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출동시 가장 힘들고 위험한 때가 바로 학내진입상황이다. 나보다 한참 전에 군복무를 했던 선배기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리고 그 분들의 경험담에 관한 글을 읽어봐도 부대 자체가 깨져서 작살나거나 대규모의 부상자가 발생한 거의 참극이다시피 한 상황은 거의다가 학내진입과 관련한 상황으로 기억을 하니 말이다.
게다가 야간학내진입이면 시위대의 입장에서는 아주 금상첨와의 상황이라고 보면 될 거다.
학교는 넓지, 그러니 도대체 시위대는 어디에 짱박혀있다가 어디서 기습을 할 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거기에다가 유일한 퇴로인 교문은 대원들로 꽉 막혀서 병목현상이 발생하지......
학내진입에서 작전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교내로 진입한 경력들이 교문밖으로 빠져 나오는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야 한다.
선봉에 서서 교내로 진입한 중대들이 순식간에 치고 빠지는 기술, 특히 "빠지는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이때 가장 많은 기습을 받는다고 함)
선두에 서서 진입했던 중대들이 빨리 빠져주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교내진입의 핵심이라고 할 게 바로 뒤에 서있던 중대들이 퇴로 확보를 해주는게 작전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거다.
선두의 중대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빠져주고(이게 무질서한 패주와는 다름.) 중간의 중대들은 선두에 맞춰서 탄력있게 뒤로 빠지면서 대형을 유지해주고. 후미의 중대들은 가장 중요한 퇴로인 교문을 확보해서 중대들이 원활히 빠져 나올 수 있게 해주고.
이런게 와해되는 순간 중대들은 뒤엉키고 수백명 수천명의 대원들의 대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 좁은 교문으로 대원들이 몰려서 병목현상이 벌어지는 현상을 상상을 해보면...
경력편성이 덜렁 4개중대고, 거기다가 성북서방순대는 저멀리 고려고등학교에서 대기하고 3개중대로 수비를 한다기에 별다른 상황이 아닌줄 알고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서울청에는 만약에 대규모의 긴급상황 발생하면 바로 1차로 30개중대가 지원들어와서 교내진입하는 걸로 계획이 짜있었던 상황이기도 하다.(96년 연세대에서 벌어진 한총련폭동을 생각하면 될 거다. 이때의 통선대를 최고의 통선대로 평가하는 한총련 새퀴덜이 아직도 존재한다.)
모인 학생이 정보과 추산 2000명이라는데. 3개중대로, 그것도 몸싸움으로만 수비하라는 소리에
"산개도 아니고 이 내리막에서 그냥 순수 몸싸움으로 3개중대가 대학생2000명을 막으라고?" "왜, 차라리 조스로 밤송이를 까라고 하지?" "경찰병원 예약티켓 서울청에서 끊어주누만, 야, 거기 병원갔다온 아무개야, 거기 병원밥 좋냐?"
그냥 한숨만 나왔다........
애초에 집회신고를 할 때 학생측에서 순수하게 행진만 하겠다고, 그것도 인도를 이용해서 학교후문까지만 행진을 하겠다는 사전집회 신고를 했다는 거 였다.(이걸 믿으라고?)...
따라서 우리의 계획은 정문앞 인도에서 대기하다가 학생들이 사전에 신고한 집회내용을 어기고 만일 차도로 밀고 나올기미만 보이면 바로 3기동부대장격대소속 3개중대가 몸싸움으로만 학생들의 진출을 막으라는 지시였었다.
2000명(실제로 더 많았슴.)을 산개대형으로 막으라면 막겠지만, 몸싸움으로만 막으라니 장난하자는 것도아니고....
월편 인도에서 부대장격대로 출동나온 우리들 3개중대가 대기하고, 3기동대부대장님은 종암서 경찰서장과 대화중 갑자기 학생넘들이 차도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상황은 80년대나 지금이나 변한게 전혀 없다. 누구 말대로 구태의 반복이지만 사실 그 방법 말고는 없기도 하리라. 얼굴이 나타나는 걸 극도로 꺼리면서 복면쓴 넘들이 나와서 선동하면서 차들 막고 차도로 나오는것.
이런 상황을 보면서 그냥 속으로 조용히 한마디 할 뿐이다.
