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때부터 드래곤볼 광신자였던 나.
언젠가는 오공처럼 될 수 있으리라 진지하게 생각했기에 초등학교 학급문집에 쓰는 장래희망을「천하제일무도회
우승」이라고 썼다. 그래도 초등학생이라면 주위에도 드래곤볼 좋아하는 녀석들이 많으니까 웃으며 넘어가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오히려 더 탄력을 받은 나는 팔 다리에 납주머니같은 것을 차고 다니기도 했다.
중학교 자기소개에서도「나는 오공을 동경하고 있어. 함께 에네르기 파 연습이라도 하자구!」라고 말해서 웃음
거리가 되었지만 그럼에도「아, 나 인기를 끌고있군」이라고 착각했다. 단순한 바보취급 받을 뿐인데.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체육관 뒤에서 기합소리를 높이는 연습을 한다거나, 매일 에네르기 파를 쏘는 연습을
한다거나, 장난감으로 발매된 스카우터를 끼고 학교에 간다거나 하며
「전투력을 측정해주지!」또는 「에네르기 파!」라는 식으로 소리를 질러댔다.
그 결과 완전 또라이 취급을 받았음에도 우쭐댔다. 체육시간, 50m 달리기 할 때에는 팔 다리의 납주머니를
풀고는
「전력으로 달려주지!」
같은 말과 함께 무공술을 쓰는 느낌으로 팔을 벌리고 달렸다. 여름방학 때는「드래곤볼을 찾으면서 은둔수행을
하겠어!」라면서 뒷산으로 하룻밤 자고 오기도.
중 2쯤 되자 어느새 바보취급은 이지메화되어 괴롭힘을 당하며 폭력을 당하기도 했는데
「나는 강한 녀석을 만나면 오히려 흥분된다구」라거나「사이어인은 데미지를 받을수록 강해진다!」라고
말한 적도 있다.
부모님이 볶아준 콩을 도시락에 싸가지고 다니면서「이건 선두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기를 4개월, 콩이
썩어서 끈적하게 늘어질 정도였음에도「선두는 귀한 거니까」라면서 계속 가지고 다녔다.
어느 날 같은 반의 여자애가 괴롭힘을 당해서 우는 모습을 보고는
「어떻게 된거야? 다친거야? 그럼 선두를 먹어!」
라면서 건네주자, 그 애가 썩은 콩을 먹고 식중독에 걸려 학교에서 문제가 되었고. 그 이후로 나의 오공행각은
전면금지 되었다.
지금 생각해도 죽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