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영화같은 일 많이 겪어.
흡사 내가 트루먼쇼의 짐캐리가 된 기분이야.
지금도 누군가 나를 찍고 있을지 몰라.
각설하고, 그날도 어김없이 피시방에서 밤을 새고 있었어.
나 피파온라인2 해. 공 좀 놀려.
그런데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에 깜빡 졸았어.
진짜 깜빡 졸았어. 눈 뜨니 5시야.
내 3시간. 근데 핸드폰이 없어. 주머니에 넣어 놨는데.
난 생각했지. 아, 리니지에서 오크전사한테 뒤질 때 처럼 떨궜구나. 렙이 낮거든.
바닥에 없어. 구석구석 찾아봤어. 없어. 옆자리, 옆옆자리 다 없어.
알바님께 물어봤어. 혹시 핸드폰 떨어진 거 보셨나요? 아니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피시방을 나와서 공중전화로 전화해봤어.
어떤 여자가 받어.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소리샘으로 연결된대.
아, 떨어질 때 충격으로 전원이 꺼졌구나.
그리고 다음날. 난 시장 노점상에서 후래쉬를 하나 샀어. 1000원짜리야.
무시하지마. led램프거든. 밝어. 건전지 포함이야.
그리고 또 그 피시방을 갔지. 다행히 어제 앉았던 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내가 그자리에 앉았어.
근데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 내가 얘기했지. 나 a형이야. 낯좀가려. 소심해.
사람들 없어질 때까지 또 기다렸지. 그러다보니 새벽이야.
led램프 발광하고 컴퓨터 책상 구석구석 찾아봤어. 없어. 절대 없어.
근데 동전이랑 라이타는 많어. 이것도 돈벌이 좀 되겠더라구.
시간이 흘러 새벽 6시. 혹시나 하고 내 핸드폰에 전화해봤어.
컬러링이 들리네. 누가 전화 받네. 어떤 아저씨야.
여보세요. 네. 저 그 핸드폰 주인인데요. 네. 지금 어디세요. 자갈치요.
자갈치래. 자갈치는 부산이잖아. 난 전라도 마이홈타운으로 컴백했거든. 무시하고 얘기했어.
그 핸드폰 언제 돌려주실 거예요. 오늘 저녁쯤 되야겠어요.
아, 그러면 6시까지 피시방 카운터에 맡겨놓으세요. 내가 다시 찾아갈게요. 네.
이 때까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 내 핸드폰 주워주신 고마운 분이거든.
사례금 얘기도 안 꺼냈거든. 솔직히 쫄았었거든. 핸드폰이 8만원 짜린데 사례금 달라고하면 우찌봉???
근데 내 여자친구가 네이트온에 접속해. 새벽6신데.
내가 그날 낮에 네이트로 핸드폰 잃어버렸다고 문자 보냈거든.
근데 방금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와서. 어떤 사람이 자기가 핸드폰 주웠다고. 입금을 시키래. 횡설수설 하면서 말이지.
아니면 우리 대학교 앞으로 12시까지 나오래. 난 전라도에서 잃어버렸는데.
생각했지. 아, 이 놈이 나랑 여자친구 문자 내용만 보고선 부산에 있는 척 하며 여자친구한테 돈을 뜯으려 하는구나.
순간 열 받았지. 기사도 정신 투철하거든. 그래서 난 바로 분실 신고해서 발신정지 시키고 다시 전화했어.
요즘 인터넷 다 되더라. 사람도 죽이것어.
아저씨. 네. 왜 남의 핸드폰으로 함부로 전화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내 여자친구가 아저씨랑 통화한 내용 다 녹음해놨대요. 개구라지. 기지 발휘의 순간이야. 이래야 긴장하거든.
아, 네. 오늘 6시까지 카운터에 맡겨놓고 가세요. 네. 꼭이요. 네. 끊습니다. 네.
난 생각했어. 아, 주도권을 잡았구나. 이렇게 으름장을 놓았으니 핸드폰 바로 주겠구나.
저녁 6시. 피시방에 가서 알바님께 핸드폰 맡기러 온 사람 있냐고 물었더니 없대.
전화했지. 아저씨. 네. 6시까지 핸드폰 준다면서요. 아 좀 늦을거 같애요.
이 때 바로 연기 들어갔지. 나 연기 좀 되거든.
(폭발할 거 같은 심정을 억지로 누르며)후...그럼 언제까지 올 수 있는데요.
