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9월 1일 드디어 컴퓨터를 샀다 방문을 잠그고 포장을 뜯어 어제 새로 산 컴퓨터 책상에 조심스레 올려놨다. 멀숙하게 생긴 것이 정말 맘에 든다. 오늘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내일은 한번 해봐야지... 가슴이 설래여서 잠이 안올것만 같다.
2003년 9월 2일 오늘은 애 많이 먹었다. 컴퓨터를 어떻게 켜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컴퓨터 사용책자엔 전원을 켜라는데 컴퓨터에 전원이라는 글자는 없다 이리 보고 조리 보아도 없다.(혹 내가 못찾은걸까?) 아! 벌써 새벽 2시다. 이래서 MADE IN KOREA가 욕을 먹는것 같다.
2003년 9월 3일 아무래도 컴퓨터 앞에 단추처럼 가지런하게 있는 두개의 버튼이 신경쓰인다. "POWER" ..... 사전을 찾아보니 내가 알고 있는 뜻과 별 차이가 없다 "힘, 능력, 에너지, 활력 "... 그렇다면 요놈은 전원이 절대 아니란 말인데... 아무래도 "RESET"이라 써있는 쪼그만 버튼이 맘에 걸린다. 내일은 꼭 켜보리라.. 난 의지의 한국인이다.
2003년 9월 4일 수많은 걱정과 우려속에 조심스레 "RESET" 버튼을 살짝 눌렀다. 컴퓨터에 기별이 안가나? 다시한번.. (요번엔 좀 세게, 좀 길게 눌렀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젠 나의 참을성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 주어야 할때인거 같다. 내일은 집앞의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해야지... 기다려라 컴퓨터! 내일이면 넌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다. 푸하하하! 괜히 유쾌해진다.
2003년 9월 5일 학원에 갔다. 10분 지각이다. 근데 어찌된 일인가? 벌써 시작한 뒤였다. 내자리의 컴퓨터도 전원이란 놈이 들어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오늘은 자판연습이였다. 신기하게도 내가 두드리는 대로 화면에 나온다. 신기하다. 하지만 오늘도 어떻게 켜는지는 못 배웠다. 집에 와서 잠을 청하려해도 저녁에 학원에서 보았던 신기한 자판화면이 머리에 떠올라 컴퓨터에 다가갔다 하는 수 없이 검은 화면만 물끄러미 보며 자판을 두드렸다. 재미있었다.
2003년 9월 6일 오늘은 학원에 일찌감치 가서 기다렸다. 근데 학원선생이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전부다 컴퓨터를 켜는게 아닌가? 대단한 수강생들이다 싶었다 맞다! 하긴 어제 처음에 가르쳐 주셨겠지... 나만 시커먼 화면이였다 학원선생님께서 전원을 켜라고 했다. 참 난감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어제 쪼끔 늦게 와서 전원 키는건 못배웠노라고.. 웃는 학원선생과 수강생들의 얼굴이 귀여웠다.
2003년 9월 7일 오늘은 일요일... 어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학원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전원을 켰다. 이상한 글씨의 나열과 함께 화면이 켜졌다. 솔직히 눈물이 글썽거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내가 대견해진 기분이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께서도 대견하시단다. 근데 문제는 바로 전에 생겼다. 내 실수다... 켜는건 배웠는데 끄는건 ........ 답답하다. "POWER" 버튼은 킬때 사용하는 거니깐.... 또다시 "RESET"이란 놈이 자꾸만 거슬린다. 다시한번 큰맘 먹고 꾸욱하고 눌렀다. 초조해졌다. 성공! 성공이다. 꺼졌다. 어라 이상하다. 다시 켜졌다. 이상하다. 그래! 분명 끄는건 맞는데 공장에서 실수를 해서 불량이 나온건 아닐까? 어째든 서너번 시도하다 안돼서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애석하지만 컴퓨터는 켜논 상태로 당분간 놔둬야 겠다.
2003년 9월 8일 용기있는 자여 그대이름은 남자 학원선생님께 컴퓨터 끄는 걸 배웠다. 역시 친절히 가르쳐 주셨다. 이번엔 지난번처럼 웃는 애들이 많았지만 귀엽게만 보이진 않았다. 은근히 열받았다. 집에와 컴퓨터를 보니 상당히 뜨거워져 있었다. 애도 열받았나보다.
2003년 9월 9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과 애들에게 학원에서 배운 지식을 나누어 주었다. 물론 컴퓨터 끄는것과 켜는 것을 잊지않고 가르쳐 주었다. 모두 놀라는 눈치였다. 음.. 역시 아는게 힘이다 라는 학설은 맞는가 보다. 근데 이상하게 그후 나만 보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웃는다. 처음엔 존경의 미소인줄 알았는데... 아닌것 같다. "왕따" 그래 이지메 비슷한 느낌이다.
2003년 9월 11일 학교 가기가 싫다. 일부러 늦잠을 자는데 엄마가 깨우셨다. 도대체 학교 가기 싫은 이유가 뭐냐구.. 엄마한테는 말할 수 없다. 그래도 엄마에겐 자랑스런 아들인데... 하여튼 억지로 학교를 갔다. 종일 학교에서 시달림을 받았다. 내 컴퓨터 실력을 시기하는 사람이 많은가보다. 하여튼 사촌이 땅사면 배 아프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내일은 정말 안간다.
2003년 9월 12일 학원에서 내일은 최신식 수식계산 프로그램을 가르쳐 준단다. 아참! 웃긴다 미국녀석들. 최신 프로그램이라며 만들었다는데.. 우리 80년대 유행하던 자가용 이름을 붙이다니... "EXCEL" 아마도 80년대에 이 프로그램을 만들다 우리나라 승용차를 보고 연상했으리라... 쯧쯧 지금은 AVANTE가 유행인데... 그러고 보면 아무리 컴퓨터를 잘해도 유행감각이 뒤떨어지면 어쩔 수 없나보다. 학원에 나가봐야 배울게 없다. 이런 구닥다리나 배우고...
2003년 9월 13일 분명히 안간다고 했는데.. 엄마가 또 보채셨다. 참을 수 없어 사실대로 말씀드렸다. 모두들 날 싫어 한다고.. 그래서 가기 싫다고....... 그러자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나즈막히 말씀하셨다 " 그래도 애야.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학교 교장이 안가면 돼냐? " 할말이 없어서 가방을 챙겨서 학교에 갔다. 근데 정말 궁금한게 있다. 컴퓨터에 왜 쥐(남들은 MOUSE 라고 하지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니깐 ... 어쩔 수 없이 오늘은 퇴근길에 쥐덫을 사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