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전이 열리는날 4살된 아들이랑 아내랑 둘이서 시청앞에 갔습니다. 지인이 시청 뒷편에 사무실이 있어서 차를 주차하고 아내랑 아들 빨간옷 입히고... 열광적인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그러나 경기가 역전되자 점점 난장판이 되더군요. 맥주 패트병이 날아 다니고 (패트맥주 개발한 사람 정말 고맙습니다) 잠시후 스프레이에다 불을 붙이고... 신문, 종이에 불붙여 집어던지고 난리가 났습니다. 어디서 구했는지 에프킬라, 컴베트 까지 구해서 불을 붙이더군요.
게임이 종료되자 사람들이 열광하는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부모 입장이다 보니 4살 된 아들이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술에 취해서 서로 얼싸 안고 뛰어다니고, 사람들 앉아 있는데 태극기 들고 군중 사이를 뛰어 다니는데 앞도 보지 않고 뛰어 다닙니다.
태극기를 휘두르는데 국기봉이 각목도 있고 쇠파이프도 있습니다. 맞으면 큰일나겠더군요. 인파에 밀린 어떤 남자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밀지 마세요, 임신한 사람이있습니다" 했더니 응원단 십여명이 여자를 에워 싸더니 임신부 배에다 얼굴을 대고 "대한민국"을 연발하더군요. 여자는 하얗게 질려있고. 남편이 응원단을 밀자 어떤 학생이 남편 멱살을 잡으면서 욕을 하고.
뒷쪽에서는 술취한 젊은이가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뭐라고 했다고 "이 늙은이가 집에서 있지 뭐하러 기어나왔냐? 다음 월드컵은 늙어 죽어서 못보겠네? 약오르지, 난 또 볼수있다"하면서 싸움이 벌어지고 경찰 통제선은 다 무너져 도로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공중전화의 수화기로 전화기 두들기면서 대한민국 외치다 전화기가 박살 났습니다. 도로에 나온 군중들은 지나가는 버스, 택시, 승용차 모두 세우고 지붕에 올라 타고 차를 박살 내더군요.
경적을 울리면서 운전자가 뭐라하니 응원단은 욕설과 "야 저차 올라타"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그차에는 지붕, 보닛에 사람들이 올라가 박살을 내버립니다. 폭주족들은 사람사이로 요란하게 지나다니고, 사고도 몇건 봤습니다. 근처 상가 입간판은 몽땅 부서지고 애가 목마르다고 해서 편의점 갔더니 냉장고에서 술이랑 음료랑 아무거나 꺼내서 그냥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거의 강탈이더군요. 편의점 주인은 입구에서 "계산하고 가셔야죠" 라고 해도 욕하면서 계산했다고 그냥 밀치고 나옵니다. 그리고 한마디 합니다."야 오늘 같은 날 그냥 쏴라, 나같으면 꽁짜로 다 주겠다 쪼잔하긴" 전쟁터 대피하듯 골목으로 빠져나와 차를 가지고 집으로 가는데 차도 입구에서 사람들에게 막혔습니다. 앞에 차들은 사람들이 흔들고 있고 흥분한 응원단 일부는 차 지붕에 올라가 쿵쿵 뛰고 있었습니다. 저는 후진하자, '야 저차도 잡아.. 박살내벼려' 하면서 저를 잡으러 따라오고 제가 유턴하자, 육두문자를 써가면서 저를 쫓아 오더군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왜 내차를 부수려고 따라 오는지... 간신히 응원단이 없는 골목에서 숨어있었습니다. 새벽4시쯤 몸만 빠져나와 보니 대로변은 대충 정리가 되어있어서 그때서야 차를 가지고 집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경찰도 있었고 어른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대한민국 사람아냐?" 라는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 일부 응원단들...
대한민국 사람은 축구 이기면 어른에게 욕해도 되고, 남의 차 부셔도 되고, 남의 상점에가서 물건 훔쳐도 되고, 길가에 서있는 입간판 부셔되고, 공중전화 박스 박살내도 되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