"오늘도 조용히 넘어가기는 글렀군~~"(미국은 이런 기미만 보이면 진압봉으로 깐다. 즉 범죄 진압이 아닌 범죄예방차원에서 봉으로 깐다.)
맨먼저 낌새를 알아챈 우리 중대원들 술렁이고
"ㅆㅂ, 2000명이 아닌데? 저걸 몸싸움으로 막으라고?"
나: "중대장님 학생들 밀고 나오는거 같습니다. 저거 보고하고 차단해야 합니다."
우리 어리버리 중대장: (상황파악 전혀안됨) 가만히 기다려봐.
나: 안그러면 우리가 저학생들 쫓아서, 전력질주 해야함다. 그럼 재들도 같이 뛸거고 우리 포위당할 수도 있습니다.(자?【??소대장들 난리 났다. 야, 까딱하면 우리포위당해!) 보고만이라도 해야 함다...
우리 어리버리 중대장: (역시 상황 파악 못함, 자존심은 있어서 언성을 높이며) 가만히 있어봐!
이미 학생들은 차도를 점거하고 우리중대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때 우리 분대장들과, 소대장들은 직감했다. "조땠따..."
순간 32중대인가 74중대인가 다른 중대장의 상고를 받은 경찰서장과 3기동부대장 "다들,모 하나? 막아야지!"
우리 어리버리 중대장: "어, 막으랜다. 모하냐!"(막으랜다?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허허... 정말 울고싶었다.....)
우리가 이들을 차단하기 위해서 전력으로 뛰니 덩달아 시위대넘들도 뛰고, 피차가 전력 질주였다. 정말 올림픽 100m결승에서 달리는 기분으로 달려서 몸싸움대형(?)으로 막았다.
3개중대가 2000명이라고 상고된 인원을....... 그것도 내리막길에서 우리가 밑에 위치한 상황에서(국민대 앞 북악터널 못미쳐서 지점은 한양대 못지 않은 급경사다...)
우리가 잡은 몸쌈대형이 말그대로 시위대들이 우리를 내려다보는 형태가 되버렸고, 게다가 몸싸움대형을 위해서 방패와 자세를 낮추게 되니, 더군다나 내리막길에서 아래에서 막으니, 대학생들이 우리보다 목2개는 컸다.
하지만, 막으면 뭐하리? 우리 3개 중대 정신없이 뒤로 밀리기 시작했는데...(이미 ㅈ되기 일보직전 상황)
그 뒤로 밀리는 와중에 중대가 찢어지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훈련이 잘된 중대는 상대가 우리보다 많을경우 몸쌈에서 밀릴 망정 찢어지지는 않는다는 말을 실감한 날이기도 하다.
말그대로 대열이 찢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 방패열을 가운데로 짜주고 있던 대원들 사이로
분대장들 "찢어지면 중대 포위당해 밟혀죽는다. 무조건 방패짜주고 뭉쳐 새끼들아!"
"포위 되도 방패만 안깨지고 꽉뭉쳐있으면 괜찮다. 그러니까 무조건 방패짜주고 뭉쳐있어!"
이미 얼굴이 벌개진 대원들 포위라는 말에 갑자기 대원들이 표정들이 순간 결사적으로 변하면서 눈알이 벌게지다 못해 튀어나올 정도로 힘을주고 시작했다.
순간 직원중대 형님들이 몸싸움 대형을 풀고, 학생들을 들이까기 시작했다. (솔직히 몇넘을 제외하면, 우리 대원들에게 주먹이나 발길질을 하는 학생들은 별로 없었다. 그와중에 웃기도 하는 새퀴도 있었으니 아마도 시위경험이 모자란 신입생들을 대거 동원한듯하다.)
선두에서 주먹질을 하던 시위대 몇넘은 74중대 대열 사이로 끌려들어와서 밟히고 있었다.(당시 특기대 직원형님들과 건달은 말그대로 종이한장 차이였다. 말투와 자세는 완전히 양아치..)
