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미 그이는 자리에 없었다. " 내일 아침은 꼭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해여 "하고 다짐하듯이 그이에게 말을 해놓았으나 그이의 자리에는 반듯하게 펴놓은 이불만이 놓여있었다.
총각시절 부터 아침을 먹지 않고 다녔다는 그이의 변명이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이는 나를 깨우기 미안한 것이었다.. 가뜩이나 아침잠이 많은...
아침 일찍 맞추어 놓은 알람시계는 off로 되어있다.알람이 울리기 전에 그이가 이미 꺼놓은 것이리라.
처녀시절 "뭔가에 방해받지 않고 그냥 아침 햇살에 눈이 부셔 눈을 떴으면 좋겠어여" 라고 농담으로 말한 그 한마디를 그이는 아마도 결혼한지 1년이 넘도록 조용히 나를 위해 실천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만 눈물이 질끔 나왔다.
집앞 상수리 나무에는 가을먹이를 한참 준비중인 다람쥐들의 바쁜 분주함이 보이고... 오늘 저녁은 그이를 위해 그이가 좋아하는 새우튀김을 준비 해보리라.. 입김을 호호 불며 맛나게 튀김을 먹는 그이의 표정이 보고 싶다...
-- 아내의 일기 중에서 ---
오늘도 지각이다. " 내일은 일찍 출근해야 하니까 자명종 좀 맞춰놓아져 " 하고 아내에게 자기전 얘기 했던 것이 기억난다. 오늘도 와이프는 옆에 퍼질러 자고 있다.
자명종 알람을 가장 크게 해서 아내의 귀에 대어 보았지만 겨울잠 자는 북극 곰마냥 미동도 않는다.
아침을 거르고 출근한지 어언 일년째...
흔들어 깨우려고 하였으나 아침에 흔들어 깨우는 남편에게 위자료 청구 이혼 소송했다는 친구 이야기를 처녀 시절 나에게 늘어 놓은 기억이 갑자기 떠올라 흠칫 몸을 떨어본다.
부엌에는 밀가루 반죽이 놓여 있다. 아마 저속에다 무언가를 집어 넣어 튀김을 시도 한다고 하지 않을까. 지난 번처럼 튀김옷안에서 이쑤시게가 발견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 까르르 .. 이쑤시게 튀김이네.."하고 가증스레 웃던 와이프 얼굴이 떠올라 식은땀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