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남매 - 1부 -

럽미튜르 작성일 07.01.13 1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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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지걸 이후 공황상태에 잇는 여러분들을 위하여 폭발적으로 인기잇고 잼잇다는
글을 추천받아서 올려볼려고 합니다.

- 짬 날때 마다 끄적여 본 짧은 소설입니다.

앞으로 하루에 한편씩 올려 보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소망하는 일들을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





덤벙대지 말고 연이 손 잘 잡고 다녀 현아"

"응 엄마."

"찾길 건널때 손 들고 건너고"

"네"

엄마가 쥐어준 100원짜리 동전을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연이의 손을 잡고 초 여름의 따까운 햇볕에 얼굴을 찡그리며 그렇게 학교로 향한다. 2학년이던 작년 까지는 옆 집에 사는 종규 녀석과 함께 매일 학교에 가곤 했지만 올해 부터 학교에 가게 된 연이를 혼자 보내기 걱정스럽다며 엄마는 매일 연이를 학교 까지 데려다 주라고 하신다. 등교길 아침의 자유가 그렇게 사라졌다.

갓 초등학생이 된 연이는 수줍음이 많다. 학교에 갈 때까지 내 손을 꼭 쥐고는 놓지 않는다. 입학한지 석달이 넘었지만 아직 친구도 사귀지 않은 모양이다. 수업을 마치면 늘 교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 나를 기다린다.

6월 중순의 날씨는 덥기만 하다. 연이를 잡은 손이 땀으로 흥건 하다.

"연이야, 내일 부터는 너 혼자 가"

"싫어"

싫다는 말을 하면서도 줄 곧 땅만 쳐다 보며 걷는다.

"너 때문에 아침마다 더 일찍 일어 나야 되잖아."

"엄마가 오빠랑 같이 다니라 그랬단 말야."

"에이씨!"

퉁명스럽게 연이의 손을 뿌리치자 연이는 금새 울상이 된다.

"엄마가 같이 다니라 그랬단 말야!"

연이는 작은 주먹을 쥐어 내 가슴을 한번 때리고는 내 신발 주머니를 잡고 놓지 않는다.

그렇게 연이와 티격 때격 하는 사이 종규 녀석이 저 만치서 숨을 헐떡이며 뛰어 온다.

"야 현아"

오랜만에 등교 길에 만나는 종규가 반갑다.

"종규 너 왜 이제 가?"

"아침에 늦게 일어 난다고 엄마 한테 계속 혼나다 나왔어."

"응"

씩씩대는 모습이 꾸중을 많이 들은 모양이다.

"현아 오락 한판만 하고 가자"

"학교 늦었잖아."

"한판만 하고 가면 안 늦어. 킹콩 한판만 하고 가자. 응?"

삼각지의 학교 까지 가는 길엔 10여대 정도의 오락 기계를 둔 아담한 전자 오락실이 있다. 작년까지 종규와 함께 다니며 등교 길에 늘 들려 갤러그나 너구리 따위의 게임을 하다 학교에 가고는 했다. 그때는 아침에 엄마가 깨우기도 전에 그런 재미에 푹 빠져 스스로 일찍 일어나고는 했다. 그런 나를 아빠는 부지런 하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기 일쑤 였고 아침마다 50원 가량을 용돈을 주시고는 했다.

"딱 한판만 하고 갈까 그럼?"

"응"

얼굴에 함박 웃음을 짓는 종규는 벌써 신이 나 있다. 종규는 연이를 한번 쳐다 보고는 내 가방을 뺏다시피 짊어 진다.

"야, 네 동생 먼저 보내."

연이의 푹 숙인 얼굴을 보니 벌써 눈물로 얼룩져 있다. 아침에 엄마가 주머니 속에 넣어 주신 손수건을 꺼내어 얼굴을 닦아 주고는 다시 한 손을 훔켜 잡는다.

"안돼. 같이 데리고 가자. 안 그러면 엄마 한테 혼나."

"야 요즘에 혼자 학교 다니니까 심심해."

"응 나도"

종규는 잠깐 풀 죽은 얼굴을 하다 금새 다시 생글 거리며 나를 잡아 끈다.

등교 길 오락실은 한참을 두드려야 문이 열린다. 오랜만에 찾은 오락실은 문 밖에서 부터 설레이기 시작 한다.

"쾅쾅"

연이도 뭘 아는지 모르는지 덩달아 작은 주먹으로 문을 힘껏 두드린다.

