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고등학생의 시간표는 이상한 보충수업 같은 것만 빼면 우리나라랑 하등 다를 것이 없다. 수업시간의 시작이 약간 빠른 편(8시)이고 과목수는 동아시아답게 아주 빡빡하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어 교육에 조금 쳬계적인 편. 일단 말 구조가 영어랑 비슷한 것도 있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나름대로 합리적인 영어교육을 행하는 것 같다. 나머지는 우리나라보다 그다지 낫다고 할 수 없다. 최근 들어 한국의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3. 일본 고등학교의 시간표
드디어 대망의 한국 고등학교 시간표이다. 필자, 한국 고등학교 시간표 짜다가 죽는 줄 알았다. (이 글 뒤에 공개하겠지만 고3시간표는 정말 장관. 손가락이 아플 정도)한국의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한 순간부터 땅 위의 지옥을 맛보게 된다. 당신이 한국의 고등학생으로 태어난 이상은 능력과 상관없이, 그리고 당신이 학교 공부에 뜻이 없다고 해도 전교 1등 수준으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불이익이 따르게 되니까.
본산지인 일본학생들조차도 한국 고등학생의 시간표를 보여주면 거의 혼절직전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자, 그렇다면 한국의 교육제도를 간략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이 있을까? 필자가 생각하건데 한국의 현재 교육은 편법, 목적전치로 간략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합리성은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저 부분은 정말 국가의 존망을 흔들만한 중대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거기다가 교육부는 학교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교육 제도만 시시때때로 바꾸고 있으니 아주 기가막히게 삼박자가 조화를 이루어 지랄 쇼를 다하고 있는게 한국의 교육 제도. 교육부는 학생들과 교사알기를 똥으로 알고, 교사들은 교육부, 학생 알기를 똥으로 알고, 학생들은 교사와 교육부 알기를 똥으로 알고.. 이 얼마나 이상적인가.
일단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해 논하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자.
우리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을 가는가?
학생들의 십중팔구는 대학을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 선생들조차도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심지어는 교육부까지 EBS쇼를 하면서 이 대열에 가세했다. 국가가 국민들 상대로 과외를 하다니 도대체 어떤 놈 머리에서 나온 발상인가. 그걸 또 인정하는 국민들이 더 웃긴다. 하기야 이런 국민들이니 자식들 미친듯이 학원보내고 과외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편법이란 바로 이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발상에서 나왔다. 야간 자율학습이라는 것도 학생들을 학교에 더 붙잡아 두면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하게 될 것이란 어처구니 없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교사들이 한국 학생들 알기를 얼마나 똥으로 아는지 전적으로 알 수 있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교육방식이 모 고등학교에서 한번 히트를 치자 전국의 고등학교로 번졌고 서울지역을 제외한 한국의 모든 고등학교는 정규 교육방식에서 벗어난 자기만의 교육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작년부터 도입된 주5일제는 물론 개무시되고 있다. 저 위의 시간표를 보라. 세상에 0교시가 있는 나라가 어딨으며, 야간학교가 아닌 이상 12교시까지 있는 나라가 어디있는가? 학생들의 인권은 이미 없다. 학생들은 학교의 룰에 따르지 않으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있을 뿐이다.
과목 편성도 오직 대학가기 위한 목적으로 편성해놓았다. 반드시 들어야 할 정규과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과목으로 대체시켜놓고는 개무시한다.
생각해야 하는 교육도 전부 암기화시켜버렸다. 모양새만 번지르르하지 실제로는 암기교육이다. 정말 대단한 과외선생들의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도 암기한다. 이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차라리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수업과정의 수준을 한단계 낮추는게 좋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따라가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고.
내가 들은 선생들의 발언 중에서 가장 어이가 없는 발언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남 애들 못따라간다는 것이었다. 이런 선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교사 때려치고 그냥 과외,학원 선생 하슈. 교육의 진정한 목적은 엿장사한테 팔아 먹었심?"
이렇게 나라 전체가 교육의 근본 목적을 잃고 허우적대는데 근본적인 메스를 대려고 하지 않음은 도대체 무슨 똥배짱인가. 이러고도 향후 20~30년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미 한국경제의 하락세가 코 앞으로 다가왔는데 언제까지 뻥만 칠 것인가. 한류는 허상이다. 이 나라가 한국의 교육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분야의 세계적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한번 보란 말이다. 몇 분야 잘된다고 상승세인 것처럼 뻥튀기하면 다인가? 정작 공부는 죽어라(강제로)하면서도 공부한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한국의 고등학생이 불쌍할 따름이다. 그야말로 국민 전체가 미쳤다고 볼 수 밖에.
-교사들의 망언 BEST 3
1. 대학만 잘가면 된다
2. 이게 다 너희들을 위한 거다
3. 군대가서도 인권 따질테냐
마지막으로 대망의 한국의 고3 시간표
(*주 - 최근의 토요일 수업은 수업대신 주자로 모두 대체되었다.)
-끝맺으며
사실 시간표만 포스팅에 붙일 계획이었지만 시간표만 붙이게 될 경우 한국 교육의 문제점이 그저 수업을 많이 시키는 것뿐이라는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쓸데없는 장문을 약간 보태게 되었다.
교육은 백년대계라 했다. 교육이 바로 그 나라의 향후 백년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그 시절에 공부에 매진하여야 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한국의 학생들이 공부를 조금이라도 덜해야 한다는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너무 비효율적이며, 강제적이고, 천편일률적이다. 게다가 교육 목적까지 전치되었다. 이 문제점은 교육제도만 고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각성하고 의식을 고치지 않으면 몇 백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을 것인데..
내가 이렇게 떠들어댄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임은 잘 알고 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많은 후배들이 내 글을 읽고 한국을 변화시켜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 현실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후배들 스스로가 잘 알지 않는가? 언제까지 이게 순리라고 믿으며 억지로 현실에 부합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