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SLR 카메라 촬영을 취미로 하는 사람입니다. 전철에서 있었던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하려고 이렇게 기사를 씁니다.
얼마전 동인천행 급행 전철을 타고 졸고 있던 저는 소란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떠 앞을 보니 건너편에 앉아있는 취한 여자승객이 긴 머리를 느려뜨린 채 바닥에 토해놨더군요. 머리카락이며 바지며 토사물이 안 묻은 곳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냄새도 심했습니다. 참 황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 오십을 넘긴 저를 비롯해 그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 중고생으로 보이는 한 학생이 "괜찮으세요" 하며 휴지로 토사물을 주워 담았습니다. 손에 토사물을 아예 묻혀가며 아주 당당하게 왼손으로 다 주워담았습니다. 그러고는 "이것 쓰세요" 하며 남은 휴지를 의자에 놓아두었습니다. 사진에 있는, 휴지를 손에 든 학생입니다.
그 학생은 한참을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꼭 다문 모습으로 서 있다가 송내역에서 친구들로 보이는 학생들과 내렸습니다.
'튀어나가 어느 학교 누구냐고 물어볼까?' 싶었으나 미약한 저는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옆에 있던 제 아내는 우리 아들도 저럴 수 있을까 하며 감동으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정말 지금 이 각박한 세상에 저런 학생을 볼 수 있었다는 건 정녕 행운이었습니다.
[글도 사진과 함께 펌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