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장파장 현대차 노사, 변화없다면 큰 위기 올 것”
[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 노사관계선진화운동본부 주최로 27일 서울 장충동에서 '이대로 가면 현대자동차는 망한다'는 주제의 긴급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대차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그 책임은 노사 양측에 있는만큼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데일리안 변윤재
“현대차가 현재의 침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노사 모두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연말 성과급 추가지급으로 촉발된 불법파업과 최고경영자의 사법처리 문제 등 잇따른 악재로 현대자동차가 가운데 현대차 노조의 전면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선진화국민회의 산하 노사관계선진화운동본부는 27일 서울 장충동 분도빌딩에서 ‘이대로 가면 현대자동차는 망한다’라는 주제의 긴급세미나를 열고 현대차의 고질병을 개선하고 선진노사문화 정착을 위한 전략을 제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대차의 만성병인 ‘불법파업’은 노사에 각각 책임이 있다며 이들의 자성과 혁신을 촉구했다.
◇ 박세일 선진화국민회의 공동상임위원장. ⓒ 데일리안 변윤재
박세일 선진화국민회의 공동상임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20세기에서 노사관계는 개별 기업의 문제였으나 21세게 노사관계는 국가발전전략의 하나로 국민경제와 국가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고 건전한 노사관계 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한 국가·지역의 발전전략이자 계기는 결국 얼마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가에 달려 있다”고 전제한 뒤 “세계무역의 1/3을 차지하는 다국적 기업의 규모와 거래량을 고려한다면 한국에 이들이 투자를 유도하는 방안이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활성화를 위한 핵심축 중 하나가 바로 노사관계”라며 “현대자동차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을 고려할 때 원칙에 입각한 노사법치주의, 근면한 직업관과 투명경영에 따른 노사윤리주의, 타협과 협상의 노사자치주의의 3가지 조건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노사관계선진화운동본부 박건우 공동대표(전 한국토요다자동차 회장)는 “자동차산업이 갖는 특수성과 현대자동차가 지닌 위상을 미루어 볼 때 현대자동차의 우려할만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폭력사태로 촉발된 성과급 추가지급과 불법파업이 어정쩡하게 봉합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 현대차 불매운동 켐페인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현대차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적시한 뒤 “현대차에 유독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동차 산업의 특수성과 현대차가 지닌 위상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선진국 몇 개 나라에서만 독점하는 ‘선진국산업’이자 통산적으로 gdp의 10%와 전체고용의 10%를 점하는 전후방 연관효과가 지대한 ‘전략산업’”이라면서 “한국이 반세기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제7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등장한 중심에 현대차가 있고, 현대자동차그룹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사실은 현대차 문제가 사기업을 넘어 국민경제의 문제가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자동차시장의 경쟁을 “죽고살기식의 제로섬 게임”으로 규정하며 “연초 시무식에서 벌어진 노조의 난장판 행태와 불법파업, 전주공장에서 발생한 노조의 야간근무제 반대와 2교대 근무 도입안 부결 등 불과 2달 사이 발생한 노조관련 사건은 현대차의 파멸적인 노사관계를 여실히 방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현대차의 문제점으로 △내수시장 위축과 해외시장 점유율 부진 △ 파멸적 노사관계 △불법 파업행위에 대한 사측의 동조 △협력업체와 소비자에 대한 불공정거래 등을 꼽으면서 “현재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자인 정몽구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까지 겹쳐 있는 만큼, 이런 비정상적 현상은 대단히 우려할만한 위기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대차는 양적 확대에 제동이 걸려 국내판매의 경우, 전반적 경기침체로 수년간 정체 내지는 감소 중이고 수출시장 역시 성장이 한계점에 이른 징조를 보이고 있다”며 “내수시장에서의 판매는 증가하는 수입차 시장점유율이 현대의 고급차 쉐어를 잠식하는 상황과 맞물려 2002년 119만대에서 2006년에는 29% 가량 감소한 85만대에 그쳤고, 미국에서도 2005년 앨라바마 공장 준공으로 현지생산업체에 동참했음에도 같은해 7월 3.2%에서 금년 1월에는 2.6%로 심각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박 대표는 북미시장 자동차공장 생산성을 보고한 ‘하버리포트 (harbour report)’를 인용, “차량 한 대를 생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현대차는 32시간으로 도요타사( 21.3시간)보다 50% 이상 많은 반면 노동강도는 33%나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 후 “그럼에도 노조는 파업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주공장 야간교대 근무도입안 부결을 들며 “부품업체와 회사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고 작업장 투입 대기 중인 동향의 많은 젊은이들의 생활과 인생을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행태는 오직 자기 혼자만의 잇속만 챙기면 된다는 집단 이기주의의 극치이자 특정집단에 소속된 개인적 탐욕만 추구하는 슬픈 모습”이라고 신랄히 비난했다.
