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작. 탄생을 해봤습니다.
고전게임이라고 무시하시면 안 됩니다.
의외로 깨끗한 음성을 들을 수 있거든요.
사실 어렸을 때 일어도 모른 채 막 대충 누르면서 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한 것은 저도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키워야 할 아이돌 1.
이토우 아키. 16세.
특기가 단거리 달리기라 그런지 체력이 좋고
연기쪽에 재능이 있는 친구입니다.
키워야 할 아이돌 2.
후지무라 사오리. 17세.
두루 다 좋지만 특히 노래에 대한 재능이 뛰어납니다.
하지만 멘탈이...멘탈이......!!!
키워야 할 아이돌 3.
다나카 쿠미. 16세.
매력만 높고 나머지는 다 그럭저럭인 능력치입니다.
한마디로 외모만 믿고 연예인 되려는 녀석이죠.
오프닝에서 보면 다른 라이벌들은 여러 기획사에서 줏어가는데
아키, 사오리, 쿠미 이 셋은 아무도 안 데려가더군요.
그리고 아무설명없이 그냥 플레이어에게 던져줍니다.
위 스샷에서 맨 오른쪽 아이는 라이벌 중에 한 명입니다.
위 스샷 왼쪽 위를 보시면 SES라는 글자가 있는데
이 녀석들 그룹명입니다.
다짜고짜 그룹명을 정하라고는 하는데
마땅한 이름도 생각이 안 나고 해서 그냥...ㅎㅎ
어쨌든 이렇게해서 우리는 이 아이들의 매니저가 되어
2년 안에 이들을 톱스타로 만들어야 합니다.
평일에는 연습도 하며 능력치를 성장시키고
휴일에는 특훈을 하던가 아니면 라이벌과 대결을 펼칩니다.
대결은 항상 퀴즈로 하는데 라이벌을 이기면
마음에 큰 상처를 입는 것인지 한동안 라이벌이 개점휴업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일거리가 들어옵니다.
사진촬영, 레코딩, 콘서트, 영화촬영, 뮤지컬.
하지만 라이벌들과 경쟁을 하며 일을 해야하기에 만만치가 않습니다.
또, 가끔 매니저가 한마디 하는 선택지가 있는데
어설픈 것을 고르면 애들이 엄청 화냅니다.
인기순위 꼴찌의 SES.
하지만 이제 겨우 두 달이 지났을 뿐입니다.
앞으로는 스물두 달이나 남았구요.
콘서트를 하는 사오리.
얘가 능력치는 좋은데 체력도 낮고 멘탈도 약해서
상당히 키우기가 힘들더군요.
게다가 웃으면서 대해주면 시큰둥해 하고
갈궈야 힘을 내는 스타일이라 골치가 아팠습니다.
뮤지컬 빨간망토를 하는 쿠미.
쿠미는 사오리와 반대로 무조건 엄지 들어줘야 합니다.
칭찬받아 크는 스타일이라서
괜한 소리 말고 그냥 업어키우면 쭉쭉 잘 크더군요.
아키는 조금 묘합니다.
이도저도 아니라고 할까, 어중간한 대답을 해줘야 되더군요.
잘한다고 하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고 핀잔을 주고
못한다고 뭐라 하면 그럼 네가 해보라고 화를 내고...
잘 크기는 하는데 좀 짜증나는 스타일입니다.
라면 CF가 들어와서 사오리보고 찍으라고 했습니다.
라면을 좀 더 맛있게 먹어보라고 했더니
"죄송해요. 하지만 전 라면 싫어해서..."라는 헛소리로 답하더군요.
내가 지금 너 배부르라고 라면 먹으라는 거니? 응?
여름이 되니까 갑자기 아이돌 수영대회가 열립니다.
뭐, 뭐라?! 이런 이벤트가 있었어?!
체력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에 결국 입상에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사진집 촬영을 하는 쿠미.
미소가 잘 지어지지 않는다며 매니저인 저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그래서 사진집만 팔 수만 있다면 미소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줬더니
쿠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힘을 내더군요.
녀석도 이제 조금은 이 바닥에 대해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얼마 뒤, 콘서트를 열게 된 쿠미.
콘서트장에 열기가 가득차자 저는 그녀에게 소리쳤습니다.
"음반!! 네 음반 홍보를 해!!"
쿠미는 제 말을 따라 자신의 팬들을 조교했고
이 달, 우리 회사 매출은 대박이 났습니다.
