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댓글 수준은... 현대차 노조에서 여러해 계속 파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논리적인 비판보다는 감정적인 대응이 가득하네요. 특히 현대차 노조에 대해 비난하시는 분들에 대해 여기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째, '좋은 대학' 혹은 그냥 '전문대 수준 이상의 고등교육'을 이수하지 못 한 사람이, 특히 생산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벌면 안 되는 건가?
이 글이나 댓글 달린 거 보면은 '나는 몇 시간 일하고 얼마 받는데, 자기네들은 뭐 잘났다고 연 4500만원씩 받는건가??'라든지, '나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으면서도 더 달라고 하다니 배가 처 불렀군' 이런 식의 표현이나 정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돈 많이 받으면 안 되는 겁니까? 스스로 노동자라 칭하는 사람이나, 일반적으로 노동자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평생 죽어라 일해도 겨우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임금만 벌어야 된다는 건가요?
둘째, 첫째에 이어서 돈 많이 받는 직장에 나니는 사람들 중에 노조가 있어 거기에 가입한 사람들은 파업하면 안 되는 건가?
노조 조직이 되어있지 있지 않은 걸로 보이고 임금이 적은 직장에 다닌다고 주장하시는 몇몇 분들이 이런식으로 말씀하시던데요. 원론적인 얘기일지는 몰라도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입니다.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는게 과연 잘못된 일일런지. 물론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가며 권리를 행사하는 게 잘못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살펴보면 나의 권리행사가 남에게 피해를 어느정도 끼치는 경우는 상당합니다. 더구나 원래 파업은 다른 이에게 어느정도 손실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성질을 지니고 있고요. 그리고 그 어느 누구도 평균 연봉 4500만원 받는 현대차 노조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평균적으로 몇 시간 일하고, 이게 기본 수당인지, 중앙값이나 최빈값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분석자료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군요. 어느 일방의 주장만을 근거로 삼아 검증된 사실인양 말하는게 정당한 건가요?
물론 현대차 노조가 걸핏하면 파업벌이고, 협상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건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협상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지역과 국가 경제에 손실을 끼쳐가며 다룬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게다가 현대차에서 파업벌여 손실이 발생하면 현대차가 대기업의 힘으로 그 손실을 하청업체와 비정규직에 떠넘기고, 그로 인해 현대차 노조원들과 하청업체 직원간에 임금과 처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소극적이지요. 이러한 이면을 무시하거나 간과하면서 '파업투쟁'을 벌이는 현대차 노조를 단면적으로 비판한다면 분명 초점이 어긋난 겁니다. 요새 이와 관련해 인터넷 상에 나도는 글들 - 이번 글들을 포함한 - 을 보면 기본적인 사실도 성실히 검증해 보지도 않고 자기 감정만 배설합니다. 돈 많이 버는데 무슨 파업이냐는 식으로 사람에 대해 포퓰리즘적 비난을 하면 카타르시스는 느끼겠으나, 문제해결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됩니다. 좀 더 성실한 자세로 논쟁과 비판에 임하기를 바라면서 글을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