좋은 글을 봐서 게시자의 허가를 받고 퍼옵니다. 내용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디테일 발전에 대한 글쓴이의 생각입니다.
아래부터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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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적벽돌입니다.
어제 저녁 작업실의 콤프레셔가 고장나는 바람에, 도색 작업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해서, 콤프레셔를 수리, 교체할 동안 영상을 올리거나 잡담을 적고 있습니다.
최근 오리진의 2차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영상 퀄리티라는게 확실히 진보하기는 했지만 아쉬운 면도 없진 않습니다.
40살인 저로서는, 일본의 버블시대 (1990년 전후) 에 만들어진 여러 컨텐츠 들을 충분히 즐기면서 살아서인지, 그 뒤
일본 경제 침체기에 들어간 후에 만들어진 것들은, 퀄리티 중에서 특히 영상의 해상도 측면은 발전이 있었지만, 투자 되는 금액 규모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오버 디테일은 사라진지가 오래입니다.
TV 판 애니메이션이든, 극장판이든,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 이든 간에, 1990년 전후의 작품들은 사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지 않고 모조리 손으로 그려내는 바람에 몇몇 부분들에서는 여전히 지금의 기술이 보여주는 것을 따라가지는 못합니다마는, 정지컷에 있어서는 근래의 애니메이션이 보여주는 디테일 따위는 따라오지도 못할 디테일을 가진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사실 1990년대는 일본 문화가 거의 정신이 나가 있던 시절인지라, 예를 들면 일본 아케이드 게임 센터의 아케이드 게임기는 기기 단말이 3천~5천만원 하는 것들이 막 쏟아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리엔진에 연동되어 기체 전체가 흔들흔들 하는 레이싱 게임이나 전투기 게임 등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던 시절인데요.
이 이후의 레이싱 게임은 되려, 이런 말도 안되는 - 지금 보면 거의 오파츠 수준의 게임기 같은 -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그란투리스모를 유압 실린더로 된 시트에 스티어 등등에 전부 연결하고 어쩌고 하는 것이 오타쿠의 끝이라는 등의 영상이 있지만, 저희 세대는 그런 수준의 물리 충돌을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이 소위 오락실에 멀쩡하게 있던 때 였고, 이 때의 게임기들은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면 크게 지금의 게임보다 떨어지는 면이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물리 프로그램 완성도가 있기도 했습니다.
버철온 같은 게임도 당시 수준에서는 거의 터무니가 없는 패러미터가 움직이는 게임이었죠.
아무튼 애니메이션 이야기로 돌아오면, 예컨데. 1990 년 때의 단쿠가 같은 만화가 있습니다.
심지어, 제가 제작했던 덴드로비움의 데칼링 스타일은, 아래의 단쿠가 빅모스의 데칼링 스타일을 참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밀리터리, 그러니까 에어로 등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보면, 셀 애니메이션이라고 하기엔 정신나간 디테일 표현이죠. 이걸 TV 애니메이션에서 써먹던 시절(비록 몇 컷 아니지만)
이니까요.
아래는 OVA 입니다만, 콕핏에 타고 있는 파일럿이 보이는데, 그 모니터에 영상이 출력되는 걸 보여준다거나.
매카닉을 일일이 그려내는데, 손잡이며 뭐며 굉장한 디테일입니다.
콕핏에, 모니터, 주위 환경이 보인다는 것 등. 영상의 구조 자체는 절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해상도나 색 선명도가 낮을 뿐이죠.
콕핏의 계기판 표현은 지금봐도 절대 뒤쳐지지 않습니다.
정지씬도 아니고, 움직이는 씬의 계기판.
이쯤되면 거의 항공기 계기판을 그냥 옮겨 놓은 수준 입니다.
디테일이 확실히 정신 나갔던 시절입니다.
단쿠가는 정확하게는, 여러 편이 있고 합니다.
그 중 TV 판은
초수기신 단쿠가 (超?機神ダンク?ガ) TV만화|총 38부작|1985.04.05~1985.12.27방송종료
1985년대의 일이고, OVA 등이라고 해봤자 1990년 전후 입니다.
최근에 OP를 포스팅했던
기갑전기 드라고나
같은 경우도, 1987 년의 애니메이션입니다.
오프닝의 퀄리티를 보면.
정확하게 식별되지 않더라도, 계기판에 글씨들을 표현한다거나.
계기판의 특성들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일이 손으로 그려내는 애니메이션인 주제에, 헬멧에 비치는 계기판이라거나.
버니어가 점화되는 씬이라거나.
사람의 작화에서 머리카락이나 음영 등은 지금에 비해도 컬러 색상이나 해상도를 제외하면 디테일은 전혀 차이가 없습니다.
전투씬 중의 콕핏이라거나.
1초도 안되는 씬에서 계기판이 이따위로 나온다거나.
매카닉의 광택을 표현하는 면에서도.
1991년의 건담 스타더스트 메모리로 보면 이것도 사실 정신은 나간 애니메이션 입니다만.
이미 약간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씨 등의 디테일 표현은 조금씩 줄여나가기 시작했죠.
1993-4 년만 해도 일본의 황금시대, 버블시대는 막을 내리고 슬슬 침체기가 시작되는 시절이었으니까요.
1985년에 이 버블시대의 발단이 시작되고, 1991~2000년을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 이라고 하는 시절이 시작되는 무렵 입니다.
덴드로비움의 디테일이 경이롭지만, 데칼링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1990년 이전의 애니메이션에서도 표현하던 데칼 표현이 사라졌죠.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 이번 덴드로비움 제작에 넣을 예정 중 하나 입니다만.
코우 우라키의 퍼스널 마크.
