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_본드걸을 만나다

잭바우어24 작성일 07.01.25 13:42:26
댓글 1조회 2,175추천 1
본드걸은 죽었다.

읽어보신 분들 계신가?

별 거 아닌 글이지만. 본드걸은 당연 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글 중 하나이다.

예전에 본드걸을 한 참 쓸 때..영화사에서 제의가 들어와 영화 제작중이라는 소식까진

분명 전해드렸던 것 같다.








오늘은 감독님과 본드걸 작업을 하게 되면서 벌어졌던 몇 가지 에피소드를 얘기 해볼까 한다.






에피소드 - 1 -









감독님을 처음 만나던 날이였다.

그러니까 영화판에서 뒹굴던 사람을 만나는 ...첫 날이다. (뭘 뒹굴어? 뭘?)

음..예전에 그 현란하고 화려하던 유머 감각이 상당히 많이 죽었다. 이해들 해주세요

영화사 대표님이랑 커피숍에 앉아서 감독님을 기다리며 간단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눴냐고?




대표: 자네 몇 살인가?

러브: 올해 26 입니다.

대표: 허허허..

러브: 왜 웃으시는지요?

대표: 36인지 알았네.

러브: 허허허..




이런 재미없는 농담들이 오가고 있던 상황이였다..-_-;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커피숍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온다.




대표: 어 왔네. 김 감독. 여기로 오게.




나의 맞은편에 앉는 감독님.

약간 반 곱슬 머리에, 헤어스타일 따위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듯 한데도

사람이 아주 지적으로 보이고 깔끔해보였다. 그러니까 배우 박신양과 비슷한 필을 지닌 사람이였다.

옷은 남방에 반바지...첫 느낌은 다 좋았고, 분위기도 있어 보였다.




맨발에 구두 신은 것만 빼면 말이다..-_-;




감독님이 자리를 같이 하고 나서부터 본드걸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감독: 러브풀씨?

러브: 네 제가 러브풀 입니다.

감독: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러브: 26세 입니다. ^^;

감독: 음..

러브: 왜 그러시는지?

감독: 저기..본드걸 잘 봤어요..




-_-;




나이는 왜 물어봤는지..아직 미스테리다.

아무튼 본드걸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




감독: 본드걸을 쓰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러브: 아 네. 저는..갑자기....음. 그냥 썼습니다.

감독: 예. 그래요.




나름대로 재치를 발휘 한 유머였는데..이 사람 전혀 웃질 않았다.-_-;

즉시 느꼈다. 이 사람이 말로만 듣던 ..포커페이스다;

그건 그렇고, 이제 본드걸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 .....좀 되지;;





감독: 진미라는 캐릭터 있죠.

러브: 진미라뇨?

감독: 니가 글 써놓고 모르세요?

러브: 아아~ 진미! 박진미 말씀 하시는 거죠?

감독: (옆 자리에 앉아있는 대표님을 쳐다보며) 진짜 본드걸 쓴 사람 맞아요?

러브: ..............




사실 그때 그 자리가 많이 긴장되고 떨렸었다. 그래서 그랬었나보다.

그 후 본드걸에 대한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가고..




감독: 아무튼 오늘 얘기 즐거웠습니다.

러브: 네. 저도 영광이였습니다.

감독: 영광까지는 무슨..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감독님과 나누던 대화들이 너무 우습다.

뭐 처음은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심지어 연인들도 처음 만날때를 생각해보면..

훗..입가에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감독: 저기..영화라는 게 말이죠. 얘기가 다 되고, 투자도 다 받고, 캐스팅 까지도 다 해놓고도
엎질러지는게 영화거든요.

러브: 네.

감독: 설사 본드걸이 잘 되지 않는다 해도, 너무 속상해 하고, 실망하지 말라구요.

러브: .........아..네.