그러자, 32중대와 우리중대도 몸싸움대형을 풀고 방패로 찍고, 뒤에서 봉조는 얼굴에 핀포인트로 맛세이찍고..... 역시 몇넘 끌고 들어와 쥐어짜고~~
계속 뒤로 밀리던 대원들이 순간 180도 돌변해서 대응하고(오직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 눈이 돌았었던 거 같다. 무사히 제대해서 집에 가야죠?)하니까 순간 학생넘들이 당황해하고
우리보구 때리지 말자면 합의제의가 들어왔다.(난 아직도 그 주동자넘 분명히 저녁에 정보과 형사들과 모종의 회식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다. 아니면 그와중에 어떻게 정보과 형사를 바로 찾아갔을까? 물론 말단 시위대들은 수뇌부와 경찰간의 모종의 거래는 전혀 모른다. 단지 순수한 투쟁이라고 한다. 니들이 게맛을 알어?)
한총련의 대열이 뒤로 물러났다. 그러더니 다시 행진을 재개할 수 있도록 차선 1개만 내 달란다.
그사이 우리는 대열 정비와 동시에 대치가 시작됬다. 3개중대 모두 부동자세를 취한 사람은 없었다. 피차 독이 오른 상태였다. 전부 자세는 방패만 안찍었지, 거의 공격앞으로 할자세였고, 74형님들은 직원중대 특유의 껄렁껄렁한 짝다리 자세(이때가 제일 무섭다. 이분들은..)
합의가 끝나고 행진이 재개됬다. 차선 1개내주는 선에서.... 하지만 고려고등학교 조금 못미쳐서 국민대 후문인가? 에서 다시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시 시위대와 뒤엉킨 상태에서 우리 중대원 한명이 우리를 향해서 발차기를 하려던 한총련 한넘을 하이바 쓴 상태로 박아버렸다.
하지만, 한총련들 욕만 할뿐 덤비지는 못했다. 기선을 우리가 완전히 잡은 상태였던 것이다.
몸싸움이 다시 끝나고 한총련넘들 조용히 학교로 들어갔다.
경찰버스로 복귀하는데 정말 몸이 무거웠다. 완전히 물먹은솜... 게다가 저녁사식은 전부 식었다. 보온 식관이 상태가 안좋아서 교체직전이었다....
"음~~ 밥이 전부 식어서 백설기가 되버렸군~~"
"아싸, 국은 만두냉국(?)이구만.."
"혹시 이 식단은 포로수용소에서 먹는 다는 그 식단.....?"
정말 그날 부대장격대로 출동나온 3개중대 포위당해서, 피탈당하고 중대 작살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국민대학교 쪽에서 경험많고 노련한(?) 선배들이 아닌 말그대로 신입생들이 대거 동원된듯했다. 덕분에 우리는 몸싸움으로 포위만 당하기 직전이었던 거시다.
이후 우리는 우리 중대장의 지휘능력과 상황판단능력에 상당히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기동대나 그비슷한거 지휘한 경험이 경찰되고 나서 강원도의 모 전경대 덜렁 하나란다. 기동단에서 있었던 중대장급 지휘관 회의때 서울청 소속 기동대에서 실전경험이 쟁쟁한 타 중대장들 앞에서 강원도에서 대접받던 유일한 전경대 중대장 출신이라고 어깨 힘주다가 무시당했단다...
이전 중대장님인 경찰대학교 출신 중대장님이 지위능력이나 대원들 챙기는 면이나 여러면에서 더 탁월했었다. 중대장님이 기동대임기가 끝나고 일선경찰서로 발령받으면서 새로 들어온 중대장은 정말.... 말하기 싫다...
그 당시로 보자면 우리중대가 3기동부대장격대에서 쫓겨나지 않은게 다행이다..
그날 저녁 우리 아들 갑자기 빨래를 여러번 해대길래
"아들, 왜이래?"
"이경! xxx!, (조용한 목소리로 주위를 둘러보며),이거 비밀임다. 절대 말하심 안됨다."
"나만 알고있을게, 남아일언 중천 달러다. 몬데? 빨리 이야기해, 나 성질 조까태..."
"아까 몸쌈 대형에서 힘주다가 좀 지렸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따라 유난히 속옷을 힘줘서 여러번 빠는 넘들이 몇넘 보였다...
"(속으로) 내일은 경찰버스 시트 올미싱이되겠군...." 앞으로 상황나가기전 애들 화장실 줘 패서 라도 꼭보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