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기사의 사년후 어느 날. [대륙정벌님 글]
정경사로 이동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좀 더 많은 짱공유분들이 보셨으면 해서 웃게에 올립니다. -가자서-
"형 여기에요"
강상과는 4년만의 만남이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장군감은 되었을 만한 녀석이 겨우 대리기사라니 녀석의 덩치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헤..형 여기 두부.. 그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강상이 건내주는 생두부를 한입 베어 물었지만 푸석한 맛에 더 이상 먹을 기분은 나지 않았다.
"자식 고맙네.. 그래도 출감 한다고 마중도 나와주고"
다시 사년전 생각이 났다.
논현동에서 분당을 가는 콜이었다.
젊은 녀석은 천호동을 경유 해서 분당이 아닌 죽전까지 나를 끌고 들어갔다.
당연히 경유비와 목적지 변경에 대한 요금을 녀석에게 청구 했지만 녀석의 반응은 비웃음 뿐 이었다.
'거지 같은 대리새끼들'이라고 말 하는 순간에 나는 그만 이성을 잃고 말았다.
녀석을 죽도록 밟아 버렸고 결국 녀석은 나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 했다고 빌며 경유비와 추가요금을 지불했다.
그 돈을 받은 것이 화근 이었다.
녀석은 나를 경찰에 신고 했지만 나는 폭행사건으로 일이 마무리 될 것 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검사는 나를 특수강도죄를 적용하여 기소 한 것이다.
하필이면 소명교회 장로 아들이라니... 잘못 걸려도 보통 잘못 걸린게 아니었다.
"혹시 현웅이하고 다른 사람들은 같이 안 왔어?"
사년전 내가 처음 구속 되었을 때 전대협,대투협.저가콜퇴치운동.기독교모임.각지역모임들이
나서서 나의 구명 운동을 했던 기억이 났다.
모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강도죄에 대한 유죄를 선고 받고 말았다.
"현웅이형 지금 서울에 없어요..현웅이형 대리운전 그만두고 지금 대운하 파는 노가다로 갔어요.
아무래도 대리 보다 대운하 파는게 벌이가 훨씬 낳은데...
근데 중국사람들 때문에 한국 사람은 거기서 일 하기가 힘들거든요..
현웅이형은 그래도 운이 좋은 편이에요.."
강상이 약간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했다.
"형 일단 차에 타고 가면서 이야기 하죠.."
강상의 낡고 덜덜 거리는 카니발 승용차에 올라탔다.
몇년만의 시가풍경이지만 낙엽이 지는 거리는 왠지 스산하게만 느껴졌다.
"기독교 모임 회장 하던 손한선 목사는 연락 하니? "
갑자기 사년전의 대리운전 기독교모임이 생각이 났다.
"형 손목사님 무슨 시국선언에 잠깐 참석 했다가 교단에서 이단판정 받구 지금 교회 문 닫고
머리깍고 산에 들어 가셨어요."
강상은 우울한 표정으로 나에게 손목사의 안부를 전했다.
"길타 그 녀석은 나 잡혀 갔을 때도 면회도 안오더니...요즘 그 녀석은 모 하고 지내냐?"
강상이 이번에는 울것 같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 형.. 고기 좋아 했잔아요. 소고기 싸졌다고 무지 좋아 하시더니..얼마전 광우병 걸렸어요..
그래서 지금 집에서 가족들 보살핌 받으며 있어요."
의아한 생각에 강상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광우병에 걸렸는데 병원에 입원 안하고 집에 있다고? "
"형..의료보험 민영화 되서 입원 하기 힘들어요.."
강상의 월세방까지 나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곰팡이 냄새가 베어나는 강상의 지하 단칸방이다.
강상의 방에 컴퓨터를 보니 수감되기 전에 접속 하던 밤이슬을 맞으며 카페(대리운전자 카페)가 생각났다.
"강상..밤이슬 한번 접속해 보자..."
강상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말 했다.
"형...인터넷 종량제가 되어서 인터넷비가 너무 비싸서 인터넷 끊어 버렸는데..
밤이슬도 종량제 때문에 이젠 글 거의 안올라와서 가봐도 볼 것도 없어요.."
강상과 라면을 끓여 먹고 나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 했다.
"저 이제 일 하러 갈 시간 이에요.."
사년전 강상 답지않게 기지바지에 와이셔츠 넥타이를 맨 강상은 형광색으로 대리운전 이라는 글귀가 커다랗게 찍혀 있는 조끼를 입기 시작 했다. 대리운전 이라는 글자 밑에는 강상의 이름과 대리운전 회사 이름이 써져 있었다.
"왜 그런 조끼를 입지? "
나는 의아해서 강상에게 왜 그런 우스꽝 스러운 옷을 입는지 물어 보았다.
"형 대리운전법이 삼년전에 국회 통과 했거든요..
모든 대리기사는 이런 조끼를 입어야 하는게 법률로 생겨 났어요..
형 아무튼 저 일하고 올테니까 집에서 티비라도 보면서 일단 오늘은 편하게 쉬세요.."
강상이 나가고 나는 멍하니 티비를 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왜 정전이 되었는지 궁금해서 나는 강상에게 전화를 했다..
"아 미안해요..형.. 전기세가 밀려서 아마 끊긴걸꺼에요..이번주까지는 어떻게 할 수 있을거 같은데.."
강상이 다시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는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그럼 양초라도 없니? 촛불이라도 켜 놓고 너 기다리면서 책이라도 봐야 겠다."
왠지 잠도 오지 않을것 같은 밤이었다.
"형..촛불 시위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초 판매가 금지 되었는데...."
정말로 정말로 칠흙같은 어두운 밤을 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