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영화에서 끌어온 글입니다.
진중권의 서울대 후배인 변희재씨의 글입니다.
김조광수, 진중권은 물론 100분토론 제작진들도 필히 봐야 할 글인것같네요.
진중권은 나올 필요 없는 패널
MBC 100분 토론을 보면서,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짜증이 나지 않았을까 한다. 우선 주제 자체가 과연 공중파 토론을 할 만한 것인지, 의심스럽고, 이미 기획이 되었다면, 최소한 인터넷 댓글보다는 반 발짝은 앞선 내용들이 논의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어찌보면 댓글보다 더 낮은 수준의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MBC측에서는 시청률을 고려해서 그런지, 패널부터 부적절한 인물을 섭외했다.
<디워>의 비판적인 입장에 선 중앙대 독문과 겸임교수 진중권은 나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었고, 청년필림의 김조광수 대표는 나와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디워>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영화계 내의 모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디워>의 관객들이 영화계에 갖고 있는 불만은 그간 형편없는 한국영화에 대해서 호평으로 일관해온 영화계가, 왜 <디워>에 대해서만큼은 그토록 싸늘하고 냉정한 태도를 보이냐는 것이다. 이 문제는 곧 영화계의 제도적 권력에 대한 논의를 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한국영화가 과연 미국 등 세계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지, 그에 대한 심층적 접근도 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
진중권은 과연 이에 대해서 책임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패널인가? 진중권은 영화계를 위한 대안을 제시해본 적이 없는 사람일 뿐 아니라, 대중문화 자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다. 그러다보니 진중권이 할 수 있었던 발언은 “디워는 형편없는 작품인데, 네티즌들과 심형래 감독이 애국주의로 선동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것밖에 없었다.
이러한 비판도 섬세하지 않았다. 아는 게 그것밖에 없는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의 서사구조를 기준으로 <디워>는 서사가 아예 없다라는 그의 발언은 대체 그가 미학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비극적 쾌와 대중예술의 쾌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디워>는 할리우드의 SF 괴수 영화와 비교해야
<디워>의 작품성을 분석하겠다면, <디워>와 유사한 할리우드 괴수영화를 놓고, 이와 비교하여, <디워>의 장단점을 찾는 작업부터 해야한다. <킹콩>, <던젼드래곤>, <옥토퍼스>, <아나콘다> 등 비교 대상은 널려있다. <킹콩> 같은 할리우드 영화 내에서도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니라, <아나콘다>, <옥토퍼스> 같은 B급 괴수영화와 비교한다면, <디워>가 그다지 떨어지는 측면은 없다. 그럼 최소한 <디워>가 할리우드 B급 SF 시장의 진출 가능성은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심형래 감독이 무엇을 보강해야하는지에 대해 논의를 해야할 것 아닌가?
진중권이 <킹콩>, <던젼드래곤>, <옥토퍼스>, <아나콘다> 등을 보지 않았다면, <디워>에 대해 생산적인 논의할 자격이 없는 셈이고, 그런 토론회에 불러주어도 나가면 안 되는 거다.
진중권은 심형래 감독을 황우석 교수와 비교했다. 즉 이른바 심빠들이 황빠들처럼 심형래 감독을 비판하는 평자들을 집중 공격하여, 말을 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고, 진중권은 이를 타파하기 위해 나왔다는 것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황우석 교수 파문 때, 네티즌 무서워서 황교수를 제대로 비판을 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리고 영화평론가나 지식인이라면 네티즌이 뭐라 그러든 자기 할 말을 해야 하는 게 정상이지, 그게 무서워서 입을 열지 못한다고 떠드는 게 정상인가?
진중권은 지금의 상황이 비정상적이라 하지만, 진중권이 평론가들을 지켜주기 위해 공중파 토론회까지 나오겠다는 발상을 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한국의 영화 평론가들이 그토록 나약한 존재라면, 일찌감치 평론 접어야 한다.
만약 진중권이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생각했다면, 차라리 <화려한 휴가>의 제작진을 공격하는 게 맞다. <화려한 휴가>야말로 광주의 역사를 상업적, 정치적으로 악용한 측면이 있는데, 영화계의 평자들은 아예 입을 열지 못한다. 정치권력과 영화권력에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진중권은 이러한 진짜 권력의 억압에 대해서는 늘 입을 다물고, 별다른 힘도 없는 네티즌들하고 싸우는데만 골몰한다. 그야말로 장사꾼적 발상이다.
김조광수 대표 방송 출연 자체가 심형래 왕따 입증
영화계 전반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은 청년필름의 김조광수 대표와 스포츠조선의 김천홍 기자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조광수 대표는 토론회에 나오면 안 되었다.
김조광수 대표에게 묻고 싶다. 본인의 직업이 무엇인가? 청년필림이라는 영화 제작사 대표이다. 심형래의 직업도 영구아트필림의 대표이다. 둘 다 영화를 제작하는 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제껏 영화계에서 한 영화가 논란이 되었다고 해서, 다른 영화사의 대표가 나와 이를 비판하고 분석했던 예가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김조광수 대표는 충무로 영화계가 심감독을 왕따시킨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심감독의 과장이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본인이 왕따를 당했다는 데, 어떻게 제 3자가 그럴 리 없다는 말을 공중파 토론회에서 자신있게 할 수 있을까?
오히려, 김조광수 대표가 공중파 토론회에 참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심감독은 영화계에서 완전히 왕따라는 게 입증된 거나 다름없다. 김조광수 대표가 만약 심형래를 동료 영화인으로 인정했다면, 절대 그 자리에 나오지 못했을 거다. 예를 들어 <화려한 휴가>에 대해 김조광수 대표가 불만이 있다 한들, 같은 제작자 입장에서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를 비판하거나, 토론하는 자리에 나갈 수 있는가? 김조광수 대표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디워>와 이를 예찬하는 네티즌이나, 심지어 심형래 감독조차도 영화계 전체를 보면 부분에 불과하다. 오히려, 심감독과 관객들의 열정을 한국영화계에서 어떻게 수용해 나가야 하는지, 포괄적이고 치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심감독이 CG기술을 이루어냈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심감독 이외에 CG기술을 활용하여 보다 나은 작품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지, 그런 차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디워>를 대하는 영화계의 이중성에 대한 내부 비판도 있어야 하고, 가급적 이를 영화계 내의 변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런 의지도 없고 이를 하기 위한 지식도 없는 사람을 패널이 나와서, 쓸모없는 이야기만 떠들게 한, 100분토론팀 제작진들은 반성을 하기 바란다. 안 그래도 공중파 토론회에서 깊이는 없고, 막말 발언만 끌어내어 시청률 올리려는 작태가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진중권 교수에게 충고를 하고 싶다. 진중권은 이제 그만 전문분야 하나를 택해서 매진했으면 좋겠다. 관련 전문지식도 없이 이슈만 떴다 하면 상투적인 논리로 온갖 매체에 다 나타나는 것은, 구시대적 지식인의 악습이다. 구시대의 막차를 탈 것인지, 새시대의 첫차를 탈 것인지, 진중권도 고민해야할 때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