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일천구백구십... 몇년. 평소에 알고 지내던 형님과 함께 처음으로 나이트 클럽이라 불리우는 아직 탐험해 본 적 없는- 당시 나에게는 현실 세계와는 동떨어진 판타지 세계- 에를 가게 되었다.
당시 나이트라고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나 였기에- 나이트라고 하면 술먹고 노래만 부르는 줄 아는 나 였기에- 하지만, 나이트에서는 채팅과는 다르게 포샵질 없는 실제 얼굴보고 원나잇이 가능하다는 걸 주워 들었던 걸 나 였기에-
큰 설레임을 가슴팍에 묻지 않은채 나이트로 들어갔다. 당시 나는 미성년자 였음에도 불구하고, 연배가 높으신 형님들과 싸돌아 다니다가 나 때문에 술집에서 뺀찌 먹었던 적이 감게상당무량을 초월해 심히 죄송스러웠던 점이 한두번이 아니기에 위조 신분증을 가지고 다녔다.
'xxx학원수강증' 이라는 이름으로 명함집에서 종이를 만든 다음. 컴퓨터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대충 적어 만들어 알 수 없는 한자 도장을 찍어 코팅하고 다녔으니. 위조 신분증이라 말하기는 민망하나 당시 꽤나 잘 먹혔더랬다.
나중에 술 쳐먹고 그 신분증이라 할 수 없는 신분증을 가지고- 지금도 잘나간다는 강남에 한 나이트를 갔다가 문지기 형들(일명 기도)한테 '씨발 이거 니가 집에서 프린터로 뽑았냐?'라며 싸대기 후려 맞을 뻔한 뽕알치는 아픔은 다소 있지만- 그래도 동네 주점에서는 다 어서옵쇼 하면 신분증이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형님과 나 둘은 즐거운 마음으로 쿵따리 샤바라를 하러 신촌 줄리아나로 향했다. 지금 줄리아나 가면 20살에서 많아봤자 23살 먹은 아가씨들이 우글우글 하지만- 부킹보다는 즐거운 춤사위를 위해 분들이 많아 작업이 어렵지만- 그때는 그런거 전혀 몰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웨이터와의 가격 쇼부를 목격한 날이였다. 같은 가격에 맥주를 5병 더 준다며 좋아하던 그 형님에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 형님에 연배가 연배시고, 연세가 연세시라 당시 룸을 잡았더랬다.
물론 나도 세상에 태어나 다른 앞에서 춤춰 본 것이라곤 중딩시절 극기훈련이라는 미명하에 2시간씩 버스를 타고 시골 야산에 끌려가서 한달동안 안무를 맞춘 룰라에 날개잃은 천사를 췄었던게 전부였었다.
어렵풉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당시 시각은 11시. 여자 손님 20명에 남자 손님 30명 정도가 있었더랬다. 그리고. 룸은 잡은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더랬다. 술을 먹으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 때 였다.
'쫌 있으면 여자 부킹올꺼야. 형 하는 보고 잘 해봐.'
지하철(아직도 기억한다) 형님께서 양주와 안주를 세팅하고, 10분이 채 못되 부킹이 시작돼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얘랑 얘기를 해야되서 그런데 좀 나가주시겠어요?'라며 말도 안되는 말로 맘에 안드는 여자를 내보내는 형을 보며, '부킹은 철면이다'라는 신조를 가슴속에 아로새기고 있을 무렾, 전에 들어왔던 남자는 아닌 인간들에 비해 훨등히 빼어는 미소를 자랑하는 두명에 여성 동지가 문을 열고 드러왔다.
지금에 내가 그 때 그 상황이라면 귀염깜짝 여성동지에게 '안녕, 여기가 니 자리야'라고 잽싸게 맨트를 날렸겠지만 당시에는 그럴 기백이 전혀 없었고, 부킹을 통해 여자가 남자옆에 앉는 순서에는 내가 모르는 규칙이 있었을거라 생각했던 때였다.
그래서 걍 주딩 다물고 쳐 앉아있었다.
그랬더니 이게 왠걸. 귀염깜짝소녀는 형님에게로. '그냥그'런 여자는 내게로. 이렇게 자리배정을 해주는 것이 아닌가. 난 심히 분개할 수 밖에 없었다.
...라고 나와야 문맥에 맞지만 본 글은 드라마가 아닌 단 1% 구라만을 허용하는 사실이기에 사실 그대로 말하겠습니다.
귀염깜찍소녀가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는 딱 한마디를 던졌다.
'술 한잔 안줘?'
생각했다. '나는 악인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처음 본 남자에게 술한잔만 달라고 말하는 곳이 나이트란 곳이구나' 생각했다. '씨부랄- 존나이뻐.존나이뻐.존나이뻐.'