◇ 발제자로 나선 박건우 노사관계선진화운동본부 공동대표. ⓒ 데일리안 변윤재
그러면서 박 대표는 경영진의 경영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래 20년 동안에 단 한해를 빼고 매년 파업을 한 진귀한 기록을 갖고 있음에도 현대차그룹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70%를 상회하고 있는 원인은 국민의 깊은 신뢰와 애정에 있다”면서 “정부의 전폭적 보호·육성과 국민의 신뢰로 커왔음에도 현대 자신의 실력으로만 쟁취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고 현대차 노사를 질타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매년 7~9%의 임금을 인상해 왔는데 회사의 현재와 예측가능한 미래에서의 지불능력에서 임금수준을 결정하는 통상적 관점에서 본다면 영업이익율 4~5%대의 현대차와 마이너스 상태인 기아차에 인상해줄 여력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며 “노조에 양보함으로써 발생한 원가 부담은 부품업체와 유통과정에서 짜내야 하기 때문에 대리점 딜러 조직이 죽어나고 소비자 서비스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는데도 달란다고 주는 경영자나 떼쓰는 노조나 피장파장”이라고 무원칙한 노사합의에 일침을 가했다.
박 대표는 현대차 정 회장 사법처리 문제와 관련, “현대차 물류를 담당하는 글로비스 운영에서의 불법적 내부거래, 기업이익의 부당한 편취, 불법 편의성 거래, 부당한 주식거래는 물론, 시장지배적 행위를 남용해 소비자와 협력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하고, 노조에 뒷돈을 건네는 위법·탈법행위는 합리적 경영태도와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현대차가 큰 위기를 피하려면 노조측이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불법행위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하며, 사용자측은 투명경영과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고 의사결정과정을 합리적으로 시스템화하는 한편, 능력위주의 조직 재편, ‘낙하산 인사’를 배제한 사외이사제도의 정상적 작동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김대모 중앙대 교수의 사회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심갑보 한국경총 부회장, 이광남 전 한국노총 수석상임부위원장, 서경
석 선진화국민회의 사무총장 등이 참석해 현대차 노사관계 재정립과 방향성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변윤재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월 26일자 'hyundai follow the wrong leader'(현대, 나쁜 선례를 따르는가) 기사에서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7만 5,000명이 일자리를 잃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중대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디트로이트처럼 해고 통지서가 전주공장에 날아들 날도 머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대차 전주공장과 디트로이트는 수천 마일이 떨어져 있지만 강성노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고 소개한 이 잡지는 "도요타식 신기술 개발과 경영 합리화를 추구하던 현대차가 잦은 노사분규, 고비용 저효율 문제에 시달리는 미국 gm과 닮은꼴이 되어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차는 공격적 해외시장 개척과 품질 향상으로 2000년 이후 10억 달러 이상 이익을 거둬들였지만 이 돈을 새로운 기술개발과 생산시스템 향상에 투자하기보다는 노조에 나눠 준 결과 어?遲?겪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현대차 근로자의 평균 연봉 6만 달러(5,500여만원)는 한국 생산직 노동자 중 최고 수준이며 이는 경쟁사인 미국 디트로이트 자동차 노동자의 임금에 조금 못 미친다"며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후 한 해만 빼놓고 연례 행사처럼 파업을 벌이고 있으며 경영상 주요 결정은 노조와 합의 없이는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노조의 권한은 막강하다. 현대차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부패 스캔들에 분노한 한국 국민이 현대차 구매 거부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고 이 잡지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대차의 이익 규모는 35% 하락했으며 일본 경쟁업체는 물론 미국 회사들과도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도요타에서는 차 한 대를 생산하는데 평균 22시간이 걸리고 포드에서는 26시간이 걸리는 반면 현대차에서는 30시간이 걸린다"며 강성노조의 문제점을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