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주노리님의 블로그
올해 초딩 6학년이 되는 내 딸 진선이가 "이제는 내가 직접 나서야겠다"라며
내게 '부적'이라면서 웬 종이를 건넸다.
건네받은 (이른바) '부적'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술의 유혹에 빠지지 말아라.'(앞면)
'Don't drink to much.'(뒷면. to는 too의 탈자)
제목을 읽는 순간, 난 뭔가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글 안에 있음을 바로 알아챘다.
이 부적에는 일종의 주술이 들어있었다.
진선이는 부적에다 먼저 "아빠 앞에 술이 있어. 보면 마시고 싶겠지?"라고 실전 상황을 제시한 뒤
"평소 같으면 주는 대로 마시고,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실거야.
하지만 이제 내가 아빠를 변화시킬거야"라고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계속해서 진선이는 "내 말은 아예 마시지 말라는 게 아니"라면서 일단 나를 안심시킨 뒤
"마시는 양을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이라고 현실책을 제시했다.
이어 진선이는 "첫 잔은 마셔도 돼. 그치만 유혹은 여기부터야.
맛을 한번 보니, 그치기 싫을 정도로 계속 마시고 싶을거야"라며 마치 지가 마셔봤다는 듯 이야기를 전개한 뒤
"그럼에도 알코올과 술의 노예가 되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진선이는 몇가지 사례(내가 술먹고 집을 못 찾아간...)를 제시하고 나서는 마지막으로
"이 일은 내가 시키는 것 같지만 원래 아빠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술을 끊어야 해!"라고 느낌표를 찍어가며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마쳤다.
난 당분간 이 부적을 지니고 다녀야 한다.
과연 내가 이 부적의 효험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