심하게 두근거렸다. 당시 알게 모르게 말주변이 없었던더라 말을 하긴 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떤 말을 해야될지 전혀 몰랐었다. 초딩학교 수업시간 때 한번에 발표를 한번씩 할 때마다 하트모양에 스티커 한장씩을 나눠주어 매달 1/2/3등에게 공책을 선물로 주는 정책이 없었다면 그나마 이 얘기도 못했을지 모른다.
'안녕하세요.'
1분이 지나고 나서 했다는 소리가 고작 안녕하세요 였다.
그녀:'나이트 처음이예요?' 나: 아니요. 두번째요. (처음이라 하기엔 존나 쪽팔렸다. 하지만 많이 와봤다고 하기엔 사전지식이 너무 없었기에 두번째라고 말했다)
그녀는 '히죽' 웃었다. 그 때 그녀가 웃었던 웃음이야말로 어디에서 말해도 떳떳히 말할 수 있는 '히죽'이였다.
그녀에 나이가 23살이라 하기에 '전 미성년자인데 명함집에서 학생증 만들고 제가 제 이름 넣고 뻥쳐서 들어왔어요' 라는 구체적인 말은 그녀가 별로 달가워 할 것 같지 않았기에 그냥 동갑이라고 했다. 동갑이라는 말을 뱉자마자 23살이 무슨 띠인지를 존나게 생각했었지만 그녀는 결국 묻지 않았다.
얼레벌레 노래 부르며 놀고 있는데 형님에 아씨께서 집에 가셔야 한다고 하셨다. 형님에 아가씨와 나 파트너는 친구였다. 그래서 그녀도 같이 떠날까봐 쪼그라들어 있는 심장을 어루만지며 '제..발 .가.지... ...말아...요.'라는 콩알만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내가 쉬었던 콩알은 그녀가 아닌 형님에게로 전해졌다. 형님께서 형님에 아가씨를 집까지 바래다 드린다고 했다.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 50억명에 사람이 산다면 적어도 난 착한랭킹 24억 9999만 9999명안에는 드는구나'
착한 일을 하면 반드시 돌아온다 믿으며 살고 있었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근데 원래 돌아오는 모든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라 착한 일 하는 것을 잠시(?) 중단하며 살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잠시만 건의사항에서 말하는 '곧 고치겠습니다'의 '곧'과 같다.
형님에 배려(지금 생각해보니 나 때문이 아닌 밖에서...)로 그녀와 나 단 둘만 남게됐다.
앗!! 이름이 생각났다. 정다빈. 지금부턴 정다빈으로 한다. 이른 들어가면 상상하면서 글읽을 수 있어 좋더라. 다빈이는 양주를 좋아한다 했다. 그래서 둘이 남은 반병을 다 먹어 치웠다.
내 요상한 술버릇중 하나가 취하면 안된다 생각되는 자리에서 술을 마시면 술이 안 취한다는 거다. 지금 술 졸라게 많이 먹어야 소주 2병 먹는다. 2병 먹으면 내가 어떤 안주를 먹었는지 꺼내서 한번 확인하고 바로 집으로 간다.
헌데 취하면 안되는 자리라 생각되면 4병을 먹어도 그 자리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말짱한 '척'할 수 있다. 당시에도 그런 내 요상한 기질에 술버릇은 당당히 기풍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빈이는 조금 취해 있었다. 나도 상당히 취해 있었다.
그러나 다빈이는 취한 기미(그녀에게는 취하지 않았는데도 취한 것 처럼 보이는 나보다 더 요상한 술버릇이 있는지도 모르지만)가 보였다.
취한 기미를 32%쯤 누출할 무렵, 양주 반에 반병에 힘을 비러 한 손으로 그녀에 허리를 감싸 앉았다. 좀 솔직히 얘기하자면 어깨 동무를 한 상태에서 팔을 아래로 슬금슬금 내렸다. 영화에서 무진장 많이 나오는- 그래서 무쟈게 해보고 싶었던 자세- 였다.
허리를 감싸 앉은게 중요한게 아니라
정다빈을 닮은 여자와- 처음보는 자리에서- 딱 24 정도로 생각되는 허리를 감싸 앉았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아무말 하지 않은 다는 것-
당시 내게로서는 내겐 큰 의미였다.
오늘따라 성급하신 좌뇌형이 지금이야말로 절대절명에 러쉬 타이밍이라고 소리쳐왔다. 곧장 시즈 모드를 풀었다. 파트너를 바래다 주겠다며 먼 길을 떠나신 형님에 대한 기억은 한쪽 구석탱이에서 남몰래 쉬고 있는 scv가 되었다.
