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확산을 막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한다.
BMW·벤츠·아우디 등 외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5%에서 10%로 높아지는 데 걸린 시간은 5년에 불과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5~20%까지도 순식간이라고 보고, 올해 시장 방어를 위한 총 공세를 펴기로 한 것이다.
◇그림 빌려주고 파티도 열어준다
현대차는 우선 1만2000여 명의 전국 판매사원 중 상위 2.5%(300여명)를 뽑아 '고급차 스페셜리스트'로 육성한다. 이들은 수입차 업체 직원만큼 주요 수입 차종의 장단점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수입차와 국산차 사이에서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에쿠스·제네시스로 끌어오는 역할을 맡는다.
현재 현대차를 가진 소비자들이 앞으로 차를 바꿀 때 수입차로 추가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현대차 소유주로서의 자부심을 높이는 방안도 다양하게 도입한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최근 국내 소비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눴다. VVIP(최우량고객)로 구분되는 '1그룹'은 에쿠스와 제네시스 같은 자사 최고급 세단을 타는 사람들, 2그룹은 그랜저 소비자, 3그룹은 스타일과 개성을 중시하는 PYL차종(i30·i40·벨로스터) 소비자, 4그룹은 쏘나타급 이하 나머지 소비자군(群)이다. 그랜저 그룹을 따로 만든 것은 3000만~4000만원대인 그랜저 소비자들이 수입차로 이탈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룹별로 특화된 멤버십 서비스가 속속 도입된다. 1그룹엔 예산을 아끼지 말고 국내외 최고급 마케팅의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1억원을 호가하는 그림·조각품을 빌려주거나, 이보다 저렴한 최신 작품들은 무료로 선물하는 예술품 마케팅이 시도된다. 또 집에 지인들을 불러모으는 홈 파티 수요가 많은 이들을 위해 케이터링(Catering·출장연회) 서비스도 해주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쿠스 차 값이 BMW 7시리즈보다 싸지만, 7시리즈 가진 소비자가 부럽지 않게 서비스 공세를 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형 수입차를 타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을 새로 에쿠스·제네시스 소비자로 끌어들이는 데는 고급차 스페셜리스트가 동원된다.
이들은 현대차가 직접 비교시승 용도로 구입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같은 차들을 돌아가며 타보고, 국산차와 차이점을 심층 교육받는다. 소비자가 정숙성, 출력, 부품 값 등 어떤 것을 물어봐도 바로 자사 모델의 경쟁우위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수입차 판매사원 출신 중 현대차로 이직한 이들이 스페셜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올해 수입차 교체수요 대거 발생
이탈률이 가장 높은 그랜저 보유 고객도 VVIP 못지않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마케팅 전략을 새로 짠다. 전용 오토 캠핑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스키·스파 윈터캠프, 문화유산 테마 여행, 크루즈 여행 같은 참여형 행사 기회를 되도록 많이 주는 식이다.
김충호 국내영업담당 사장은 "이제까지 현대차가 국내 고객들의 성원으로 커왔는데도, 정작 우리 고객에게는 소홀했다"며 "일면식도 없는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보다, 이미 우리 차를 샀는데 실망한 고객들에게 더 잘해주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국내 영업 방침을 180도 개혁하기로 한 것은 올해가 수입차 소비 2차 폭등기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통상 주요 부품 무상보증 기간이 3년이면 만료되는 수입차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 후 3년 만에 새 차로 갈아타는 구매 패턴을 보인다. 2010년에는 수입차 구매가 전년 대비 50% 급증했다. 이때 차를 샀던 소비자들이 새 차를 물색하는 시기가 올해 대거 도래하는 것이다.
이들이 다시 수입차를 구매하느냐, 아니면 국산차로 회귀하느냐에 따라 국내 승용차 시장 지도가 바뀌게 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가 높은 주요 지역에 골프·카페 등을 테마로 하는 판매 지점을 신설하고, 수입차와 비교 시승 기회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