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이 2일 밤 8시,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진 이란과의 `AFC 아시안컵 2007` B조 예선 3차전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본선 진출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한국은 경기 내내 공세 주도권을 확보하며 파상공세를 펼쳤고, 전반 45분에 김두현의 프리킥에 이은 설기현의 헤딩골로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한국 수비는 이란의 공격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별다른 위기 상황을 내주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경기를 완전히 장악하고도 추가골을 만들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중동의 강호 이란을 상대로 충분한 훈련 시간을 확보하지 않고도 공격과 수비 양면에서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만족할만한 경기였다.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3연승으로 B조 예선 단독 선두 자리를 고수한 한국은 오는 6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만을 상대로 4차전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대만전에서 비기기만해도 본선행을 확정짓게 된다.
선발 라인업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수비진은 골키퍼 김영광(전남)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이영표(토트넘)-김동진(제니트)-김상식(성남)-송종국(수원)이 포백 라인을 구성했다. 미드필드진에는 이호(제니트)와 김남일(수원)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짝을 이뤘고, 김두현(성남)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공격진에는 조재진(시미즈)이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한 가운데 좌우에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설기현(레딩)이 포진했다.
아미르 갈레노이 감독이 이끄는 이란 대표팀은 3-5-2 포메이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수비진은 미르자푸르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는 가운데 레자에이-페크리-노스라티가 스리백 라인을 구성했다. 미드필드진에는 좌우 풀백으로 니크바흐트와 마다비키아가 포진했고, 네쿠남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가운데 마단치와 테이무리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했다. 최전방에는 하셰미안과 카리미가 투톱을 이룬 가운데 마단치가 처진 스트라이커로 자리했다.
프리미어 3총사, 적극적인 공세로 이란 압박
경기는 이란의 킥오프로 시작됐지만 홈팀 한국이 초반부터 거칠게 전진 압박을 시도하며 볼을 소유하며 공세 주도권을 확보했다. 한국은 타이트한 압박과 저돌적인 좌우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이란을 위협했다. 이란은 박지성과 설기현이 시도한 돌파를 거친 파울로 저지하며 한국에 세트 피스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김두현의 킥으로 이어진 프리킥과 코너킥은 결정적인 슈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한국은 좌우측면에서 박지성과 설기현이 확실하게 볼을 지켜내며 적극적인 공간 창출과 더불어 자신감있는 돌파를 시도했고, 이영표 역시 왼쪽 측면에서 특유의 기술을 뽐내며 돌파에 성공했다. 프리미어 리그 3총사는 초반부터 이름값을 해내며 공격을 주도했다. 이영표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미드필더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송종국이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스리백을 이뤘다. 최근 프리미어십에서 최고의 경기를 펼치고 돌아온 설기현은 강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수차례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하며 전반 초반에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설기현은 힘과 기술, 속도와 판단력 등 모든 면에서 이란의 수비를 압도했다.
설기현 원맨쇼! 전반 종료 직전 환상 헤딩골로 골가뭄 해갈!
한국은 전방에서 조재진이 탁월한 포스트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미드필드진 역시 공간을 활용한 패스웍이 돋보였으며, 수비진 역시 이란의 빠른 역습을 침착하게 방어해내며 깔끔하게 경기를 이끌었다. 잠잠하던 이란의 공격은 전반 25분에 테크니션 알리 카리미가 한국 수비수 4명의 압박을 뚫고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며 불을 뿜었지만 마무리 슈팅이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이후에도 대부분 공세 주도권은 한국에게 있었지만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아쉬움이 계속됐다.
한국은 전반 말미에 접어들면서 우측에서 김두현의 왼발 슛과 좌측에서 박지성의 오른발 슛이 연이어 터져나오며 강한 득점 의지를 보였다. 결국 전반 45분, 김두현이 우측에서 시도한 프리킥 크로스를 설기현이 완벽한 헤딩슛으로 골문을 흔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내내 가장 빼어난 플레이로 공세를 주도한 설기현은 결국 전반 내내 시달린 골가뭄을 직접 해갈했다. 설기현의 골과 함께 전반전이 마무리됐고, 6만여 홈관중은 라커룸으로 향하는 설기현을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이란 역공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한국 수비
전반 말미에 얻은 선제골로 자신감을 찾은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거센 공세로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설기현의 오른쪽에 비해 다소 잠잠했던 왼쪽 측면에서는 박지성과 이영표가 적극적으로 돌파를 시도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전반전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란은 후반전에 들어 만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 라인을 끌어올렸지만 좀처럼 한국의 밀착 압박 수비에 고전했다. 이란은 결국 후반 9분, 미드필더 마단치를 빼고 공격수 마지디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했다. 이란은 오른쪽 풀백으로 후진 배치된 마다비키아가 적극적으로 오버래핑을 시도하는 등 만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한국 수비진은 전혀 빈틈을 노출하지 않았다.
포기를 모르는 남자 박지성, 후반 파상공세 주도
한국은 전반전에 잠잠했던 박지성은 포기를 모르는 돌진으로 6만여 홈관중의 열광을 이끌어내며 공세 주도권을 찾아왔다. 후반 23분, 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를 완벽하게 수행하던 조재진은 김두현으로 부터 이어진 멋진 패스웍의 마침점을 장식하며 페널티 박스 전방에서 감각적인 터닝슛을 작렬시켰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이어지며 아쉽게 무산됐다. 이란은 이후 니크바트를 빼고 발빠른 카비를 투입했지만 박지성의 플레이가 살아난 한국의 파상 공세에 이렇다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25분, 경기 내내 중원에서 이란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숨은 활약을 펼치던 이호가 환상적인 볼 트래핑에 이은 완벽한 오버헤드킥을 작렬시키며 추가골에 근접했지만 종잇장 차이로 골문을 벗어났고, 이어서 박지성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이란의 문전을 위협했지만 살짝 뜨면서 무산됐다.
한국의 공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후반 29분, 박지성의 감각적인 트래핑에 이은 돌파로 코너킥을 얻어냈고, 김두현의 날카로운 오른발에 이은 혼전 상황 속에 김상식의 벼락 슛이 이란 수비의 육탄 방어에 저지당했다. 추가골을 향한 한국의 전진은 그칠줄을 몰랐다. 후반 27분, 조재진의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슛이 미르자푸르의 선방에 가로막혔다. 한국은 김두현과 송종국을 빼고 이을용과 조원희를 투입하며 체력을 보강하며 공세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이란은 경기 종료 10분을 남겨두고 적극적으로 한국의 문전을 파고들었고, 몇차례 결정적인 장면을 만드는 듯 싶었지만 마무리 집중력이 떨어지며 동점골을 얻는데 실패했다. 한국은 교체 투입된 조원희가 오른쪽에서 패기 넘치는 돌파로 막판 분전을 보였지만 끝내 추가골을 얻지 못한채 1-0의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