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월급 쪼개 저축조금하고, 생활비쓰고, 이리저리 쪼개쓰면서 아둥바둥 살고 있는 저희에겐 승용차란 최고의 사치품이죠...( 능력없는게 자랑은 아닌줄 잘 알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노력한 경제적인 댓가가 지금은 이렇네요..^^ )
그런데 그런 저희에게도 며칠전 초호화 사치품이 거져 생겨버린 행운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사촌 형님이 이민을 가시는데, 저에게 타시던 차를 선물하고 가셨지요. (정말 신났습니다..ㅎㅎ)
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아내를 놀라게 해주고싶어서 차를 받아오는 며칠전까지 아내에겐 모른척하고 있다가, 며칠전 드디어 포부당당한 모습으로, 최대한 건방진듯 멋진 자세라 생각한... 왼손은 창밖에, 오른손으로 핸들을 부드럽게 돌리며 , 개선장군과도 흡사한 위용으로 아파트 입구로 진입했죠.. ( 거의 다와서 아내에게 아파트 현관에 서있으라고 했음..ㅎㅎ)
저만치 아내가 보이더군요. 전 크락션을 빵빵~ 두번 짧게 누르면서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죠. 근데 아내는 마치 이사실을 알고있었던 듯 놀란 기색은 없고 환하게 웃으며 우리 아가를 들쳐없고 총총총 뛰어오는것이었요.. 전 속으로 형수님이 아내와 통화하다가 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괜히 김샌기분과 함께 저의 유치한 행각들이 창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죠
어라~ 근데 와입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대뜸하는 말... 와~ 오빠 회사에서 이젠 이 차 타고다니라고한거야? 와~ 차가 더 커지고 좋아졌네? 역시 내 신랑 능력 있다니까...
이러는겁니다...ㅡㅡ; 제가 회사에서 구매관련 업무를 하고있는터라 회사차를 많이쓰고 가끔 늦으면 회사차를 가지고 퇴근을 하거든요... 회사차는 마티즈 였는데 ..아반떼(구형)를 가지고가니 아내가 그리 생각을 했나봅니다. ^^;;;
아무튼 전 그 얘길듣고 .. 아직 놀래켜줄 기회는 있다...이런 희망이 다시 샘솟았죠.. 전 아내의 질문에 말없이 머리를 좌우로 설래설래 젛으며 씨익~ 웃었죠. 아내 다시 묻더군요.. " 그럼 이 차 모야? " 하면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차를 구경하더군요. 저 헛기침 한번 하고 으젓하게 대답했습니다. " 어 이거 ... 우리 차.. " 어안이 벙벙해진 아내는 놀란 눈으로 재차 다시 물었고.. 사연을 설명해주었죠..
아내, " 정말? 정말 ? " 을 되풀이하면 날듯이 좋아하더이다..^^ 전에 말씀드렸듯이 제 아내는 제게 평생 차 사지 말고 살자하던 사람입니다...휴일이면 차가지고 가족나들이 하는 사람들보면서, 부러움과 동시에 아내와 아가에 대한 능력 없는 남편, 아빠의 모습이 미안해지는 저의 표정을 볼때마다 늘상 자기가 먼저 선수쳐서 하는말입니다. " 차타면 세상 좋은 풍경 하나하나 감상할수도 없다고.. 비만의 원인중 하나라고... 차가지고 놀러다니는 사람 이해할수 없다고..
그래서 우리는 돈 벌어도 차는 절대 사지말자던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저 당연히 알고있죠... 차 있어서 안좋고, 안편한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자기 신랑 경제적인 부족에 자존심 상하지말라고 기죽지 말라고 하는 말 ..저라고 왜 모르겠습니까..그럴때마다.. 저..가슴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
감성이 넘 지나쳤네요..ㅎㅎ .. 어쨋든 그렇게 좋아하리라고 저역시 생각치 못했습니다. 그모습보며 저도 방긋 웃었죠. 전 순간 장난끼가 발동해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 너, 나한텐 늘 비만 된다고 평생 차 사지말자고 하지않았냐? 이거 우리 그냥 돈으로 바꿔서 맛있는거 사먹을까? 너 옷도 사고... " 아내는 순간 쑥쓰러운 듯 베시시 웃으면서..