감독: 비록 우리 인연의 시작은 본드걸이였지만, 이게 잘 되든 안 되든간에..
우린 앞으로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내가 동훈씨에게 도움을 줄 일도 있을테고, 동훈씨가 나에게 도움이 될 일도 분명 있을테니까요.

러브: 네.

감독: 좋은 인연 만들어 봅시다.




그리고 악수를 내밀며 환하게 웃는 감독님.

그게 그의 첫 인상이였다. 정말 무뚝뚝하면서도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

그리고 첫 만남에서 부터 인연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

사람 자체가 끌렸다.

작가와 감독으로서..그리고 인간과 인간으로서..














에피소드 -2-










서울에서 감독과의 첫 만남을 가지고..부산으로 돌아온 나.

헤어지기 전에 감독님은 한마디 당부를 하셨다.





"부담 가지지 말고, 그냥 평소 쓰던데로 편하게 쓰면 돼.
영화사랑 투자사쪽에서 관심있게 지켜볼테니까..그냥 편하게 쓰도록."





부담을 가지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_-;

아무튼 감독님은 본드걸을 업데이트 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조금만 속도를 높여 달라고 부탁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항상 그렇듯 컴퓨터 앞에 앉아 본드걸의 최준이 되어 글을 쓰기 시작.





해야 되는데...전혀 써지질 않는다-_-;

부담 가지지 않겠다고, 항상 쓰던대로 쓰면 된다고 몇번이나 다짐하면서도

막상 키보드를 두드릴려고 하면 글이 써지질 않는 것이다.

난 내 스스로를 위안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부담이 안된다면 정상이겠는가?

연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꿈의 시작을 좋게 스타트 하느냐, 마느냐가 달려있는데..말이다.

아무튼 엄청난 부담감때문에 글은 전혀 손도 못대고.. 온라인 게임 데카론에 빠져들고 말았다-_-;;;

내가 미쳤었나보다. 게임을 하면서도,렙을 열심히 올리면서도 항상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많은 독자분들이 글을 기다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러고 있지?

..영화화까지 얘기가 오가는 상황에 지금 내가 뭐하는 짓이지?

..이 게임. 1렙 올려서 뭐하지? 내가 정말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시기라는 걸 알면서도..난 게임에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부담감이 엄청 컸기 때문이다..

항상 꿈속에서 기다?윱?상황이 막상 눈 앞에 펼쳐지니..난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꿈에 대한 목표가 있는 사람은..알 것이고, 공감할 것이다.





하루는 감독님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감독: 너 뭐하냐? (참고로 그 전에 말은 놓은 상태였다.)

러브: 네. 워드패드 열어놓고 글 쓰려던 참입니다.

(게임 상에서 열심히 몹을 때려 잡고 있던 상황이였다.)


감독: 아니 계속 기다려도 글이 안 올라오길래..궁금해서.

러브: 하하. 겨우 며칠 지났는데..

감독: 너 그때 부산 내려간 이후로 글 한편도 안 올린거 아니?

러브: 헉, 정말요?

감독: 너 이새끼; 생각이 있는 새끼야? 없는 새끼야? -_-

러브: 아니 근데 왜 욕을 하시고 그러세;;

감독: 야이 새끼야;; 계획대로 작업을 진행을 해야 하는데...너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잖아!!!

러브: 하하..

감독: 카페에 글 안 올라온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 점점 많아지더라..봤냐?

러브: 네..

감독: 그런데도 안 써져?

러브: 부담 안가질려고 해도 부담이 되네요.

감독: 야.

러브: 넵?

감독: 그냥 니가 쓰고 싶은대로 막 갈겨 써.

러브: .................

감독: 누가 뭐라고 하든, 누가 비평을 하든 아무것도 신경쓰지마.
주위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난 우리의 느낌을 믿으니까. 본드걸..믿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밀고 나갈테니까.
넌 그냥 나만 믿고 따라와. 너에게도 지금 기회가 중요하지만,
나에게도 가장 중요한 기회고, 마지막 기회이니까.



