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오랜만이야.
내가 웃긴글터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때가 봄처녀 꽃치마 휘날리며 봄나물 뜯어먹던 때니까 벌써 시간이 꽤 흘렀구나.
그동안 소홀해서 미안. 앞으론 다시 열심히 활동하도록 노력해볼게.
자, 오늘의 이야기 들어가자.
이건 정말 내가 내 최측근 2명 빼고는 얘기 안했던 이야기인데...
우리 웃긴글터의 활성화를 위함과 동시에
익명성이 보장받는 인터넷상에서 임금님귀는당나귀귀를 한번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
벌써 십수년이 흘렀구나...
내가 코 흘리던 유치원때였어.
이제 유치원 졸업을 앞두고 사회인으로써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지.
유치원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으며 평화롭게 생활하던 때와 달리
입시경쟁에 내몰리게 될 나의 장래를 걱정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었어.
그러다가 낙향을 하게 되었지.
난 생각했어. 아, 팔학군에서 학교를 다니며 기계와 같은 생활을 하는 것 보단
이렇게 시골로 내려와 풀내음 맡으며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도 좋겠구나.
근데 문제는 여기서 터진거야.
졸업일자가 가까워지자 졸업사진을 찍어야 되는데 난 시골에 내려와있기 때문에 혼자 찍어야 했던거지.
그래서 엄마 손에 이끌려 한 사진관에 들어가게됐어.
그 사진관의 문이 내 인생을 무너트릴 지옥귀의 주둥아리라는 걸 모른채...
나는 졸업사진을 처음 찍어보는거라 긴장했어. 학사모까지 써야되고 말이야.
아하, 나도 이제 사진을 통해서 나의 커리어를 남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
사진사아저씨가 학사모를 씌워주다가 우리 엄마한테 걸어가서 이렇게 말했어.
...유치원생은 이 모자를 쓰는데...모자가 작은데요?
분명히 작은 소리로 말했겠지. 알아. 아저씨는 착하니까. 그래 아저씨 잘못이 아니야. 내 귀가 밝은거야.
자, 이쯤에서 스크롤을 위로 올려 내가 올려놓은 사진을 보자.
학사모 끝에 줄이 달려있잖아. 그게 유아용은 노란색이야. 성인용은 검은색이고...
사진사 아저씨는 머뭇거리며 나에게 검은줄이 달린 학사모를 씌워준거야.
어릴 때부터 영특했던 나는 깨달았지.
...빌어먹을. 어른모자다...
난 속으로 소리쳤어. 이건 꿈일거야. 현실이 아냐. 맞아. 내 머리가 바가지머리라서 학사모가 작은거야.
그래 난 절대 머리가 크지 않아. 요즘 졸업시즌이라서 아저씨가 학사모를 빨아서 줄어든거야.
...난 잊을 수 없어. 그 때 날 쳐다보던 아저씨와 우리 엄마의 눈빛을...
앞으로 내가 걸어갈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보였겠지. 머리가 커서 따돌림 당하며 괄시, 멸시, 등한시 당하는 내 인생이...
나의 앞길을 걱정하는 측은함이 가득 담긴 눈빛...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눈빛을 잊을 수 가 없어.
맞아. 내가 삐뚤어진건 아마 그때부터였을거야.
모든 걸 세상탓으로 돌리며 세상과 맞서자고 결심했지.
썩어빠진 세상 내가 다 뜯어고치겠다고 말야.
마지막으로 외치겠어.
전국의 모든 두상사이즈가 일반인들보다 다소, 약간, 아주 미세하게 오바된 이들이여. 봉기하라.
나를 따르라. 내가 세상의 등불이 되리니 모두 구원받을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