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실내 마감재는 깜짝 놀랄만큼 수준이 떨어졌다. 가벼운 플라스틱 재질로 인해 3천만원대 자동차의 실내라고 믿기 어려웠다. 핸들도 가죽 흉내를 낸 PVC 재질로 땀이나면 미끄러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다른것은 몰라도 인테리어는 좋다는 평을 들어왔는데, 어째서 이런 재료를 이용해 실내를 마감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계기반 위에 있는 패널은 제대로 고정이 안된듯 손으로 움직이자 위아래로 마구 흔들렸다. 이젠 필수가 된 내비게이션을 내장할 공간이 없다는 점도 이상한 일이다. 전면 유리가 꽤 기울어져 전면 시야가 좁기 때문에 7인치 내비게이션을 유리에 장착하면 시야가 상당 부분 가려진다.
오디오 화면이나 계기반 트립컴퓨터에 켜지는 푸른 불빛은 신형 아반떼에 처음 사용된 그대로다. 많은 소비자들이 푸른색으로 인해 시안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아보니 다리 공간은 괜찮은 수준이지만, 머리 공간은 크게 부족해 인사하듯 몸을 굽혀야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세미 버킷타입 운전석은 몸을 꽤 잡아주는 느낌이 든다. 운전석쪽에는 전동시트가 있지만, 전후 슬라이드만 전동으로 작동하고 뒤로 젖히는 기능은 수동이다. 돌리는 타입이 아닌 당기는 타입이어서 세밀한 조정은 힘들다. 그나마 조수석은 전후 슬라이드조차 전동이 아니다.
엔진 후드를 열어보니 엔진위로 전선이 정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미완성된 차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다. 트렁크 천정 쪽에도 스피커와 연결된 전선과 자석부분이 노출돼 짐을 싣다 고장을 내거나 금속이 달라붙을 우려도 있어 보였다.
◆ 엔진 성능은 만족, 감성품질은 더 노력해야
이 차는 스마트키와 버튼식 시동장치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버튼위치가 지나치게 낮은 곳에 있어 누르기 불편하다. 기아 로체에서도 같은 지적이 있었다.
시동 소리는 꽤 조용하다. 저속에서는 낮게 깔리는 배기음은 매력적이다. 그러나 엔진회전수(RPM)를 높일수록 가벼운 고음으로 변해 정작 고속에선 경박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후면에서 보는 배기 파이프는 2개로 보이지만 모양만 그렇고, 정작 배기구 직전까지는 하나의 파이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두개의 파이프가 내는 중후한 화음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303마력의 V6 엔진은 부드럽고 ZF제 6단 변속기도 궁합이 잘 맞는다. 변속기에 스포츠모드나 파워모드가 없어 스포츠 주행을 즐기려면 수동 변속을 해야 하는데, 패들시프트(핸들 주변 변속 버튼)가 없는 점은 아쉽다. 4단 변속기를 가진 패밀리 세단 ‘기아 로체’에는 이 기능이 있다.
정지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이 6.5초라는데,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에다 조용한 배기음 때문인지 가속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출발할 때 약간 튀어나간다는 느낌인데, 가속 패달을 계속 밟으면 120km/h까지 쉽게 올라 붙는다.
'200 터보' 모델은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이 8.5초, 상대적으로 둔하다는 느낌이 든다. 210마력은 나쁘지 않은 힘이지만, 공차중량이 1650kg 수준으로 지나치게 무거운 탓이다.
'380 GT' 모델의 경우 엑셀을 아무리 밟아도 계기반상으로 시속 240km에서 속도가 더 오르지 않는다. 이에 대해 현대차측은 속도제한기능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속 240km에 속도제한이 있는 차는 처음 보는 것이어서 의아했다.
◆ 코너링 뛰어나지만, 안정성·민첩성 아쉬워
이 차는 현대의 양산차 중 서스펜션이 가장 단단하다는 느낌이 든다. 길다란 코너에서 노면을 추종하는 느낌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급코너에서도 코너를 쉽게 벗어나지 않고 안쪽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후륜구동 스포츠쿠페의 장점을 보여준다.
반면 핸들은 '속도 감응식' 이라는 기능이 무색하다. 저속에서는 핸들이 약간 묵직한 느낌이더니 속도를 조금만 올려도 지나치게 가볍고 헐렁해졌다.
시속 120km를 넘어도 엔진 소리가 크지 않아 안정감이 있지만, 핸들이 둔해 불안감이 상당하다. 요철 있는 노면을 지나자 차체가 노면에 붙는게 아니라 그립을 잃고 둥둥 떠가는 느낌이 들었다.
베이스 모델인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핸들링에 유격이 있어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는 한번의 '조타(操舵:steering)'로 빠져나가기 어렵고 핸들을 약간씩 조정하는 '보타'가 필수다. 현대차가 내세운 경쟁모델 '폭스바겐 골프 GTI'나 '인피니티 G37'의 예리함과는 아직 비교할 수준이 못된다.
제네시스를 베이스로 하다보니 축간거리(휠베이스)가 다른 쿠페형 차종에 비해 길다. 덕분에 직진 안정성은 뛰어나지만, 짧은 코너에서 추종하는 재미가 덜하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가니 어지간한 길에서는 전자차체자세제어장치(VDC)의 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 깜박인다. 차체가 미끄러지고 있어 전자장치가 특정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는 뜻이다.
◆ 브렘보 브레이크, 잘 서나?
튜닝업계에서도 수백만원을 들여 장착하는 고가 장비 '브렘보 브레이크'는 왠일인지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미쓰비시 랜서에볼루션이나 폭스바겐 골프 R32 등 다른 수입차에 장착된 브렘보 브레이크는 지나치게 예리해 다루기 힘들 지경이었지만, 제네시스 쿠페의 브렘보 브레이크는 현대의 다른 차들과 마찬가지로 매우 부드럽다.
과연 이대로도 위급 상황에서 잘 서 줄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더 부드러운 정지를 위한 패달 답력 세팅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 [화보] 제네시스쿠페 시승해보니
〈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