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방송권자인 한국방송협회는 공공장소 등에서 월드컵 경기를 상영할 경우 비용을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길거리 응원전과 이벤트를 준비했던 기업체와 학교,음식점 등이 행사를 취소하거나 비용 지급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D사는 13일 ‘한국 대 토고전’ 때 서울 홍대 앞 클럽에서 200명의 미혼 남녀를 초대해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방송협회측이 “월드컵 영상물에 대한 권리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가지고 있고 국내는 방송3사들이 판권을 샀기 때문에 응원전을 하려면 비용을 내야 한다”며 5000만원을 요구해 행사를 취소했다.
대구의 한 건설업체도 같은 이유로 행사를 취소했다. 이 업체는 당초 월배지구의 견본주택안에 대형 PDP TV를 설치해 방문객들이 시청하게 할 계획이었다.
서울의 한 전문학교는 비용 지불을 거부했다. 학교 관계자는 “수험생들을 초청해 1층 로비에서 초대형 스크린을 통해 토고전 경기를 시청할 계획”이라며 “고작 100∼150명 오는 행사인데 중계권료를 내라는건 무리”라고 주장했다. 프랜차이즈 식당을 비롯한 음식점들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송협회 대행업무를 맡은 S사측은 “방송사가 어마어마한 금액을 지불하고 사온 권리를 프로모션 목적으로 무단 활용하는 것에 대해 당연한 조치”라며 “당초 시청 자체를 금지했다가 방송사가 FIFA와 협의해 판매권으로 전환했고 다수에게 오히려 혜택을 주자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그는 “유럽에서는 작은 식당에서도 개별 시청료를 내고 경기를 시청한다”며 “허가절차를 밟지 않고 무단 상영시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협회에 따르면 한국대표팀 경기나 결승전을 특정 장소에서 1회 방영할 경우 5000만원,한국대표팀 경기 모두를 전국적으로 여러 장소에서 생중계할 경우 3억원,월드컵 본선 64 경기를 지속적으로 중계할 경우 장소당 3억원,한국전 이외 경기는 한 장소에서 1회 방영할 때마다 20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양대 법학과 박성호 교수는 “FIFA가 정한 규정에 기본적으로 따라야겠지만 광장 등에서 영리 목적으로 프로모션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무료상영을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