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보고싶구나.

뉴비1492 작성일 07.10.17 02: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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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있는 25살 학생입니다.

벌써 여기 온지도 3달이 넘었군요...

동북 지방이라 날씨도 많이 추워서 거의 겨울날씨랍니다.

저는 네이트온을 자주 이용하는데

부모님께서 멀리 있는 아들 얼굴 보고 싶으다고 하셔서

화상대화 하는 방법을 알려드렸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자주 화상대화를 했었어요.

 

저희 아버지는 전라도 분이십니다.

친척들이나 아버지 친구분들과 함께있을때는 말씀을 많이 하시고유머도 있으신데

집에선 말씀이 거의 없으시고 무뚝뚝하십니다.

반면에 저희 어머니는 외가분들이 경상도쪽 이신데 무지 활발하시고

언제나 친구같으시죠...^^

그래서 어머니는 컴퓨터를 많이 활용하셔서

카페활동도 많이 하시고 카페회원분들이랑 만나셔서 봉사활동도 다니시는것 같더라구요.

산악회처럼 등산도 하시구요.

 

화상통화를 하면 항상 어머니와 하게되었습니다.

저녁 늦은시간에 말이죠. 자식 공부하는거 배려해서 10시즈음 들어오십니다.

그럼 저도 그즈음 해서 들어가죠. 서로 오늘 안부를 묻고 저녁인사를 합니다.

그동안 아버지는 얼굴 한번 비추고 가시거나, 가끔 한번씩 잘지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근데..어제...

 

네이트온 대화창에 글이 떳습니다. 어머니 아이디로요..

(참고로 아버지는 아이디가 없으세요..)

 " 아들 아부지 보고싶다 저녁은 먹었는가 "

 

엇..? 이게 무슨글이지??

알고보니 아버지께서 제게 말을 건것이었어요...

저희아버지 컴퓨터 하시는 모습이 상상이 안되더라구요..

한번도 본적이 없었거든요.

핸드폰 문자가 와도 안경을 들어 눈쌀을 찌푸리시며

"잘 안보인다..아들아 이거 뭐라고 온거냐? "

하시던 아버지신데...

타자도 쳐* 않으셨을텐데...손가락 하나로 자판을 이리저리 보시며 한글자 한글자

누르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면...조금 맘이 그런기분있죠?

신기하면서도..너무 감사해서 감동적이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얼른 타자에 약하신 아버지를 위해서

" 아빠 우리 화상채팅해요 "

하고 화상대화를 신청했죠...

 

그런데...

 

"어떻게 하는지 몰라, 엄마 부를께"

 

그러고 한참있더라고요..;;; 아....

 

그리고 나서 연결이 되었어요...^^

근데 오늘 말씀이 없던 아버지께서 무지 반갑게 얘길 하시는거예요.

군대있을때 면회오셨을때 이후로...정말 오랜만에요.

이런저런 얘길 나누었죠.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밥은 먹었는지, 건강은 괜찮은지....

갑자기 이런말을 하셨어요..

 

"아들아...요즘 아들이 너무 보고싶다.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사실..놀랐어요..)에이~ 아빠!! 아빠!! 보고있잖아요.."(애써...)

 

"보면 뭘해..만질수가 없잖니.."

 

"에이~ 아빠! 저 열심히 공부해서 금방 돌아갈께요! 조금만 기다려요!!"

(..아..아빠가...)

 

정말 순간 지나간 말이 제 머리를 한대 친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저희 아버지 고향이 전라도 순창이십니다. 정말 과묵하시고 심중에 있는 말씀 잘안하시는

그런 분이신데...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는게 의외였고 정말...제게 엄하고, 커보이기만 했던 아버지인데....

 

사실..그전에 예전..고1때쯤에도 이런경험이 한번있었죠.

아버지 어머니가 집에 안계실때 안방에서 아버지 일기장을 발견했었어요.

며칠전에 쓰신 일기였는데...

제가 감기에 심하게 걸렸던 날이더라구요..

근데..내용이..

아버지께서 제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더라구요..

그 일기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따듯해지고...눈시울이 붉어지던지...

 

그런거 같아요..아버지는요..

저도 남자이지만요...

 

전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우리 아버지도 다른 아버지들 처럼 주말엔 아들위해서 시간내서

놀러도 다니고, 같이 운동도하고, 여행도 다녔으면 좋겠다고.

서로의 관심사도 얘기하고, 같이 경기장도 가고, 여자친구 문제 있음 상의도하고,

 

그런데 우리아버지는 안그랬어요...

그래서 난 정말 아들낳으면 친구처럼 잘해줘야지..그런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제 그런 일이 있고난뒤...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당연히 해줘야하는것과 해주지 못하는것.

 

아들이기 때문에..아버지이기 때문에..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않고 취업전선으로 빠져들어야하는데.

공부, 취업, 졸업, 친구 문제들로 너무 가족들에게 무관심했던것 같아.

정말 죄송스런 맘 뿐입니다.

 

^^ 앞으로 더 자주 화상채팅 하려구요..

문자도 더 자주 보내드리려구요...

 

아버지가 찡그리시고 제 문자를 읽으시며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행복합니다...^^

 

보고싶어요 아버지, 어머니, 형!! ^^


 

-네이트온 톡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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