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악기점 한 켠에 낡은 바이올린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중학생 정도 되는 남학생이 와서
그 바이올린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바이올린은 볼품없는 싸구려였지만 소리가 무척 좋았다.
"이 바이올린은 얼마입니까?"
학생이 주인에게 물어 보았다.
주인이 가격을 말했다.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학생은 "... 많이 부족하네." 하더니 고개를 숙이고 실망한 모습이 되었다.
이내 학생은 고개를 들어 주인을 보고 웃음 지으면서,
"돈을 가지고 꼭 다시 오겠습니다." 라고 말하고는 돌아갔다.
며칠 후.
주인은 학생이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학생은 자기 체구에는 너무 커 보이는 자전거에 신문을 산더미처럼
가득 쌓고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학생은 이른 새벽부터 열심히 뛰어다녔고,
주인은 그런 학생의 모습을 말 없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흐른 후, 여느 때처럼 주인이 가게를 보고 있을 때
한 부유해 보이는 신사가 가게를 찾아 왔다.
신사는 이런저런 물건을 보다가, 그 바이올린을 발견했다.
신사가 물었다. "이것은, 얼마요 주인장?"
하지만 주인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것은 파는 물건이 아닙니다."
신사는 고급 바이올린의 가격에 해당할 만한
많은 돈을 꺼내어 주인 앞에 내 놓았다.
"어떻소. 무슨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겠소만, 나에게 넘기면 안되겠소?"
그러자, 주인은 돈을 가만히 바라 보다가 다시 말했다.
"그래도 안되겠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그러자, 결국 신사도 돌아갔다.
몇 달이 지난 어느날 아침.
상기된 표정의 학생이 가게 문을 열고 뛰어들어 왔다.
"그 바이올린 아직 있습니까?"
학생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가게 이곳 저곳을 두리번 거렸다.
학생의 눈에 바이올린이 들어왔다. 학생은 얼굴이 환해 졌다.
"이 바이올린 말이냐?"
주인은 바이올린을 집어 들고 학생 앞으로 가져 왔다.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러더니 주인은 갑자기 바이올린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그것을
발로 잘근잘근 밟아 버렸다.
바이올린은 산산조각이 났다.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학생을 보면서 주인은 소리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나의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