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봉도 울린 중국의 소녀
한때 한국에서도 사회적 문제가 되었던 앵벌이에 대한 기사가 생각난다.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가 혹은 유괴하여 지하철 및 도시 한복판에 동냥을 하게 만드는 조직을 일컫는 앵벌이. 그러한 어둠의 조직으로 불렸던 앵벌이의 모습을 북경의 한복판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빈부의 격차가 큰 중국에서 부랑자나 거지를 보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오늘 본 소녀의 모습은 우리가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기에 그 안타까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3~4 살 정도로 추정되는 이 소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도로변에 앉아 하루 종일 분필로 글을 쓴다. 일주일에 2번 정도 이곳에 오며 예전에 북경 중심에서 보았던 소녀이기에 쉽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소녀가 쓰고 있는 글은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와 가족사, 그리고 현재 처한 상황이다.
작은 소녀가 쓰는 글씨라고는 믿기 어??정도로 곧고 힘있는 서체이기에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긴 문장을 작성하는 데는 대략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의 시간이 소요 된다.
발이 마비되어 움직임이 쉬운 편이 아니기에 힘들게 땅을 짚고 이동하는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소녀가 쓴 글을 살짝 번역하자면 아래와 같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장수를 빌며
아주머니 아저씨가 하시는 일이 모두 순조롭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빠 언니 아우 분들이 빨리 조국의 대들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두발이 불구 이며 등에도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괴롭다 괴롭다 괴롭다.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저의 고통스러운 일을 한자한자 적어보겠습니다.
출생 후 일년 반이 지나지 않아 천재와 인재로 병을 얻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도처에서 저를 검사시킨 신 결과 마비증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저희 집은 원래 농촌입니다. 저금한 돈을 모두
사용하고 친구와 친척들의 돈 또한 모두 사용하였습니다.
그때는 병원 시설이 좋지 않았으며 저의 병에도 호전이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일터에 나가셔서 일년이 넘게 일을 하셨지만 사장의 횡포에 의해
월급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화병에 정신병을 얻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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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략
물론 저 소녀가 쓰고 있는 글은 아마도 거짓말 일 것이다. 많은 중국의 부랑자 및 거지들은 사람들에게 최대한 동정심을 일으키기 위하여 많은 픽션을 첨가한다. 혹은 거지나 부랑자를 직업으로 자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중국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를 알기에 동정의 눈빛 보다는 의심과 차가운 눈빛으로 대하기 일쑤 이다. 하지만 소녀의 밝은 얼굴과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써 내려간 정갈한 글씨는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으며 이러한 의심을 모두 잊고 감탄과 동정의 손길을 뻗게 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이어지고 있다. 적에는 5 마오(한화 75원)부터 많게는 10위안 (한화1200원)까지 평소 남의 일이라면 불구경 하는 듯한 중국인이라 생각했던 내 생각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오며 가며 두 차례나 소녀에게 도움을 준 북경의 아가씨. 돈을 준 이후에도 그 자리에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글 작성을 마친 후에는 자신이 적어 내려간 글을 모두 다 지우고 다시 다른 부분에 처음부터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물론 사람들이 소녀에게 보인 정성과 물질적인 도움은 다른 이들의 배를 채울 것이며 또 다시 소녀를 차가운 도로로 내 보낼 것이다. 하지만 소녀가 세상이 자신을 버리지 않았음을 알고 꿋꿋이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