그랬다. 난..나만 생각하고 있었다.

나의 꿈만..꿈인지 알았던 것이다.

다른 시나리오 다 제껴두고, 본드걸을 하겠다고 나선 감독님 역시도..

이번 일의 승패 여부에 자신의 영화 생명이 흔들릴 만큼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워드패드를 열고 글을 써 나갔다. 어떤 글이 나온다 한들..뒤로 갈 수는 없는 일이였다.

내가 좋다고 해서 시작한 일이기에 자신감을 가져야 했고 내 자신을 믿어야 했다.

알 수 없는 열의가 가득차기 시작했다.












에피소드 - 3 -










멀리 떨어져 전화를 주고 받으며 작업을 하는게 불가능 하다고 느낀 나는 곧 바로 서울행을 택했다.

감독님과 2주간 합숙을 하며 작업을 하기러 마음을 먹은 것이다.

다 잘될 줄 알았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었고.. 일단 시작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2주간의 작업은 시작되었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영화화 라는 것. 그냥 원작 하나 툭 던져주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수 없는 창작의 고통과 칼질에, 글쓰는 사람 끼리의 끝 없는 신경전..

양보, 타협, 자존심, 얼굴 붉히기, 이런 상황이 몇 번이나 오가고 나서야 완성되는 것이 시나리오 임을.

그리고 지금 쓰는 건 시나리오도 아니였다. 단지 시놉시스(간단한 줄거리) 일 뿐인데도..참 힘들었다.





혼자 쓰며 느끼던 창작의 고통은 별 것 아니였다.

글 작업을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단순히 서로의 생각을 맞춰서 글 작업을 해나가는 게 아니였다.

나는 글쓰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 있고, 감독님은 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이 있었다.

단순히 난 이제 시작하는 아마추어니까.. 감독님은 영화판에서 수 십년을 뒹굴었던 사람이기에

내가 양보해야지, 감독님 생각이 옳겠지, 나보다 더 잘아는 사람이니까 맞는 말이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일은 절대 아니였다.





감독: 야 이부분 진미가 그러면 안되잖아.

러브: 왜요. 전 이부분에서 진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 이자식아. 지금 우리가 소설 쓰냐? 영상을 머릿속에 그려보란 말이다!

러브: 항상 그리고 있어요!!





처음이라 그런지 글 작업을 하며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게 전혀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나도, 감독님도 그러고 있는 것이다...






감독: 야 이거 내 생각인데 이 부분을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

러브: 오 이거 괜찮은데요?

감독: 저,정말?

러브: 네 정말 완벽해요. 퍼펙트해요!

감독: 그럼 이걸로 가자!





그렇게 서로 마음을 맞춰서 쓴 시놉시스. 내가 봐도 잘 쓴 거 같았다.

들뜬 마음으로 영화사에 가져갔다.

다시 쓰랜다..-_-;











에피소드 - 4 -











2주간의 작업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난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都?




감독: 뭐하냐?

러브: 밥 먹고 있어요.

감독: 넌 밥이 들어가니?

러브: 네?

감독: 농담이다.




감독님. 술이 좀 취하신 거 같았다.

왠지 마음 한켠이 쓰?都?.

그렇게 자신만만 하던 사람이였는데...밀어붙이자던 사람이였는데..

날 믿는다던 사람이였는데..역시 주위 사람들의 압박은 그를, 나를, 우리를 지치게 하나보다.




감독: 앞으로의 스토리 대충 어떻게 전개 할 생각이냐?

러브: 아직..

감독: 너 도대체 본드걸 왜 쓴 거냐????

러브: 그러게요-_-;




농담으로 하는 소리였기에, 나역시 농담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서로 농담인 걸 알면서도 마음은...

그도 느꼈을테고, 나도 느꼈을 것이다. 처음 생각하고, 자신있어하던..그 방향이 아니라는 걸.

조금씩 방향이 트러지고 있음을.




