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믿어지지 않는 파란만장한 인생인지라 곧장 위키피디어와 구글을 사용하여 관련된 정보를 찾아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의 이름이라는 Steven Bigera를 구글에 입력했더니 관련 사이트 목록이 줄줄 표시되었습니다. 문제는, 모든 사이트가 사실은 한국어로 되어 있더라는, 다시 말해서 위에서 보여드렸던 글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들만 모아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스티븐 비게라라는 인물에 대한 영어로 되어 있는 정보를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스티븐 비게라라는 인물은 1928년에 태어나서 73살이 되던 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구단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나이 계산이 맞다면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옛날인 2001년에 구단주가 되어 2002년에 사망했다는 얘긴데요, 그래서 맨유 관련 사이트에 짤막하게나마 이 사람에 대한 언급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 Steven Bigera Manchester United라는 검색어를 구글에 집어넣어 보았습니다. 뭐 그래봤자, 앞에서 이미 스티븐 비게라라는 이름으로 했던 검색이 실패했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수 없었습니다. Steven과 유사한 이름인 Stephen과 Steve를 넣어봐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
맨유의 역대 경영진 명단을 입수할 수가 있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궁금함을 어느정도 풀 수 있겠습니다만, 최근에 맨유가 말콤 글레이저 가족에 넘어가면서 불거진 스캔들이 워낙 컸던 탓인지 글레이저 일가에 대한 내용 외에는 이렇다한 자료를 아직까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맨유를 거쳐간 역대 선수들에 대한 기록은 풍부한데 말이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스티븐 비게라라는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는 심정적인 가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스날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잘 알려진 클럽 이름과 1928년 5월 13일이라는 비게라의 출생년월일을 제외하면 이 인물의 약력에 구체적인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점도 제가 가진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소입니다. (이 인물이 1943년도에 아스날 유스팀에 발탁되었다고 적혀 있는데요, 그런 옛날부터 잉글랜드 축구에 유스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었다는 것도 쉽게 믿어지지는 않는 내용입니다.) 마지막에 실존인물임을 강조하는 것이 유난히 눈에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단지 심심풀이 농담으로, 흥밋거리삼아 만들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그것은 오히려 큰일입니다.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는 그것을 처음 만들어 낸 사람에게 그저 장난거리에 불과했을지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것을 진실한 정보로 분류, 언젠가 재활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를 상상해볼 수 있죠. 영국에 놀러간 한국 사람이 맨유 팬을 만나서, 아는 체를 하며 스티븐 비게라에 대한 얘기를 하게 되는 상황 말이죠. 만약에 스티븐 비게라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면 이 한국 사람은 이역 만리 외국땅에서 망신을 당하게 되는 거구요. 인터넷에서 횡행하는, 거짓 정보를 흘리는 소위 "낚시질"에 대해 제가 특별히 민감하게 느끼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거짓 정보에 의해 커뮤니케이션에 장해가 발생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것일까요? 사실 스티븐 비게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가 위에서 말씀드렸던 misinformation에 대한 견해를 당장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맨유의 경영진에 대한 자료를 찾을 수 있으면 당장 해결되는 문제이긴 한데, 일단 이 프로젝트에는 "진행중"이라는 딱지를 붙여놔야겠습니다. 도와주실 분 안 계신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