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골에 점쟁이 장님이 살았는데
그의 아내는 장님에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얼굴이 고왔다.
그래서 이웃 사내들이 눈독을 들였다.
그런데 여자 역시 얼굴 값을 해서 그러는지
이 남자 저 남자 샛서방을 끌어들여 재미를 봤다.
어느 날 장님이 앉아 있는데,
장님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는 난봉꾼이
장님의 아내를 만나려고 왔다가
장님이 있는 것을 보고 말했다.
"영감님, 오늘 점치러 안 나가셨군요."
"아, 강 서방인가?
어디 점칠 데가 날마다 있나."
"영감님, 실은 청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슨 청?"
"제가 좋아 지내는 여자가 있어 잠깐 놀고 싶은데,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영감님 댁으로 왔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게.
우리 내외가 잠시 자리를 비워 줄 테니
잠깐만 놀다 나오게."
점쟁이가 밖으로 나가자,
사내는 장님의 아내를 덥석 안고 들어가
운우의 정을 뜨겁게 나누었다.
난봉꾼은 장님이 하도 어리석게
속는 게 우스워서 한마디 했다.
"영감님! 우리 두 사람 앞날이 어떤가
점이나 한번 쳐 주시죠."
그러자 장님은 친절하게도 산통을 흔들달
돌연 놀라 소리로 말했다
"에구, 앞일이구 뒷일이구,
본서방이 먼 데 있지 않으니
웬만하면 빨리 나가게! 큰일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