" 에이~ 우리 지웅이가 지금은 오래 걸으면 안되는 시기야...애기들 너무 오래 걷게하면 커서 다리 휠 수도 있데..난 이거 있어도 가끔씩만 탈거야. 지웅이만 아니면 이 차 필요없다 뭐.." 이러면서 어색하게 웃더이다 . ㅡㅡ;;
이 바보같은 제 아내 어찌하오립니까... ' 자기도 사실 차 있는 사람 솔직히 부럽고, 휴일엔 드라이브하며 맛있는것도 먹으로 다니고 싶었는데..참 잘됐다 ' 이 말 한마디 못한답니까!!??
자기 속마음 말해버리면 지금까지 그렇게 못해준 제가 또 미안해 할까바 , 바보같이 또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차 주위를 빙빙돌면서 ..' 차는 깨끗하네'(하나도 안깨끗함... 여기저기 찌그러졌음.^^;;.. ) ' 차 한번 커서 좋네..'(크긴..소형차보고 차 크다고하는 사람 못봤음.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아내의 비교 기준은 죄다 회사차 마티즈 임. ^^;;;) 등등..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요리조리 살펴보기 시작하더군요..^^... 그러기를 몇분쯤하더니 갑자기 .." 어 ! 오빠 이리와바 여기봐 (뒷범퍼 긁힌곳을 보며)..
우리 페인트 사서 여기 바르자 " 이러더군요...ㅡㅡ;
아내가 있는 차 뒷쪽으로 저도 갔습니다.. 아내는 뒷범퍼쪽에 아가 들쳐업은 채로 쪼그리고 앉아서 두손가락에 침묻혀서 긁힌부분을 문질러보고 있더군요... 저도 다가가 아내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았죠.. 분주한 아내손을 막으면서 물었죠..
" 좋아?" 저 그냥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 응.. 좋아 " 하며 아내는 베시시 웃었습니다.
갑자기 눈이 뜨겁구 목이 아파오더이다...그러면서 눈앞도 뿌옇게되려하고.. 바보같은 제아내, 연애때부터 지금까지 ' 난 이게 없다 , 이게 갖고싶다, ..' 등등의 말들
제 기억속엔 들어본적 없습니다. 다만 ' 난 이래서 좋다, 난 이게 있어 좋다, 이럴수 있어 좋다' 죄다 이런 기억뿐입니다.
심지어 아내 생일날 " 선물 뭐해줄까? 받고 싶은걸 말해봐" 하면 " 케잌은 먹을 사람 없으니까 사오지말고, 지금은 없는 것 없이 다 갖고 있으니까.. 선물은 내가 필요해서 사달라고 말할때 그때 사줘.." ㅡㅡ;; (사실 다른 가정과 비교해봐도 우린 없는게 더 많습니다.^^;;)
그래도 전 다시.." 에이 그래도 남편인데 아내 생일날 선물도 못주는 무능력한 남편으로 만들기냐? 나 그런 마음 드는거 내가 싫어..비싼거면 내가 먼저 못사준다고 말할테니까.. 괜찮으니까 그냥 한번 말해봐.." 강요아닌 강요를 합니다.
" 음.. 그럼 이번엔 초록색 리본 하고와..ㅎㅎ " ㅡㅡ;; ( 매년 아내 생일즈음해서 듣는말입니다. 제 머리에 리본달고 오라는거죠.. 매년 돈 안드는 선물이기도 하고요..^^;...지금까지 3번 했으니까 ..이번엔 4번째가 되겠네요..ㅡㅡ;;;)
정말 욕심도 꿈도 없는 바보라고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말은 안해도 이 바보의 꿈이 무엇인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 바보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사람은 이세상에 오로지 저여야하고, 또한 저이기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날 우린 새로운 식구와 함께 멋지게 기념 촬영을 했답니다. ( 사진을 보며 아내가 묻더군요... 아내 "오빠, 사진찍는데 울었어?" 나 " 모가? 에이..그니까 젊은 사람한테 부탁해야하는건데... 아줌마가 찍으니까 흔들려서 그리 보이는거잖아.." 아내 " 왜 오빠만 흔들려? 그런게 어딨어?" 나 " 어!! 나 운동갈 시간이다.. 다녀올게 "
전 이상하게도 아내가 아프고 힘들어할때보다, 기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때가 더 눈물이 나네요.. 다른 남편분들도 그런가요? 제가 이상한건가요? ^^;;
제가 아내에게 해줄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서..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흘리는 속죄의 눈물일 수도 있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