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질 모자를 만나다...

알타비스타 작성일 03.11.25 0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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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104:+:0-0:+::+::+::+::+::+::+::+::+::+:전 편의점 알바를 합니다.
만 19살도 되지 않고 여자이면서도 야간을 하지요.

참 처음엔 쉽게 생각했더랬습니다.
그냥 손님들 물건 들고오는 거 계산만 해 주면 되지... 라고요.

일은 별로 힘들지 않은데 손님 대하는 게 너무 힘드네요.....
알바를 처음해 보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호프집, 백화점, 식당, 주유소, 책방, 애견센터...
아르바이트 많이 해서 손님들을 대하는 데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오늘은 때려쳐 버리고 싶더군요....

오늘 새벽 12시가 넘어서 보기에 한 10살이 조금 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들어 왔습니다.
고학년 쯤은 되어 보이더군요.
역시 어린애다 보니까 머리카락이 색도 옅고 얇아서
머리가 그렇게 길지 않은데도 이마를 가릴정도로 내려오더라구요.
옷은 오렌지색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 때 손님은 담배를 사러 온 어떤 아저씨였고
아저씨가 담배를 사고 소주를 사는 동안
그 남자애는 계속 과자 코너를 서성대더라구요.

아저씨가 나가고 애가 그냥 나가려길래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안녕히 가세요" 라고 말했죠.
그러니까 애가 깜짝 놀래더니 아래 뭘 떨어뜨리는 겁니다.

보니까 천원짜리 카라멜이더군요.(일본에서 온 1000원짜리 포도맛 카라멜)
전 애가 그냥 돈이 없는 것 같아서
천원 정도야 주머니에 있었기 때문에 애를 불렀죠.
그리고 누나가 사줄테니까 그것 좀 찍게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애가 머뭇머뭇 거리더니 와서 주더군요.
그런데 패딩 주머니가 이상한겁니다.
제가 그 애를 잡고 주머니를 보니까
그 천원짜리 카라멜과 껌(자일리톨)과 밀크카라멜이 장난아니게 많더군요.
그것들이 있는 장소는 카운터에서 바라볼 수 없는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그냥 제가 보기엔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알고보니까 주머니속에 집어 넣고 있던 거지요.

솔직히 이런 도난이 자주 일어납니다.
학교 근처다 보니까 손님 많은 시간에 들어 와서 하나씩
물건 집어 가는 일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시간대에는 저도 신경이 곤두서고 계산해주면서도
계속 경계를 하지만 자정이 넘은 시간에 사람도 한산한
편의점 안에서 그렇게 잔뜩 주머니속에 꾸역꾸역 집어 넣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점퍼도 그냥 점퍼가 아니고 반코트식으로된 패딩 점퍼라
많이도 집어 넣었더군요.

원래는 점장님께 연락하고 점장님이 오면 물건 값 10배 배상을 하게 하지만
애고 하니까 그냥 물건만 받고 돌려 보내려 했지요.
그런데 제가 물건을 주머니에서 빼내자 애가 "시 팔 !"
이라고 하는 겁니다.
분명히 제 귀로 들었고 제가 "뭐라고?" 하니까 다시 분명하게
"시 팔 이라고!!!!"
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카운터에 있는 그 리더기 있죠?
바코드 찍는 그걸 집어 들더니 제 머리를 내려치는 겁니다.
진짜 저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맞기 전에 막긴 했지만 제 머리 보다도 그게 망가지면 -_-;;;;;

저도 열받았고 바로 꼬마 부모님을 불렀습니다.
처음엔 전화번호를 말 안해 주길래 꿇어앉아서 손들고 20분 정도 있게 하니까
그제서야 말하더군요. (차마 제 동생도 아닌데 때리긴 뭐해서...)

전화를 하니까 아주머니가 받았습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전화 했다면서 뭐라뭐라 그러더니
사정을 설명하자 그제서야 한 5분 정도 후에 오더라구요.

오자마자 저 보고 씨x 뇬이 어쩌니 저쩌니....
남의 집 귀한 자식을 차가운 바닥에다 쳐 젱겨 놨느니 어쩌니 하시는 겁니다.
사실 도망갈 까봐 카운터 안으로 들여 놨었습니다.
사실 제가 추위를 많이 타서 히터도 틀어놨었기 때문에 춥기는 개뿔...
그리고 훔친 물건이 돈 되어 봤자 얼마나 되냐고 하면서
얼마냐고 그러길래 계산을 해 보니 대충 만 사천원이고
10배 배상이니 14만원이라고 했죠.
(원래는 부모님께 데려가게 해서 혼나는 꼴을 보고 싶었을 따름인데...)

그리고 아주머니가 하는 말이
"애가 먹고 싶은 데 돈이 없으니까 잠깐 물건 몇개 손댄거 가지고
그거 가지고 욹어 먹을 일 있냐? 그 돈 가지고 니가 쓸라고 그러지?"
라고 하면서 저한테 뭐라고 하는데... 어우....
진짜 아줌마가 너무 나이가 많이 들어 보여서차마 덤비진 못했지만
(늦둥인가 봅니다. 아줌마 나이가 40대 후반은 되어 보이더군요)
정말 아니면 저도 욕하고 덤볐을 겁니다....-_-;;;;
솔직히 욕은 했는데 한대 맞았습니다.-_-`;;;
쉬파.. 라고 했다가 무슨 말버릇이냐면서.....

여하튼 점장님한테 제가 연락했고 점장님이 잠이 덜깬 모습으로 오시더군요.
그리고 점장님이 오니까 주눅이 들더니 증거가 있냐고 잡아떼더라구요.
그 꼬마애도 자기는 안 훔쳤는데 제가 우기는 거라고 하더군요.
결국엔 CCTV 녹화 떠놓은 것까지 봐야만 했고
그걸 본 아줌마는 "애가 그런 걸 가지고 뭘 그러냐"라고 하면서
한번만 봐 달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전 애한테 바코드리더기로 머리 맞을 뻔 했고
그 애 엄마란 사람한테 뺨 한대 맞았기 땜에 무지 화가 난 상태입니다.
우선 돈은 제 손으로 들어오는 돈은 아니지만
여하튼 점장님이 아이라서 형사처벌은 불가하니 돈은 받았구요.

저는 그 아줌마 연락처를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저도 턱뼈 아프다 그러고 진단서 끊어서 고소 할까.. 라는
우스운 생각도 들긴 하지만
여하튼 애들이나 아줌마나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에혀....
ㅡㅡㅡㅡㅡㅡㅡㅡㅡ

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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