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역시 브라질

kanghiro 작성일 08.02.27 05:5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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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보는 마스터베이션 마스터가 장가를 간다고 턱시도를 입고 내 앞에 섰다. 어찌나 진지하게 그것만은 말하지 마, 라는 듯한 눈빛의 애절함이던지 내가 다 불안해 녀석의 식장에 들 수가 없었다.

적당히 몇몇 주류를 에너지 삼아 사는 녀석들을 추려 식당으로 올라가니 낯익은 코와 눈을 가진 아르바이트생들이 어기적거리며 싸구려 음료를 나눠놓고 있었다.

" 야 대가리, 내 앞을 가리지 마!! "

 

친구 대가리에게 소리를 질렀지만 항상 극적으로 반응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응 그러지 뭐, 라며 의자를 북북 틀어 앉는 모습에 헛구역질.

 

"아 시발 대체 왜 이런 짓을 할 때는 죄다 여유있는 듯 굳어버리는 거야! "

 

내가 화가 나 소리쳤지만 나와 녀석들은 알고 있다.

녀석이 해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

그래 녀석의 결혼은 열린 판도라의 상자와도 같았다.

옆에 제법 머리가 엠티하고 엠티간 녀석인 y군이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야. 뒷풀이에 신부 친구들도 같이 가는 거냐? " 녀석은 언제나 진지하게 저런것을 묻는다. 줄기차게 흥적인 녀석.

아 모른다며 녀석의 설레발을 뒷켠으로 미루고 앉아 소주와 맥주를 섞어 빙그르 돌렸다. 녀석들은 환호를 지르며 '그래 이렇게 기쁨이 가득한 날 적당히는 마실 수 없어'라는 그런 기세로 술잔을 연거푸 흔들어 식도에 구겨넣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정신이 오락가락할 무렵 촌스럽게 차려 입은 갑돌이와 갑순이가 식당에 올라와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남 집값 오르면 뒷담화나 나눌 친지들에게 뭔 목례까지야, 하며 코를 휭~풀고 입가심 맥주를 간장에 저장하고 있는데, y녀석이 또 뭘 물을 모양으로 내 옆구리를 꾹꾹 찌르며 말했다.

 

" 야, 그런데 신부 좀 이상하지 않냐? 비틀거리는 거 같지 않아! "

 

엥? 하며 신부를 바라보니 살며시 흔들리는 게 좀 이상하기도 하였다.

 

" 그치그치~ "

 

녀석은 동의를 구하려는 듯, 계속해서 내 옆구리를 쪼기 시작했다.

 

" 그런 것도 같다. 피곤해서 그런가? "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다리에 문제가 있나? 아님 정말 피곤해서 그런 것인가?

y의 부푼 의문에 힘입어 우리는 계속해서 신부를 주시하게 되었다.

계속해서 바라보았더니 그녀의 움직임은 뭔가 규칙적이었다. 좌우 전후하여 리듬감 있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터져 오를 무렵 내 옆에

잠자코 폭탄주를 제조하던 t가 말했다.

 

" 헉! 저것은 까뽀에라다!! "

 

" 뭣이!!!!! "

 

우리는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녀는 결혼식 당일 친지들에게 인사를 하는 시국에, 남편의 손을 잡고 작게 나마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까뽀에라를 추고 있는 것이다!!

젠장맞을!!! 그녀, 내 친구의 아내!! 그래 제수씨는 까뽀에라를

남편보다 사랑하는 듯이 보였다.

우리들은 충격에 휩싸여 서로 어떤 말도 건내지 못 했다.

우린 다시 희망을 잃은 것이다.

숙연한 분위기 이윽고 다가온 그녀와의 조우.

우리의 사각을 지나 눈 안에 점차 맺히는, 이젠 부부가 된

손을 맞잡은 마스터와 또 다른 종류 마스터가 두려웠다.

y는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서로의 눈빛으로 그녀석의 공포를 묶었다. 녀석은 담밸 피우러 간다며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까뽀에라 제수씨에 레이다에 걸리고 말았다.

 

" 어딜 가세요. 저희 인사 받으셔야죠. 이렇게 와주셔서 고마운데요. "

그녀는 월드컵 시즌을 기다리는 브라질리언적으로 웃고 있었다.

등골이 서늘해진 우린 서로의 허벅지와 각자의 술잔을 지탱해 버티고 있었지만 일어서버린 y는 곧장 다리가 풀리며 탁자를 집고 넘어졌다.

 

우당탕탕탕~하고 차려놓은 음식들이 각자의 목표로 점프하고 탁자는 빙그르 돌아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버렸다.

 

이제 남은 건 나와 친구 여럿, 손마스터 j와 쓰러진 y

그리고 아직도 엉덩이를 흔들거리며 정수리를 노릴 듯 미소짓는

까뽀에라 형수와 정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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