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특이한 일은 모두다 제 곁을 슉 지나가 버리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이십대 처자입니다.
취직한지가 얼마 안되서 완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회사에 적응도 쉽지가 않더군요. 아무튼 이래저래 피곤한 일이 많아 친구들을 오랫동안 못 만났죠.
정말 친한 친구가 지지난주에 생일이었는데 그것마저 지나쳐버리고 마음이 너무 안좋았어요.
우리 셋은 꼭 생일은 같이 보내면서 축하해 주는 사이였거든요.
근데 친구 한명이 영화 공짜표가 생겼다고 핑계 삼아 오늘은 꼭 보자고 하더군요.
영화 한편 쯤이야 적당히 편하게 머리도 식힐 겸 다녀와도 많이 피곤하진 않겠다 싶었어요.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수다 좀 폭파시켜줘야
이 쉽지 않은 회사 생활을 그나마 이어나갈수 있을 것만 같아서 오예 하고 나갔습니다.
오늘의 영화는 마더! 원빈이 나온다길래 너무너무 보고싶었던 영화여서 더 기분이 좋았답니다. ^^^^^^
사실 기사를 많이 읽어서 내용을 조금 알고 있긴 했어요.
원래 영화볼땐 스릴감이 떨어지는걸 막기 위해서 사전 정보 하나도 없이 가자는게 개인적인 원칙이지만
뭐 어쩔수 있나요 그래도 공짜영화인데 ㅎㅎㅎ
근데 오늘따라 영화관에 매너남녀들이 너무너무 많더군요.
자리에 앉자마자 뒤에 앉은 여자가 자꾸 의자를 툭툭 치질 않나 옆에 앉은 커플은...
지나친 애정 공세에 속닥속닥 뭔 말이 그리 많은지 너무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래도 영화에 슬슬 몰입해가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중반부로 치닫고 있을 때쯤이었습니다.
원빈 엄마 김혜자를 따라 함께 범인을 추리해나갔죠. 사실 집중력이 흐려진건 사실이었습니다.
세븐데이즈랑 너무 비슷한 설정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영화의 작품성에 대한 의심이 슬금슬금 들더라구요.
그렇게 살짝 집중력을 잃고 방황하던 찰나에.
옆에서 나지막이 들려오는 짜증나는 소리.
저거 범인이 ㅇㅇ 이래.....................................
아오 저 자식을 진짜 죽일까 살릴까.
알고 보니 그 남자 제 옆에 앉은 것도 아니더군요.
원래는 이런 자리 형태였겠죠?
그럼 그 망할놈이 저의 즐거운 영화 관람을 망치는 일도 없었을테구요 ^^^^^^^^^^^^^^^^
근데 소심하게 곁눈질로 옆을 슥 봤더니
팔걸이에 보이는 손은 빨간 메니큐어가 칠해진 여자 손이더라구요!
놀래서 봤더니 여자가 내 옆자리고 그 여자한테 남자가 완전 누워있다시피 -_-
아래 그럼처럼 있었어요 -_-
완전 그 여자보다 내가 더 그 남자 말 듣기가 가까운 곳에 있더라구요.
짜증 급 상승했죠.
완전 막 야리고 옆에 있는 친구한테 쑥떡쑥떡 짜증내고 했더니 눈치를 챗는지 좀 조용하더라구요.
애정표현도 훨 유해지구요-_-
그래서 일렬로 앉아있는 우리는 모두 또 다시 영화에 급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영화는 후반부로.
범인이 이제 곧 나타나느냐 마느냐 하는 긴장이 치솟는 상황.
그런데 그 때….
이상한 소리가 영화관을 울려 퍼졌습니다.
뭐야 누구야 하고 영화를 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낯설면서도 익숙한 그 멜로디는.......................제 벨소리였습니다............................
옆에 있던 못난이 커플이고 앞에 있는 사람들이고 뒤돌아 보고 난리도 아니였죠 ㅠ
원래 절대 진동을 벨로 울리게 해둔 적이 없어서 절대 제꺼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ㅠㅠㅠ
사람들이 쑤근쑤근 완전 그 어둠속에서도 찌릿찌릿 고양이 눈빛이 막 보이더라구요.
항상 진동모드로 핸드폰을 들고다니니까 당연히 제 벨소리가 뭔지도 몰랐구요
그러니 그게 낯설수 밖에 ㅠ
게다가 그 벨소리가 좀 야시꼴랑했거든요.
혹시 펩시 넥스에서 나눠주는 이민호 벨소리 들어보신분 있나요?
처음 부분에 콜라 김빠지는소리? 콜라 먹고 감탄사 햐아아아아- 하는소리?
그게 웃기다고 몇일전에 친구가 막 들려주고 그랬었거든요ㅠ
사람들이 들었는지 못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오 혼자 너무 민망하고 얼굴이 화끈화끈 거리더라구요.
그 이후론 범인 밝혀지고 사건 수습되는 동안 영화에 집중 하나도 못했습니다 ㅠㅠㅠㅠㅠ
영화 끝나고 불켜졌는데도 계속 민망하더군요
사람들이 막 뭐야 아까 그여자 하고 절 야리는것같구요..
친구들이 막 저질이라고 놀리고 아 너무너무 민망한 하루 였습니다ㅠ
진짜 이런 스포에 테러까지 제 인생에는 결코 일어날 일이 없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습니다.
(정말 운도 불운도 다 피해가는 평범녀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봤을법한 일이지만 저한텐 이십육년 완벽주의자 인생에 처음 생긴 일이라
하소연한번 해봐요. 역시 전 쉬는 날엔 그냥 집에서 잠이나 자야할 팔자였나봐요 ㅠ
여러분, 영화보기 전에 꼭 에티켓모드 확인합시다 ! ㅠㅜㅠㅜㅜ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