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사무라이…한·일 양국에 보낸 편지

전인미답 작성일 04.01.19 03:3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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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와 독도 발언으로 한·일간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사무라이 정신에 매료된 서양인의 무용담을 그린 영화가 있어 주목된다. 19세기 일본의 신식 군대를 훈련시키는 임무를 맡게 된 네이든 알그렌 대위(톰 크루즈)가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감독 에드워드 즈윅·수입 및 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를 통해 한·일 양국에 서한을 보내왔다는 설정으로 꾸며봤다.


To.대한민국

남북전쟁을 치르고 공허함과 허탈감에 빠져 있던 알그렌이오. 아메리칸인디언을 무참히 죽인 죄의식 때문에 견딜 수 없었소. 이런 나를 구원해준 것이 바로 사무라이 정신이었소. 개혁파에 맞서 전통을 고수하는 그들에게 포로로 잡혀갔지만 간신히 살아남았소. 하세가와 장군이 할복하는 모습은 충격이었소. 옆에서 머리를 칼로 내치는 것(가이샤쿠)은 명예롭게 죽는 것이니 고통이 없도록 도와주는 의미라 하오. 이색적이고 신비롭기까지 했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가쓰모토,남편을 죽인 나에게까지 복종하는 여인 다카를 만난 건 행운이었소.

허나 명예와 희생,용기 같은 사무라이 정신이 사라진 지금의 일본인들 모습에 안타까운 심정이오. 한·일간 사이버분쟁이 공격적인 테러 수준이라던데 상대 사이트를 마비시키고 비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닌 것 같소. 한국인들은 뜨겁게 달아오르지만 금방 식기도 잘하니 일본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금세 잊을까 걱정이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엄연한 내 것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 데는 상대할 가치도 없소. 허나 개구리를 찬물에 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자신이 죽는지도 모른다니. 넋을 놓고 있다 순간 빼앗기면 어쩌겠소.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화하려는 일본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무대응도 대외적으로 좋은 방법지만 대내적으로는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게 더욱 좋을 듯싶소.


To.일본

사랑하는 여인과 여생을 함께 보냈으니 일본은 나에게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오. 대포와 기관총에 대항해 칼과 화살로만 돌진한 전투에서 혼자 살아남았지만 할복하지는 못했소. 가쓰모토의 비장한 죽음에 천황의 신식 군대가 일제히 절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감동했지만 할복마저도 나에게는 사치의 영역이었소. 진정한 사무라이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의식이라고나 할까. 가쓰모토와 함께한 시적인 대화들,고즈넉한 마을,흩날리는 벚꽃이 아직도 눈에 선하오.

그런데 서글프게도 모두 옛것이 되어버렸소. 침략전쟁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고 역사적으로나 실효적으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일본땅이라 하다니…. 우표발행과 유통 또한 그 나라의 고유권한이오. 사무라이는 거짓말과 속임수를 치부로 느끼며 야비한 짓은 하지 않는다 들었소. 일본문화에 대한 개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되오. 겉으로는 웃지만 속내는 알 수 없는 일본인들이기에 하는 소리오.

P.S 정치적인 의도는 없으니 독도우표를 붙였다고 오해하지는 마시길.

/김채현 스포츠투데이 씨네리포터(현대카드·tank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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