러브: 잘 될까요?

감독: 그걸 말이라고 하냐 새끼야? 무조건 잘 되야지!!

러브: -_-;;




잘 될까요? 잘 할 수 있을까요? 안 되면 어쩌죠? 라는 질문은 해선 안될 질문이였다.

우리에게 또 다른 선택은 없었다. 무조건 잘 되야 하는 것이다.

그것밖에 없다.











에피소드 - 5 -










부산에선 아무것도 안되겠다는 생각에,이대론 평생 제자리라는 생각에..

굳은 마음을 먹고 짐을 싸서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감독님과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열흘이였다. 열흘 동안에 정말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를 써야 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 가기전 감독과 술을 마셨다.

마음을 제대로 잡기 위한 자리였다.





감독: 너 자신있냐?

러브: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감독님 답지 않게..

감독: 살짝 걱정이 되긴 하네..




솔직히 나 역시 자신 없었다.

하지만 둘다 쳐져 있으면 안되잖아... 둘다 자신을 잃으면 안되잖아...

처음에 감독님이 나에게 힘을 준 것처럼, 나 역시 허풍을 쳐서라도-_-; 감독님이 본래 모습을 찾길 바랬다.




러브: 에이.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이 부분에서 웃겨주고 ..이런 정서로 가져가서
마지막에 이렇게 감동주면 충분히 되잖아요. 완벽하잖아요..?


감독: 야 너..

러브: 네.

감독: 완벽이라는 단어..

러브: 네..;;

감독: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지껄이는 거냐? 아님 정말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지껄이는 거냐?





순간 마음속이 뜨끔했다..-_-;





감독: 내가 보기에 넌 심심하면 완벽이니 퍼펙트니 지껄이더라..

러브: 하하..





우린 그렇게 완벽하고,퍼펙트한 시나리오를 만들 기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에피소드 - 6 -








10일동안 모텔에서의 작업.

지쳐있었다. 매일 남자 얼굴만 보며 작업을 할려니...-_-

그때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방 청소를 한다고 여자분이 잠깐 방안에 들어왔다.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꽤 괜찮은....여자;





감독: 음...

러브: 으음..;





잠시 후. 방청소를 깨끗히 하고 나가는 여자.

우린 서로의 눈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감독: 너 혹시 느꼈냐?

러브: 가,감독님도?






남자들 만이 알 수 있는 세계다..더이상 알려고 들지 말아라..-_-;







에피소드 - 7 -






작업 5일째. 새벽 내내 작업을 하고 잘 시간이였다.

감독님은 침대에 누워서 tv를 보고 있었고, 난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뭘 다운 받고 있었다.





감독: 너 안자고 뭐하냐?

러브: 그냥 뭐 좀 다운 받고 있어요.

감독: 그래?

러브: 네..




10분이 지나고..




감독: 나중에 글 쓸려면 일찍 자라.

러브: 네. 알아요.




또 10분이 지나고..




감독: (언성 약간 높아지며)너 도대체 뭐하냐?

러브: 다운 받고 있어요;;;;;;

감독: -_-




또 10분이 지나고..




감독: 이새끼 도대체 뭘 하길래...




보다 못한 감독님. 나에게로 뛰어온다 -_-;




감독:.................

러브:.................

감독:당장 지워라.

러브:그냥 잠이 안와서..

감독:지워라..

러브:네;;




잠이 안와서 데카론(온라인 게임)을 깔고 있었던 것 뿐인데...-_-;




불을 끄고 다시 침대로 눕는 감독님. 한마디 대사를 더 던진다.




감독: 새끼 진짜 개념이 없어. 개념이..




그러게?;나 잠깐 미쳐있었나보다.-_-;

이 중요한 시점에 온라인 게임을 깔아서 어쩌자고;;;









에피소드 - 8 -









작업 7일째..

극의 절정 부분에서 서로의 의견이 엇갈린다.

