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나는 타워 팰리스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실상을 비로소 현실감 있게 알게 됐다. 아이엠에프(IMF) 이후 빈부격차가 더 심화됐다는 기사를 보긴 했어도 별 변화 없는 일상 속에서 긴가민가 했는데 타워 팰리스가 확실한 물증으로 나선 것이다. 그 때문에 분명한 이해가 가능했다. 얼마 전 서울시정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스스로 중산층에 속한다고 생각한 6.4%의 응답자 가운데 자산이 3억원도 못되는 비율이 절반이나 됐다고 한다. 그들 역시 타워 팰리스를 보면서 주제파악의 확실한 계기를 가졌으리라 믿는다.
다음으로 나는 철골구조 타워형으로 66층이나 치솟아 올라 주변 아파트들을 눌러버릴 기세로 서 있는 타워 팰리스를 보면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남성적 가치가 얼마나 강고한가를 새삼 확인하게 됐다. 첫눈에 불끈 솟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그것은 생김새부터가 권위적이고 오만하며 끝모르는 지배욕의 구현처럼 보인다. 그 거대한 물신의 성전에는 극도의 효율성 추구, 강자 지향, 패권적 배타성 등 남성적 가치들이 지고의 선으로 봉안돼 있다. 그래서 나는 타워 팰리스가 '타워 페니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