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차 사기 양아지를 만난 탁송기사

환희 작성일 17.08.02 07: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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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_origin.gif 카페 > 대리운전 새벽을 달리는 사람.. | 이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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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4시경 인천 구월동에서 해운대 탁송콜을 잡았습니다. 인천 차주가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업주에게 차량 할부금 상환과 현금 얼마를 받는 조건으로 넘기는 상황에서 탁송을 하게 되었죠.

좀 멉니까.. 부산 업주는 운행 가는 내내 30분 간격으로 몇키로 남았냐 빨리와라. 중간에 파손부위 사진 찍어서 보내라. 문자로 차 넘버 찍어라. 인천 차주도 빨리 돈을 받아야 되기에 운전중에 몇차례 짜증나게 했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죠. 부산 해운대 시장 근처 맥도널드 앞에서 부산 업주를 만났습니다. 20대 초중반 남자 두명이었는데 온몸에 문신을 하고 두꺼운 금팔찌를 찼습니다. 누가봐도 건달이죠.
내심 인천에 있는 차주가 걱정되었습니다. 돈을 과연 받을 수 있을까.. 사실 부산 업주랑 몇차례 통화하고 오면서 느낌이 안좋아서 일부러 톨비는 안내고 계좌번호는 받아놓았습니다. 다행히 탁송비와 주유비는 받았고 부산 건달들과는 빠이빠이 했죠.

부산에서 로지로는 대리콜 수행을 못하지만 그때 탁송 콜이 두개 뜹니다. 내일 아침에 포천가는 콜 한개와 대구가는 콜 한개였습니다. 대구가는 콜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근방 출발지로 이동중에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구 손님이 차량을 구입해서 차주에게 70만원을 주어야 하는데 신불자라서 은행거래가 안되니 기사님 통장으로 70만원을 넣어줄테니 출금해서 차주만나면 전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출발지로 가서 대구 손님에게 차를 파려는 차주를 만났는데 아니 이게 왠일. 아까 그 건달 두명에 제가 인천에서 타고 온 소나타 차량이었습니다. 아.. 인천에서 차를 사다가 대구에다가 차를 파는구나. 

인천 차주가 부산 건달들에게 얼마를 받고 파를 넘겼는지는 몰랐습니다. 공정한 거래였겠거니 생각했고 탁송 기사 입장에서 차만 잘 가져다 주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많이 찜찜한 건 사실이었죠.

대구로 가는 중이었습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네요. 전화가 한통 옵니다. 인천 차주였죠. 인천에서 처음 만나기로 할 때 제 번호가 남아있었습니다. 하는 말이 나 돈 못 받았다. 그 사람들하고 연락이 안된다. 지금 어디냐.. 저의 걱정은 실제가 되었고 그분은 사기를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차를 가지고 있는 이상은 아직 사기 당하기 전 일 것입니다.

솔직하게 말할까 아님 모른다고 해야할까하는 순간의 고민도 없이 사장님 차 제가 가지고 있고 그러니 일단 안심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50만원을 받기로 한 것을 들었고 70만원에 파는 것 같다는 등의 정황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인천 차주의 반응이 서늘 합니다. 돈도 안들어 왔는데 차를 넘겨주면 어떻게 하냐. 기사님 통장에 넣었다 뺐으니 당신도 범죄에 연루 된 것이다. 대구에 가지 말고 기다려라 내가 다시 전화하겠다. 

인천 차주를 순수하게 도와주려던 저의 본의가 오해 받으니 당황스러웠습니다. 물론 그 분도 많이 당황했겠죠. 그래도 그렇게 말을 하는 건 아니죠.

제 입장에서는 대구에 사는 손님이 70만원을 지불했고 나는 콜을 받았고 차만 배달해주면 되는거였고 양심 선언을 하면 건달들에게 해코지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함이 있었는데.. 

근처 지구대에 갔습니다. 인천 차주랑 통화하니 제가 대구에 가는게 맞나 인천에 갖다주는게 맞는지 햇갈렸습니다. 그래도 원 주인을 가져다 주는게 맞다고 생각은 들었고 부산에서 일어난 불법한 일을 신고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인천차주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제가 알려준 대구 손님과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부산 건달들은 여전히 통화가 안되구요. 대구 손님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불안해 했겠지만 어떻게해서라도 차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겠죠. 저녁 식사를 하는 중에 대구 손님이 하는 말이 그냥 지금 계신 곳으로 갈테니 차를 넘겨달라고 했지만 나는 인천 차주 입장에서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차주가 저에게 하는 말이 차를 다시 가져다 달라는 말을 합니다. 그때 저는 지구대에 있었는데 이미 지구대에서 근무중인 세 명의 경찰들은 상황파악을 하고 있었고 통화하는 내용에도 귀담아 듣고 있었습니다. 저는 인천에 다시 차를 가져다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탁송비와 주유비를 말했죠. 그랬더니 못 주겠다는 것입니다. 아까 제 통장에 70만원 이야기 하면서 범죄에 연루되었으니 말 똑바로 하랍니다. 그리고 부산에서 기차비 들어서 인천 올텐데 다행이 아니냐는 식이었습니다. 그럼 해운대 경찰서에 차 맡겨 둘테니 알아서 찾아가라고 하고 제가 범죄에 연루 되었다고 생각이 들면 고소하시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지구대에서 나와 배가고파 근처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먹는 도중 대구 손님에게 전화가 왔고 또 인천 차주와 통화를 했습니다. 인천 차주가 경제 상황이 안 좋고 수중에 7만원 밖에 없다고 하며 사정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탁송비는 못드리고 대신 주유비랑 톨비는 드릴테니 인천에서 보자고 합니다. 차를 그냥 두고 알아서 하라고 하는게 맞겠지만 동네 사람이고 또 불쌍한 생각이 들어서 인천으로 출발했습니다. 오늘 돈도 못벌고 씁쓸해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편의점 커피 살 돈이 아까워 자판기 커피를 마셨네요. 5시간 정도 걸려 도착했는데 차주가 잠들었는지 전화가 안되네요. 내일 3시쯤 가져다 주겠다고 아니면 이쪽으로 오셔도 된다는 문자를 남기고 이제야 만수동 집에 들어서 쉬는 중입니다.

대리만 하다가 탁송한지 얼마 안됐지만 별의 별 일이 많네요.. 드라마 같은 하루를 글로 정리 해보고 이제 좀 쉬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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