컴퓨터 앞에 아무리 앉아있어도 글이 써지질 않고..잠도 오고..

감독님은 컴퓨터 앞에 앉아 토끼눈을 한채로 담배만을 뻑뻑 피워대는데..

난 도저히 글이 안 써질 것 같아서 조용히 쇼파로 가서 베개를 베고 누웠다.





감독: 너 지금 뭐하냐?

러브: 잘려구요..;;

감독: 헐..

러브: 왜염?

감독: 너 이새끼..지금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잠이 오니?

러브: 전 글 안써지면 무조건 자야되요..-_-

감독: 헐....정말 어이없다..

러브: 그럼 억지로 쓸까요..?;

감독: 아니다..자라. 자라구 새끼야!!!





그날 결국..우리 둘다 잤다.-_-;











에피소드 - 9 -









9일이 금새 지나가버리고..하루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시나리오 작업이 성공적으로 끝난 듯 했다.

아침 7시. 우린 밥도 먹을겸 술도 한잔 할겸, 삼겹살 집으로 갔다.

술 한잔을 하는 우리의 표정은 밝았다.

시나리오 작업이 잘 마무리 되어간다는 걸 서로의 표정에서 발견 할 수 있었다.




감독: 정말 수고 많았다.

러브: 네 감독님도 수고 많으셨어요.




우리들은 마치 글 작업을 완전히 끝낸 사람들처럼 대사들을 하고 있었다...-_-




감독: 이제 에필로그 조금 남았으니 ..그거 마저 끝내고 기분 좋게 가자.

러브: 네. 에필로그 쯤이야..하하.




그렇게 기분 좋게 술 마시고....그 다음날.





감독: 야이 새끼야!! 그 부분을 그렇게 하면 안되지!!

러브: 아니 그러면 감독님이 써보세요!!

감독: 이, 이새끼가..-_-




서로 쌓여있던 것들이 터지던 순간이였다..

같이 작업을 하다보면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단다.

감독이고 작가건 간에..작업을 할때만큼은 그 무엇도 없다.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









에피소드 - 10 -








그렇게 완성된 시나리오 초고.

좋은 반응을 얻을거란 기대와 달리 ...

반응은 그다지 좋질 않았다.





감독: 내가 너 완벽이니,퍼펙트니 지껄일때 알아봤다.

러브: -_-;;;





난 말했다.





러브: 감독님.

감독: 어?

러브: 저 이제 미련 없어요.

감독: 무슨 말이냐?

러브: 최선을 다했잖아요.

감독: ...?

러브: 저..할 만큼 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잘 안되면.. 저의 능력이 여기까진 걸요. 인정해야죠.
잘 안된다고 해도 기회가 이번 한 번 뿐이겠어요? 전 아무렇지도 않을 거 같아요.





아무렇지도 않기는...-_-

물론 거짓말이였다.





감독: 뭘 인정해. 뭘 ..? 내가 말했지. 만약이라는 단어는 없어. 무조건 된다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가는 거야. 뒤 돌아볼 시간이 어딨어? 무조건 앞만 보고 가는 거야.
우리가 돈 몇푼 만져 볼려고 이러는 거 아니잖아? 그저 하는 일이 좋아서 하는 거 잖아.
즐기라고 새끼야. 즐겨.









처음엔 항상 생각했었다.

내가 쓴 글이 영화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한 영화에 내 이름이 올라간다면 얼마나 영광일까..

영화화에 대한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영화화에 대한 미련. 없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난 지금 모든 것에 자유롭고, 자신감이 있다.

아직 시간은 많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그 당시 2005년 9월, 완연한 가을 이였고 하늘은 참으로 맑고 푸르렀다.

날 스쳐가던 거센 바람은..날 향해 약해지지 말고 강해지라고, 희망을 가지라고..

힘껏 소리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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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쓰는 글은 병원에 갔다와서 쓰는 글이다.