7시요. 7시까지 꼭 피시방에 갖다 놓으세요. 네.
다음에 이 번호로 전화했을 때 아저씨가 받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네.
7시 지났어. 안 갖고 왔어. 이젠 진짜 화나더라.
아저씨. 네. 7시까지 갖고 온다면서요. 네... 어디세요. 사우나요. 이런 님히...
아저씨. 네. 이제 나도 아저씨랑 상대하기 싫으니까 경찰이랑 얘기하시죠.
야부리 깠지. 지금까지의 통화로 미뤄보건데 그 아저씨는 상당히 어리숙하거든.
그 때 전화가 끊겨. 공중전화에 300원 넣어놨거든.
또 전화했어. 안받어. 계속 했어. 나 사실 성격 이상해.
우리 아부지가 예전에 나한테 그러더라.
난 성격이 모났대.
아부지가.
아들한테...
아무튼 계속 했지. 안받어. 8시가 넘었어. 진짜 안되겠구나 싶어서 지구대로 갔지.
경찰들도 핸드폰이 꺼진 상황에선 힘들대. 위치추적도 범위가 너무 넓고.
전화통화를 해서 돈을 줄테니 어디서 만나자 해놓고 잡는 방법밖에 없대.
난 생각했지.
아, 그러면 나는 방탄조끼 입고 도청기 가슴팍에 달고 범인과 대면하겠구나. 주위엔 경찰 50명 매복하고.
그러다가 범인이 나를 잡고 내 목에 칼을 겨눠. 눈치챘지. 범인도 상당히 머리 회전이 빠르거든.
경찰들 모두 나와서 총을 겨눠. 권총도 있고 기관총도 있고. 하늘에 경찰 헬기가 뜨면서 후래쉬 터트려주고.
경찰 헬기도 led램프인가. 아무튼, 방송국 헬기 총출동하고 시내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그렇게 범죄와의 전쟁 시작이지.
망상에서 깨니 진술서 다 쓰고 지구대 건물 밖이야.
그래. 이왕 이상한 스토리 겪는거 확실하게 겪어보자. 함정수사 한번 해보자. 하고 전화했지.
계속 꺼져있어. 근데 진술서에 피시방 상호명이랑 앉은 좌석번호를 알아야겠기에 그 피시방으로 갔어.
간 김에 내가 물었어. 알바님 혹시 여기 cctv 있나요? 네 있습니다.
하면서 자초지종을 다 설명해줬지. 여자친구 협박 했다는 거 까지.
그러니까 내가 핸드폰 잃어버릴 때 있었던 알바가 그래.
그 때 새벽에 이상한 아저씨가 한 분 와서 컴퓨터도 안 하고 10분 정도 어슬렁 거리기에 쫓아냈는데...그 사람 같아요.
제가 얼굴 다 기억합니다.
뿌연 안개가 걷히는 순간이야. 범인의 윤곽이 희미하게나마 보였던 거지.
아 그런데 그 날꺼 cctv는 지워졌네요...3일전이라...
아,네...혹시라도 그 사람 다시 오면 붙잡아 놓고 지구대에 연락해주세요.
그렇게 수사는 일득일실의 결과를 얻고 진행되고 있었어.
그러면서 계속 전화를 하면서 시간은 9시가 넘어섰어. 9시 30분 경 전화했지. 받았어. 넌 디졌다.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여자야. 소리샘 여자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여자.
여기 기차역 안내데스크인데요. ...기차역이요??? 네, 어떤 분이 핸드폰이 현금 인출기 앞에 있었다고 가져 오셨더라구요.
아, 그 놈 거짓말입니다. 그 놈 내 핸드폰 훔쳐간 도둑이에요. 혹시 거기 cctv같은 거 있나요???
그런데 가지고 오신 분은 딸과 함께 계신 아주머니셨는데...
네???
순간 망치가 내 머리를 강타했어. hot말고.
그 놈은 현금 인출기 앞에 핸드폰을 놔두고 사라진 거지. 그걸 그 모녀가 주워서 안내데스크에 가져온거고...
이제 그 놈을 잡을 방법은 없어졌어. 난 핸드폰을 찾았고 놈은 어둠속으로 사라졌으니까.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의 심정을 이해하겠어.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근데 이 쉽색히 내 핸드폰으로 114에 전화는 겁나 해댔대. 이번 달 핸드폰 요금 고지서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