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수년전의 일이군요.
그날만 생각하면 아직도 입가엔 미소가...
고등학교 1학년때 영어수업시간이었어요.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죠. 영어선생님은 소아마비였습니다.
한쪽 다리를 저시는 분이셨죠.
그날은 수업을 하지 않고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당시 저를 비롯하여 담배를 피우는 애들이 여럿 있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가방에서 담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발견된 담배들은 압수를 하셨죠. 그러던중 한 친구의 가방에서
말보루 레드가 나왔던겁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선생님께서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하시면서 굉장히 격분 하시는겁니다.
매국노에서 부터 빨갱이 친일파등등 온갖 나쁜 단어들을 섞어가면서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죠, 아니 우리반
모든 학생들은 다같은 생각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몸은 불구시지만
성품하나는 강직하시고 곧은 분이시라고 말입니다. 그렇게 격분하여
말보르를 들킨 친구앞에서 일장연설을 하시더니, 격분이 가시지 않으셨는지
책상들 사이로 이리 저리 절룩절룩 걸어 다니시면서 애국에 대해서 국산품
애용에 대해서 열변을 토하셨습니다. 저는 평소에 장애인들은 모두 성품이
삐뚤어져 있다는 편견을 가지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습니다. 다시는 양담배 안피워야지 라고 마음을 먹을려는 순간 사건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책상에 걸려서 유난히 불룩하게튀어 나왔던 한 친구의 가방을 못보셨는지 그만
그 가방에 걸리셔서 넘어 지셨습니다. 넘어지면서 선생님의 상의 주머니에서
네모난 무언가가 떨어졌죠. 근데 그걸 본순간 저는 바보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주머니에서 떨어진건 바로 양담배였던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직도 고1때 영어선생님께 배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안고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