"아저씨, 문 열어 주세요!"

몇번을 그렇게 두드리자 흰 런닝셔스 차림의 배가 불룩한 주인 아저씨가 눈을 부비며 문을 연다. 막 잠에서 깬 모양이다. 희끗희끗한 머리는 한껏 헝클어져 있고 눈꼽이 낀듯 눈 커플에 노란 것이 보인다.

"이것들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어?"

아저씨는 아직도 눈을 부비면서도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안녕 하세요."

"학교들 안 늦었어?"

"네, 한판만 하고 갈 거예요."

안으로 들어서자 쾌쾌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청소를 오래 하지 않은 모양이다. 아저씨는 오락실 내의 형광등을 켜고 종규와 내가 하려는 게임기의 전원을 넣어 주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연이는 막 전원을 넣은 오락기 화면을 바라보며 신기한듯 연신 눈을 깜박 거린다.

"오빠 저거... 텔레비젼... 우리 집 색깔이랑 틀려."

"바보야 우리 집 거는 구식이라 색깔 안 나오는거야."

"웅..."

종규는 벌써 동전을 넣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옆에 앉아서 가만히 구경해 오빠 오락 할거야."

"웅..."

아저씨가 들어간 방문을 두르려 백원짜리 동전을 50원짜리 두개로 거슬러 받고 갤러그 기계에 앉는다. 동전 한개를 주머니에 넣고 나머지 50원을 게임기 투입구에 넣는다.

"오빠, 이따 나 하드 먹을 거야."

"알았어. 남은건 이따 너 줄께."

"웅..."

게임을 시작하자 쓩 하는 소리와 벌레 처럼 생긴 비행기들이 날으는 모습이 신기한듯 연이는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내 오른 팔에 가까이 기대어 화면을 응시 한다.

탁탁탁...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그런지 금새 한대가 죽는다.

"오빠, 나도 한번만"

게임에 열중하고 싶지만 연이는 조금전 보다 더 가깝게 기대어 졸라 댄다.

"오빠, 한번만... 응?"

"안돼, 너 때문에 금방 죽었잖아. 가만히 있어."

"오빠, 하드 안 먹을께 한번만... 응?"

내 오른 팔을 흔들어 대는 연이 탓에 버튼을 제대로 누를수가 없다. 금새 또 한대가 죽는다.

"야, 너 때문에 자꾸 죽잖아."

버럭 소리를 지르자 연이는 놀란 눈으로 그제서야 포기한 듯 옆 자리에 앉아 늘 그렇듯 고개를 숙인채 양 손을 만지작 거린다. 연이를 쳐다 보는 사이 나머지 한대가 벌레가 쏜 총알에 맞고 게임이 끝난다.

"아이씨! 너 때문이야."

짜증섞인 목소리를 뱉으며 연이의 머리를 툭 치자 연이는 금새 울음을 터트린다.

"으앙"

연이의 울음 소리에 주인 아저씨가 다시 눈을 부비며 방에서 나온다.

"이놈아, 왜 동생을 울려?"

"얘가 자꾸 방해 하잖아요."

"그래도 동생을 잘 데리고 놀아야지 울리면 어떻게?"

아저씨의 꾸지람도 짜증스럽다. 게임기 위에 올려 놓은 가방과 신발 주머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 선다. 종규도 게임이 끝난나 보다. 게임기 버튼을 툭 내려 치고는 가방을 들고 일어 선다.

"야, 가자"

"응"

연이는 계속 의자에 앉아 울고만 있다.

"야 네 동생 운다."

"놔둬, 그냥 우리 끼리 가자."

"야 그래도 돼?"

"저 혼자 오라고 해. 쟤 때문에 신경질 나"

"야 그래도..."

종규의 팔을 잡아 끌어 오락실을 나온다.

"오빠 같이가!"

연이가 여전히 울음섞인 목소리로 뒤 따라 나온다.

"종규야 빨리와!"

종규의 등에 메어진 가방을 힘껏 한번 당기고는 함께 뛰기 시작 한다. 연이도 따라서 뛴다. 하지만 얼마쯤 뛰다 돌아 보니 연이는 한참을 뒤떨어져 있다.

"야, 쟤 안 보이게 다른 길로 가자."

"응... 그래..."

옆 골목으로 들어서 고개를 내 밀어 왔던 길을 돌아 보니 연이는 벌써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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