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친구는 사랑보다 진하다

레드슈즈 작성일 06.12.09 19: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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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왔습니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 만큼 커플간의 거리도 가까워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다들 빼빼로데이의 충격이 가시지 않으셨으리라 생각되지만

설상가상으로 빌어먹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네요.

모두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여자친구한테서 빼빼로 받았다고 저에게 자랑하다

드롭킥 5대 맞고는 삐져서 말도 안하던 김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참 심심했던 터라 매우 반갑더군요.




사실 삐짐쟁이 김군이 이렇게 빨리 풀린 것이 반가웠을지도 모릅니다.




“여자친구랑 붕가붕가 하지 않고 날 찾은 것을 보아

헤어진 것이 분명하구나.

불쌍한 새끼.

그리곤 백수인 나에게 술 사달라는 말이 네 아가리에서 방송할 것이

안 봐도 비디오다.”




“닥쳐라 예리한 놈.

아직 난 나의 가슴이며 심장이며 또한 나의 동반자인 그녀와의 관계는

건곤하게 유지되어있다.”




“그렇다면 너의 제정상태와 나의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끊도록 하겠다.

그리고 너의 이름과 전화번호는 내 머릿속과 핸드폰에서 영원히 사라질 것이다.”




“.......”




너무 말을 험하게 한 탓일까요?

같이 맞장구를 칠 녀석이 폭풍전야의 고요함보다,

어릴 적 야한 잡지를 보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을 때의 침묵 보다

무거운 포스를 전화기 밖으로 내뿜으며

것과 동시에 무거운 침묵이 감돕니다.




“여보세요?

김군 똥 싸나?

힘주고 있을 땐 전화 끊고 다시 걸어 더러운 색히야.”




괜히 어색한 침묵에, 그녀석의 밝은 목소리를 듣고 싶어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수화기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흐느끼더군요.

김군이었습니다.




항상 인터넷에서, 잡지에서, 텔레비전에서

여자가 울 때 달래주는 법만 ?逃藪?

남자가 울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말했습니다.




“남자새끼가 우나.

꼬추 떨군다 색히야.”




하, 역시 남자가 울 땐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아직도 감을 못 잡겠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요?

이윽고 녀석이 흐느낌을 멈추고

아가리로 방송을 시작합니다.

이런 걸 재방송이라고 했나요.




“개;새끼... 블루존 밑에 불닭집으로 티어와라.”




이거 방송심의에 걸리겠는걸요.




“기다려 곧 간다.”




네가 돈 내주냐

라고 묻고 싶었지만

그 밝은 놈이 질질 짠다는 것은

저에게 드롭킥 맞고 울 때 빼곤 처음 이겼기에

전 한걸음에 불닭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엄청 춥더군요.




달려가는 동안

이 녀석이 정말 여자친구에게 헤어지잔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닐까

등을 비롯하며 몇 백가지의

경우의 수가 떠오르더군요.




사실 김군과 김군의 여자친구는

제가 봐도 잘 어울렸기에

결혼까지 골인할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내심 부러운 나머지

드롭킥을 3대만 날리려 했으나

5대가 나간 것이지요.




달렸습니다.




앞에 어여쁜 아가씨가 오고 계셨지만,

살을 베고 지나갈 듯 엄청난 기세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으셨지만,




평소 같았으면 주머니에 손 하나 찔러 넣고,

담배를 입에 꼴아 물고,

친구가 많은 척, 밀린 요금 때문에 끊긴

핸드폰을 귀에 갖다 댔을 저였지만,




이번엔 달렸습니다.




만약 지금 늦는다면 무엇인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거든요.




이윽고 문제의 불닭집에 도착했습니다.

특유의 검은 썬팅으로 창문을 도배해놨기 때문에

더욱 김군의 포스가 느껴지는 듯했습니다.




손잡이를 잡고 여는 동안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뭐라고 위로 해줘야하지?’




‘처음 보면 뭐라고 해야 하지?’




‘잘 깨졌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




역시 어렵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왼 걸요.

테이블이 여러 개로 나눠져 있어야할 테이블이 한곳에 배치되어있고

마치 파티라도 하는 듯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서있었습니다.




‘헤어진 새끼가 이 꼬라지까지 봤으니 눈물 찔끔하네......’




정말 김군이 불쌍해졌었습니다.

저까지 마음이 심란해질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곤 김군을 찾으려고 가게 안으로 눈을 돌리려는데

주위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파티 시작하는 건가 봅니다.

부러운 녀석들입니다.




“선배 생일 축해드??”

“열쇠 생일 축하한다.”

“*세키 진짜 빨리 쳐오네.”

“생일 축하해요 오빠.”




이건 드라마에서만 보던 장면인데,

놀랍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오늘이 제 생일이라고 하네요.




오늘이 음, 내일 23일이 공성전이 있으니까 오늘은

11월 22일이겠구나.

아 맞네요!




오늘이 제 생일 맞는 것 같습니다.




생일인 것을 알았는데

반가운 얼굴인 눈썹선배,

날라리 세정이,

삐짐쟁이 김군,

김군의 여자친구인 효주를 만났는데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불닭인 것을 깨달았는데




그럼 기뻐야 하는데

뜨거운 물방울이 뺨을 타고 흘러내립니다.




“남자새끼가 우나.

꼬추 떨군다 색히야.”




“따라쟁이 새끼......”

“고맙다.”




“생일빵 맞아야지?”




“덤벼.”




자칫 살인이 일어날 뻔도 했지만

불닭이 나오자마자 우린 무엇인가에 홀린 듯

테이블에 앉아 아나콘다를 연상시키게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불닭이 바닥을 보일 때 쯤

날라리 세정이가 제안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지는 사람이

케이크위에 불닭을 얹어 먹기 게임을 했습니다.

4판중 3판을 졌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오기 전부터 계획되어있던 게임이었습니다.

4명은 전부 같은 것을 내기로 했었더군요.

마지막 판, 얼떨결에 이겼지만 4마리의 악마는

끝내 먹지 않더군요.




참, 절대 따라하지 마십시오.

2주일동안 밥 못 먹습니다.




자신의 친구를 위해

자신의 여자친구까지 까지 팔은 친구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에

눈썹선배가 준 자칭 악어가죽으로 만들어졌다는 지갑보다

날라리 세정이가 준 넥슨 카드 같은 선물보다

돈으로는 매 길수 없는 값진 선물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친구,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을 열고 싶은 저지만

친구와 그녀의 마음을 열수 있는 기회 중 하날 택하라면

망설이지 않고 친구를 택하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친구는 사랑보다 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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