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벌써 고등학교 졸업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잘해왔던 터라 내심 기대했는데 내가 원하던 바와 다르게 대학에 입학한 큰애와 다툼도 많았다. 한동안 서먹하게 지내다가 왜 그런지 딸이 마사지를 해준다고 자로 내 발을 두들기는 거다.
“저… 엄마 나 내일 졸업식 끝나고 찜질방 놀러가도 돼? 그래서 말인데 나 돈 좀 주라.”
그럼 그렇지. 역시 꿍꿍이가 있었다. 발 마사지가 시원해서 싫은 내색은 보이지 않았다. 큰애는 내 얼굴에 팩도 바르고, 금방 넷째가 와서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는 거다. 넷째에게 “이거 어디서 배웠냐?”라고 물으니 “TV에서 하는 거 보고 따라 했어” 한다. “TV 헛것으로 본 거는 아니구만” 하니 “언제는 TV 많이 본다고 뭐라 했으면서”라고 대꾸한다. 넷째는 달걀 프라이 한답시고 집 안을 온통 연기로 채우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지만 애교가 얼마나 철철 넘치는지 함께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난다.
둘째가 읍내에서 산 꽃다발을 안고 들어온다. 언니 졸업식이라며 꽃을 사온 모양이다. 이 녀석은 뱃속에서 하도 발버둥을 쳐서 사내아이인 줄 알았더니 나와 보니 딸인 게다. 사내라고 기대를 많이 해서인지 어렸을 적부터 머리도 짧게 잘라 남자처럼 키웠다. 머리 좀 길러보라고 해도 도통 듣지 않는다. 성격도 남자 같은 둘째는 고집도 세지만 엄마 힘들까 봐 소여물도 알아서 해놓는 센스가 있다.
“엄마 꽃 어떻게 해?” “물에 담가둬.” 셋째가 꽃이 시들까 봐 그러는데 영 시원치 않다. 아빠를 닮아선지 심부름을 시키면 청개구리 마냥 지지리도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만 언니 교복 군말 없이 물려받아 입어서 고맙다.
딸 넷을 낳고 미역국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서러운 적이 있었지만 요즘은 딸들이 있어 얼마나 든든하고 행복한지 모른다. 딸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