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녀석의 별명 》
"추웅~썽!! 신고함돠!! 병장 000 외 00명은 2004년 6월 8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슴돠!!
이에 신!고!함돠!"
그렇다.
난 오늘 전역을 했다.
민간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푸히히히히
오늘 아침에 2년을 함께 동고동락하던
9명의 동기들과 전역신고를 마치고
정말 우리는 행복한 모습으로
각자 고향 앞으로!!를 외치고 있던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어느 부대나 그렇듯이...
군대에선 이름보다는 별명을 훠얼~~~씬 많이 사용한다.
특히나 남자들만의 세계 속에서는
사회에선 입에 올리기조차도 민망한
그런 므*-_-*흣한 별명을 가진 이가
어느 부대에나 꼭 한두 명씩 있는 법이다.
우리 부대도 예외일순 없었고
동기가 워낙 많았던 터라
그 므흣한 별명을 소유한 한두명의 주인공이
바로 나의 동기녀석이었다.
녀석의 별명은
가운데 있는 녀석(?)이
큼지마악-_-한 관계로...
자-_-지 였던 것이다.
-_-
-_-;
-_-;;;;
이 얼마나 군바리다운 별명인가!!!
왕녀석(?), 빅녀석(?), 울트라녀석(?), 말녀석(?) 등등...
화려한 수식어를 거부하고...
그냥 자-_-지...
-_-
어...어쨌든 간에
녀석은 최소한 군생활을 하는 동안은
자신의 별명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가끔씩 자신의 별명을 인식시키듯
녀석(?)을 과시하는 추태마저도 보였드랬다.
또 한녀석...
그놈은 코가 커서 코돌이였다.
그냥 그뿐이었다.
코돌이 녀석은 코도 컸지만 목소리 또한 유별나게 컸다.
대한민국 육군 제일의 우렁찬 목소리라는 근거없는 소문도 있었다.
게다가 녀석은 아~~~주 단순하기까지 했다.
녀석의 뇌는 혼란이란게 없었으며
뇌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굴러가는 인생이었다.
머 암튼 이런 동기녀석들과 같이 전역을 하고
각자의 고향으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가는 전철을 탔다.
다행히 전철 안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
우리 10명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서 가더라...-_-
당신,
그런 경험이 있는가?
모두가 앉아있는 버스나 전철에 나홀로 서있을때
그 집중되는 시선들을 느껴보았는가?-_-
가뜩이나 군복을 입고 쪽팔려 죽겠는데
모두가 우리에게 집중해주는 분위기...-_-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대한민국 예비역 병장이 아니던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놈 = 오늘 제대한놈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놈 = 내일 군대가는놈
이라는 불변의 공식을 머리 속에 주입시키며
앉아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이 천하의 단순쟁이 코돌이 색히가
슬금슬금 우리 무리에서 이탈해서
반대편 문쪽에 가서 섰다. -_-
-_-
녀석은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우리가 창피했나보다. -_-
단지 그뿐이었다면 용서를 했건만
반대편 문쪽으로 홀로 걸어간 녀석은
우리를 향해 그 특유의 큰 목소리로
"야 군복 입고 이렇게 우르르 모여있으면 쪽팔리니깐, 난 여기 있을께."
녀석 딴에는 조용히......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겐 아주 큰 소리로
너무나도 친절하게 외쳐주시는 것이었다.
여기저기서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우린 너무 쪽팔린 나머지
코돌이 녀석을 쌩까주기로 합의했다.-_-
그렇게 두 정거장 정도를
코돌이 녀석을 철저히 무시한채
우리끼리만 속닥거리기도 하고
킥킥거리기도 하면서 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코돌이 녀석이
이 찢어죽일노무색히가-_-
자신이 먼저 우리를 버렸다는 사실을 까먹었는지...
아니면 혼자서 너무나도 심심했는지...
다시 우리들과의 접촉을 시도해보려
노력하는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코돌이 녀석은 단순해서 얼굴표정에 모든 생각이 다 드러난다.-_-;;;)
하지만 코돌이 녀석이 얄미웠던 우리는
다들 창밖을 바라봐주기 시작했고
코돌이넘은 표정 하나만으로도
아주 뻘쭘해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_-;;
그리고 나서 녀석은
무안함을 만회하기 위해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무리에 다시 끼어들기 위해
반대편 문쪽에서
녀석 딴에는 조용히...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소리로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대화를 시도했다.
" 야!! 자-_-지 넌 전역하고 집에가면 뭐할거냐?!!!"
-_-
-_-
-_-
순간,
전철 내부는 얼어붙어버렸고
우리는 달리는 전철의 문을 부여잡고
어떻게든 밖으로 뛰어내리려 쑈를 하고 있었으며...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들 사이에서
자-_-지 녀석이 누군지를 추적중이었다.
그리고...
자*-_-*지는 영혼이 이미 고향에 내려가
샤워하고 잠들어 있었다.-_-
전철은 참으로...
참으로...
참으로 조용했지만...
코돌이는 이 조용한 전철이 어색하지도 않은지...
녀석 딴에는 조용히...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소리로...
" 자-_-지야!! 너 집에 가면 뭐할거냐고?!!!!!"
-_-
-_-
-_-
이미 하늘은 우리의 제대를 시기하고 있었고
자*-_-*지 녀석에게는 사형을 언도하였으며...
코돌이 녀석에게는 세상을 참으로 해맑게 살아가게 하는
축복을 내려주셨다. -_-
약 30여초간의 정적...
30여초 동안 전철 안은 썰렁함 + 어색함으로 가득했고
그제서야 이 왕단순쟁이 코돌이 자식도
먼가를 눈치챈 듯
슬금슬금 우리에게 다가와
씨^____^익 웃었다.
그리고 나서 녀석은....
자-_-지 녀석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녀석 딴에는 조용히...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목소리로
" 자-_-지 이새끼야!!! 제대했다고 벌써 쌩까기냐?!!! 우린 영원한 전우잖아 자-_-지야!!!
-_-
이렇게 우린 제대해서
각자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2년1개월 1주일이라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시간 동안
한솥밥을 먹고...
같이 잠들고...
같이 뛰고...
같이 구르고...
같이 쓰러지던...
나의 영원한 전우들의
언제 어떻게 만날지도 모르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 지옥만 같던 군대가...
얼마나 정겨운 곳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가...
...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가슴 한쪽을 아려오고
괜시리 24살 사나이의 눈에 눈물을 괴었다.
자-_-지는
제대하는날...
많이 울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