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총회장 이광선 목사)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 강당에서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소속 목사 및 신도 30여명이 집단 삭발식을 강행했다.
이날 삭발에 참여한 목회자들은 성결교회 증경 총회장 이용규 목사를 비롯, 김종채(한국기독공보사장), 박노원(한국장로회출판사장), 장현운(서울지역 목회자협회총무), 김용관(한국교목연합회장) 목사 등이다.
목사와 신도 30여명이 집단삭발한 것은 한국교회사상 처음이다. 이들은 곧이어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22개 교단장협의회 소속 교단장들과 함께 단식 기도에 들어갔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이광선 총회장 등도 지난주 삭발 및 금식 기도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은 삭발에 즈음해 성명서를 내고 “소수의 비리 사학들을 이유로 사학법을 개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순교를 각오하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규 목사는 “일제 강점 35년, 군사독재 아래서 피 흘리며 싸워온 것이 한국 교회”라며 “사학법을 개정한다는 것을 바로 기독교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개방형 이사제와 같은 독소조항이 폐지되지 않으면 학교 폐쇄도 불사할 것”이라며 “전국 교회는 각 지역 대회 및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개악된 사학법이 재개정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정부 여당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광선 총회장은 “명분은 사학 투명화지만 숨은 의도는 국공립에 이어 사학까지 장악하려는 권력자들의 계략”이라며 “사도 바울의 순교하는 심정으로 우리 교인들이 삭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예장통합은 이날 오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함께 청와대를 방문해 대통령 면담을 요청할 계획인 한편, 전국 7300여 소속 교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운동을 펼치기로 하고 21일 오후 3시 영락교회에서 총회 대의원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한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원불교사회개벽교무단,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진보적 7개 종교단체는 ‘종교의 이름으로 더 이상 사립학교법을 흔들지 말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 삶을 위로하고 정신적인 안식처를 제공해야 할 종교 단체들이 사립학교의 기득권을 챙기기 위해 삭발과 단식 등으로 국회를 협박하고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종교 본연의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기업도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사외이사를 두도록 법으로 정해 놓고 있는 실정에서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사립학교의 개방형 이사제는 늦었지만 당연하고 환영할 일”이라며 “특정한 소수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국민의 교육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