그래도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간다고 하니 집에 바래다주고 지금 거의다 왔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도 형님덕분이 해피 엔딩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니 좀 더 기다렸다. 30분을 노래부르며 기다려도 안 왔다.
'그 형, 안..와?'
다빈이가 그 말을 하자마자 바로 나와 버렸다. '조금만 더 기다리자'에서 '조금'까지만 말해도 왠지 나가버릴 것 같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에 퍼부었다. 그 불안감 때문에 새벽에 혼자 집에서 컴퓨터를 켜야 하는 상황이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잽싸게 나와버렸다. 계단을 다 올라 1층에 갔을 때 딱 형과 마추쳤다.
'니네 어디가? 더 안 놀아?' '형 없어서 둘이 계속 노래만 불렀어요. 저희 그냥 갈테니깐 형 더 노시다 오세요'(나이트에서 혼자 있는게 어떤 건지 그땐 몰랐다. 걍 이쁜 여자 계속 들어올테니 상관없겠지.. 하는 생각에서 했던 말이였다) '혼자 어떻게 있냐. 그럼 그냥 집에 가야겠다'라고 말은 하면서 눈은 지하를 향해 있는 형님이였다.
순간 미안했지만, 그 미안함은 다빈이에 얼굴을 보는 순간 '그럴수도 있지 머...'로 둔갑했다.
밖으로 나와서 모텔로 돌진했다. 지금은 줄리아나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리에 나이트가 있기는 있는데 그 주변은 온통 모텔촌이다.
손을 잡고 괜찮아 보이는 모텔이 있으만한 곳에 스캔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맘에 드는 모텔을 찾았을 무렵, 다빈이에 손을 잡고 모텔앞에 들어섰다. 그리곤 아무말 없이 들어갔다.
순간 그녀가 멈짓- 했다. '씨발 싸대기 맞을라나?' 라고 혼자 생각했는데.
좌우를 살피더니 그냥 따라 들어왔다. 아까 쪼글어들었던 심장이 이제서야 풀리는 듯 했다.
2층 키를 받고 계단을 오르는데 처음온 나이트에서 처음 본 여자랑 모텔을 간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 싸버리고 말았다.
...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거의 그정도였다.
침대에 누워 말 한마디 없이 그녀에 옷을 벗기고, 나도 옷을 벗었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옷을 벗길 때 '나 원래 처음만난 남자랑은 안 자는데...' 라는 듣는이 없는 혼잣말만 궁시렁 거렸다.
지금 같았으면 '응 나도 마찬가지야. 처음 만난 여자랑 자는거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이야.' 라고 걍 치고 넘겼을 텐데 그 때는 '얘 맘 바꾸기 전에 후딱 벗어야돼' 라는 생각 때문에 초스피드로 벗기는데만 치중했다.
격렬하진 않았지만 심장 하나만은 미치도록 쿵쾅 거렸던 끙끙이 끝났다. 다른때와는 달리 아주 기분이 좋았다. 보통 원나잇 이후에는 '이 짓하려고 그렇게 멘트를 치고 아까운 돈과 시간을 투자했던가'라는 생각이 다분히 드는데 다빈이는 예외였다.
나보다 연상이였다는 점- 쿨하게 했다는 점- 그리고 깜찍귀엽 자체 였다는 점- 오늘을 놓고보니 나중에도 또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
지금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때의 그 첫번째 나이트 경험 때문에 지금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며, 나이트로 돌격하고 있지만- 그 땐 정말 모든것이 완벽했다.
그 이후로 거의 천번(오바임)을 치울정도로 나이트를 다닌 것 같지만, 아직까지도 그렇게 괜찮은 여자에게 힘들이며 멘트 안 쓰고, 그렇게 쿨하게 나온적은 없는 것 같다.
두시간 정도 누워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모텔에서 나왔다. 다빈이는 그 근처가 집이라 했고, 난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친구들에게 '나이트'라는 곳을 이야기 할 때 '끊임없이 이쁜 여자가 들어오는 곳'이라 말했던게 생각난다. 지금 누군가에게 나이트에 대해 말하라고 한다면 '들어올 때의 기분과 나갈때의 기분이 화장실보다 딱 1% 못미치는 곳. 그러나 아주 가끔 그러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 아주 가끔에 이끌려 가게되는 곳' 이라 말할 것이다.
이후 우리집에서 한번의 끙끙을 더한뒤 보지는 않았다. 나는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그녀는 나름대로 좋은 남자 만나느라 바쁜 것 같았다. 그 형님은 집까지 모셔다드린 그 여자와 6번을 만나고도 한번도 못했다 한다.
역시. 초반러쉬가 중요한다. 시즈를 풀라. . . . 너무 간만에 썼네요. 항상 '자주 써야지' 라고 생각하지만. 항상 '너무 간만에 썼네요'라는 구절이 붙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