인기가 오르며 CF가 계속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컴퓨터 CF인데 아키가 찍었습니다.
잘한다고 칭찬해줬더니 광고주에게 잘 말해서
컴퓨터 공짜로 받을 수 없겠냐고 하는군요.
......
이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저는 눈치챘어야 했습니다.
어느새 인기 1위의 아이돌이 된 SES.
하지만 저 아이들의 표정이 보이십니까?
안타깝게도 우리 SES 아이들 셋은 모두 연예인병에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젠 연습도 제대로 안 하고 매일 놀러만 다닙니다.
대화를 통해서 이 연예인병을 제가 고쳤어야 했는데
인기에만 정신이 팔려 미처 신경을 쓰지 못 했던 것이지요.
특히 사오리는 스테이터스가 완전히 무너져버려 두 번 다시 회복할 수 없었습니다.
연말 아이돌 시상식.
라이벌들만 상을 다 나눠가지고
그 많은 상 중에 SES는 단 하나의 상도 받지 못 했습니다.
인기는 1위였는데 워낙 다방면에서 활동을 해서 그런지 상을 안 주더군요.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해를 맞아 음반에 올인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집, 뮤지컬, 영화 다 때려치우고 아이돌은 노래다! 노래로 승부다!!
그 뒤로 특훈이 시작되었습니다.
콘서트장에서 노래를 하는 아키.
매니저인 저를 믿고 연기자의 꿈을 버리고 노래에 전념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맙다, 아키! 넌 크게 될 녀석이야!!
그런데 음반 쪽에 라이벌들이 몰려 어쩔 수 없이 사진촬영을 해야할 때도 있었습니다.
쿠미가 옷이 너무 야한 것 아니냐고, 가슴이 보이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 하길래
처음으로 강하게 말했더니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는군요.
너도 크게 될 녀석이다! 쿠미!!
연예인병에 걸려 연습생만도 못한 능력치를 갖게 된 사오리.
어떻게든 구제를 해보려 저는 끝까지 그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화장품 CF가 들어왔을 때에도 그녀를 주역으로 내세웠었죠.
아키와 쿠미는 이미 아이돌 톱스타였고
이젠 사오리만 구제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
그런데......
스캔들이 터졌습니다.
사오리의 동거설이더군요.
......
정말 이걸 보자마자
끊었던 담배가 생각났습니다.
결국, 이 스캔들을 계기로
저는 사오리를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SES 최후의 능력치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키는 모든 능력치가 800 전후.
쿠미는 모든 능력치가 700 초중반인데
그 둘에 비해 사오리는 능력치는 처참하기 그지없습니다.
같이 고생했는데 이렇게 다른 결과라니...
착잡함을 이루 말할 수 없더군요.
하지만 다행히 2년 차에는
콘서트 부문과 아이돌 대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한우물만 판 효과가 있더군요.
아, 참고로 깜빡하고 스샷을 못 찍었는데
2년차 아이돌 수영대회에서는 2등을 차지했습니다.
사오리만 아니었으면 1등이었는데......크흑!
기뻐하는 우리의 SES.
그동안 절 잘 따라와준 아키와 쿠미.
그리고 연예인병에 걸려 스테이터스 다 까먹고
바로 얼마 전에 동거설까지 터뜨려주신 사오리가 함께 기뻐합니다.
감격스러운 축하무대.
SES는 매니저인 저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고
그렇게 그들은 아이돌 톱스타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매니저로서의 사명을 다했다.
그리고 몇개월 후...
아키는 솔로로 전향합니다.
사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말도 잘 듣고 열심히 하기도 한 녀석이라
내심 뿌듯하더군요.
사오리는 연예계를 은퇴.
뜬금없이 경찰이 되어 있더군요.
그래, 뭐...
네 멘탈로는 연예계는 무리라고 본다.
잘 선택했어.
나는 널 응원한다. 사오리.
???????!!!?!?!??!???
뭐지 이게?
쿠미는 난데없이 호스티스가 되어 나타나더군요.
쿠미?! 도대체 이게 다 어떻게 된 일이야?!
넌 모든 능력치가 700을 넘는 A급 아이돌이 아니었더냐!!!
겨우 몇 달 사이에 왜 이렇게 된 거야?!
설마 내가 잘못 키운 거니?! 그런 거야?!!!
엔딩.
결국 저는 이 게임을 통해
아이돌 한 명,
여경 한 명,
호스티스 한 명,
이렇게 세 명을 탄생시켰습니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