GP02 콕핏.
역시나 글씨 등의 표현은 보이질 않습니다.
표현은 아직 디테일이 강하게 살아있습니다만.
유리창에 비치는 노을을 그려내던 시절이죠.
디테일은 이후 2000년대 애니메이션에도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1991년, 기동전사 건담 F91 입니다.
높은 해상도의 것으로 보면 여전히 뛰어난 작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문자 디테일이나 데칼링은 사라졌지만.
파일럿 복장에 설정에 따른 빈틈없는 문양이나 디자인을 잃지 않고 있고.
리니어 시트, 전천주 모니터 등으로 보이는 주위 배경의 묘사라거나 음영 표현의 디테일이라거나. 파일럿 스츠의 주름.
메카닉도 결코 뒤쳐지지 않습니다.
전천주 모니터의 각 화면이 켜지기 시작하는 씬도 있고. 파일럿의 헬멧도 정말 디테일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유리 부분과 얼굴 사이의 쿠션이라거나.
이런 것들이 무려 25년 전 애니메이션의 퀄리티입니다.
색 보정 하고, 해상도를 높인 영상으로 보면, 지금도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이제 2000년대로 넘어옵니다.
대표적으로 말하고 싶은 영상으로는
마크로스 제로 (MACROSS ZORO) - 2002~2004
입니다.
확실히 정신이 나간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2000년대에서 거의 유일하게 1990년 전후의 애니메이션 디테일을 가지고 기술적으로 더 뛰어나게 완성했던 영상들이 수두룩했죠.
뭐, 내용은 그렇다 치고.
그리고, 이것이 동시대의
기동전사 건담 SEED DESTINY (2004년 10월 9일부터 2005년 10월 1일)
몇몇 씬에서는 정말 퇴보에 가까운 수준의 작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계기판 등은 무성의 하다고도 볼 수 있죠.
1990년대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거의 어이가 없지만, 자본 규모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이 낮은 시기이기 때문에 이해해야 됩니다.
GP02 콕핏보다 디테일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사실, 디자인이 세련되지 않았느냐 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을 말한다기 보다, 디테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글씨도 없고 아무 세부 묘사가 없습니다.
이 경향은 더블오에서 좀 더 확실하게 보이는데요.
이 콕핏은 어떤 기계를 몬다는 로망 자체를 날려주기는 합니다.
이제 더블오 입니다.
이 시기가, 2007년~2008년 이 됩니다.
확실히, 디자인이 세련된 것은 맞습니다만, 디테일이 완전히 실종되어 이쯤되면 거의 깨끗하다 라는 느낌입니다.
대부분의 디테일은 화면 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터치 디스플레이로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묘사를 만화 상에서도 디스플레이 기기에 집중시키는 면이 있습니다.
이외의 기계적인 구조는 굉장히 단순해서, 약간 리얼리티(SF라고 하더라도 SF 나름의 리얼한 맛)가 조금 결여되어 있는 느낌이 있는데, 그건 그냥 너무 깨끗하기 때문일 겁니다.
잘 보면, 디자인이 의료기구 (MRI 촬영기기 등) 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료 기기 자체가 워낙 위생적이어야 하고 깨끗한 것인데 그런 스타일이 되어 버리면, 전쟁에 쓰이는 도구 라는 느낌은 확 줄어들게 되죠. 세련된 맛은 분명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뛰어나다 라는 게 아닌, 취향의 문제일 뿐입니다.
의료 보조용 안마의자가 생각나는 시트 디자인. (조롱이나 비난은 아닙니다)
선탠 기기 등에서 느껴지는 스타일링 입니다. (조롱 등이 아닙니다, 저는 더블오도 시드도 다 좋아하긴 좋아합니다)
함교 등 전함의 실내라기 보다는 병원의 이미지.
더블오 1기를, 영상, 디자인 면에서는 조져버린 알레한드로 코너의 파일럿 스츠 디자인과 콕핏 디자인.
그리고 2013년 유니콘 입니다.
유니콘은, 1990년 대의 디테일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신의 경향과 스타일-세련된- 느낌을 잘 조화시키면서 퀄리티도 높은 수준이어서, 30대~40대와 젊은 세대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영상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세부 묘사는 여전히 놀라울 정도는 아니라는게 아쉽기는 합니다. 왜냐면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부분이 늘었다는 건, CG 상에서 조금만 디테일하게 표현해주면 얼마든 저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좀 더 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죠.
이것을 만족시켜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던 것이 오리진이었습니다.
2015년 메카 애니메이션에서 하나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CG 유닛의 움직임이나 연출로는 한가닥 하는
강철의 라인배럴 (2008~2009) (내용에 대한 평가는 빼고)
이 존재하므로, CG 유닛 자체의 매력이 대단할 것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건담 역사상, 기체의 데칼링이 명확하게 보이고, 동세에 따른 아포지 모터, 부분 슬러스터의 가동 (분사 표현) 등은 거의 최고입니다.
여전히 콕핏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만... 콕핏을 자꾸 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건담은 파일럿의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파일럿이 포커스가 되는 일이 많으므로, 콕핏의 디테일은 매우 중요한 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부분은... 0083 스타더스트 메모리 수준도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백팩의 데칼링마저, 양산기조차 제대로.
최소한 역대 건담 애니메이션 중 전투씬의 기술적인 퀄리티 만큼은, 드디어 마크로스 제로에 필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콤프레셔가 돌아왔으니 오후에는 작업을 할 수 있겠습니다;;;;
잡담은 여기까지로 해야겠네요.
[출처] 애니메이션의 퀄리티, 디테일과 디자인.|작성자 적벽돌
- 네이버 블로그 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