에피소드 -11-




긴 시간의 노력은 끝내 빛을 보지 못했고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독자 분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본드걸은 그 당시 엎질러진 상태였었다.




-독자님이 보낸 쪽지

러브님. 본드걸 영화로 언제 나와요??

정말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본드걸이 스크린에 뜨는 그 날만 기다러요 ^^




....내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고, 건강했던 몸은 점점 나빠지고 있었다.




2006년 7월. 몸에 이상이 생긴 관계로 급히 부산으로 내?槁?했다.

부산역으로 향하는 ktx안. 그때 자신의 집에서 날 키워주고 먹여주던..-_-; 감독님께서

부산까지 따라오셨다.

당시 차창 밖으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감독: 생각해보면 말이다.

러브: 네?

감독: 이럴 땐 끼지 말고 그냥 닥치고 들어.

러브: 네..-_-

감독: 생각해보면 너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참 짥게, 금방..지나가버린 것 같다.

러브: 네 저두 그래요.

감독: 닥치고 들으랬지.

러브: 넵.

감독: 인생이란 건 정말 노력을 해도, 간절히 바래도 안 될 때가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처럼 말이다. 처음엔 당연히 될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었다.
안 될 거라곤 아예 생각도 안 했어. 내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었고, 네 글을 처음 접했을 때
내 가슴속에 스쳐갔던 그 번개의 내리침이 나에겐 너무나 강렬했고 선했거든.

러브: ...............

감독: 비록 회사가 문 닫고, 전부 사라져버렸지만..끝나지 않았어. 글은 아직 살아있잖아?
우리 머릿속에 남아 있잖아? 그렇기에 우린 끝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고 생각해.

러브: ..............

감독: 넌 비록 인터넷 작가지만, 내가 만났던 그 어떤 작가들보다 열정적인 작가였다.
적어도 내 기억엔 그래.

러브: ...............

감독: 병원 꼭 가봐라. 그리고 결과 나오면 알려줘야 해.




난 감독님이 포커페이슨 줄 알았다.

항상 무뚝뚝한 표정,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얼굴, 잘 웃지도 않던 사람.

그래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조차 알 수 없었던 사람.

하지만 기차 안에서 날 보며 희망을 가지라고 웃으며 말할 때..

절대 표정 변화 없을 줄 알았던 그의 얼굴엔 처음으로 아쉬움과 씁쓸함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병원에서 간암 진단을 받고, 긴 투병생활은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내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던 내게 전화 한 통이 걸?都?

감독이였다.

카페를 통해 내 소식을 접해 들었던 감독은 내게 전화 할 때마다 많이 망설였다고 하신다.




감독: 잘 지내니?

러브: 에이~ 감독님. 목소리가 왜 그래요. 전 괜찮으니까 원래대로 하세요.ㅋㅋ

감독: 잘 지내니?

러브: -_-; 네..

감독: 니가 올린 다이어리 글 다 봤다.

러브: 아...감독님은 그런 거 안 읽을 줄 알았는데..무지 쪽팔리네요..

감독: 많이 아프냐? 지금 어디야?

러브: 병원이예요. 몸은 괜찮아요.

감독: 그래..

러브: .............

감독: 이 소식이 너에게 희망이 될 줄은 모르겠지만..본드걸. 다시 시작하게 됐다.

너 xx영화사라고 알지? 제법 이름 있는 영화사잖아. 거기서 본드걸을 읽고선 너무 좋게

생각해줘서..작업 다시 시작하게 됐어. 이번엔 잘 될 것 같애. 시나리오도 거의 끝낸 상태고.

희망 잃지마. 다시 일어서야지? 다시 시작해야지? 그러려면 꼭 살아야지..







지금에 와서 독자 분들에게 본드걸 영화 작업에 대한 소식을 처음으로..

소심하게나마 전해 드려본다.





본드걸, 아직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희망을 잃지 않았다.





written by lovepool




긴 글..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잭바우어24의 최근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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