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세계 미들급을 10여년간 지배했던 천재 복서 ‘사형집행인’ 버나드 홉킨스가 경기 전 LA타임즈와 인터뷰 했다는 내용입니다. 그의 어두웠던 시절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홉킨스는 지난 6월 안토니오 타버와의 경기에서 승리한 것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버나드 합킨스에게는 항상 맞서 싸워야할 악마들이 있었다. 그의 나이 마흔살. 그는 이제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했던 숱한 악마들을 모조리 물리치고 살아남아 미들급 통합 챔피언으로 우뚝 서 있다. 필라델피아의 험악한 거리와 펜실배니아의 그레이터포드 주교도소를 지나왔고, 링 위에서 벌인 숱한 강자들과의 사투에서도 이겼다.
합킨스는 복싱 다음으로 잘하는 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범죄에 얼룩진 과거에서부터 자신이 사랑하는 것까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데 합킨스는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복싱을 7세 때 체육관에서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경우 복싱을 통해 교화되는 것이 순서다. 당신은 거꾸로였다. 복싱을 배우고도 길거리로 돌아가 범죄자가 되고 교도소에서 복역도 했다. 어째서 그렇게 됐나?
▶내가 살던 동네에 들어서면 ‘늙은 고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달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자들은 코케인을 팔거나 여자를 매춘굴로 끌고 가는 나쁜 놈들이다. 하지만 우리 동네서는 이자들을 부모보다 더 가까이 지내게 되어 있다. 난 항상 싸움을 잘 했는데 13, 14, 15살 때는 나보다 서너 살 많은 애들을 패주고 다녔다. “어이 돈 좀 있는 것 같은데...”라고 불러 세운 뒤 뺏으려 들면 싸움이 붙었고, 난 항상 이겼다. 이런 식으로 보석 따위나 돈을 빼앗았다.
나 보다 나이 많은 건달들도 내 힘이 필요해 찾아왔다. 난 그 동네서 영웅이었다. 사람들은 내가 오면 슬금슬금 피했다. 그 동네서는 양이나 늑대 둘 중 하나가 돼야 했다. 둘 다 될 수는 없었다.
-강도로 교도소에 복역했는데 강도이외의 범죄에 연루되지는 않았나?
▶사람들을 두들겨 패줬을 뿐이다. 총질 같은 것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두 번 칼에 찔렸는데 한번은 심장 가까이 칼이 들어왔고, 다른 한번은 뒤에서 등을 찔렸다. 그외에도 숱하게 칼을 맞았는데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좀 ‘긁혔을’ 뿐이다.
-교도소는 당신 삶의 전환점이 됐나?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교도소 안에는 TV, ESPN이나 HBO도 볼 수 있었고 일자리도 있었고 일주에 한번 방문객도 받을 수 있었다. 체육관도 이용했다. 첫 일년이 지나자 교도소 내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살인범, 사형수등 가장 흉악하고 센 자들에게서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데 난 문제가 없었다. 싸움을 아주 잘했으니까. 다른 죄수들을 구해주기도 했고 교도소내 복싱 팀에서 4년 내내 챔피언으로 지냈다. 나하고 싸우려는 자가 없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주위를 둘러보게 됐다. 죄수들은 체육관이나 농구장에서 벅적댔지만 도서관은 비어있었다. 종신형을 받은 죄수를 보면 집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난 참을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간절히. 정말 간절히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교도소는 내 이름을 빼앗아가고 대신 번호를 줬다. Y4145. 그것이 내 이름이었다. 18년 전이지만 난 그 번호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교도소 생활에 염증이 났고 벗어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내가 왜 링위에서 패하지 않는가를 묻고 싶어한다. 난 그렇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난 훈련이 잘 돼있다. 술을 안마시고 담배도 안핀다. 먹는 것도 나쁜 것은 안 먹는다. 컨디션이 항상 최상으로 조절돼 있다. 그 모든 것이 교도소에서 배운 것들이다. 난 교도소를 벗어나기 위해 극도로 조절된 삶을 살기로 선택했다.
죄수들은 술도 담배도 여자도 만들어 즐겼는데 난 그런 길과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17세부터 22세까지. 그 때를 되돌아보면 어떤 투쟁도 그보다는 치열할 수가 없다. 링위에서의 어떤 강펀치도, 링밖 프러모터나 언론과의 어떤 역경도 얼마든지 받아낼 수 있다.
-석방된 뒤 다시 나쁜 길로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나?
▶ 생존하기 위해 합법적인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것이지만, 교도소에는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처음에는 접시를 닦았고 루핑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호구지책으로 복싱이 가장 어울린다는 것은 알았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난 나쁜 도둑놈이었으니까. 되돌아보면 난 참 많은 것을 일구었다. 학교의 요청으로 학교에 가서 애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곤 하는데 애들이 쥐죽은듯이 귀를 기울이는데 그럴 때 참 행복하다.
-좋아하는 다른 운동선수 있나?
▶여우굴에 갇힌다면 농구선수 앨런 아이버슨이나 이글스 풋볼 선수인 터렐 오웬스하고 같이 있고 싶다.
-1988년 데뷔전 때 클린턴 미첼에 패한 것 말고는 1993년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유일하게 패했다. 로이 전이 가장 어려웠던 경기였나?
▶로이는 내가 복싱을 배워나가는 과정에 마주친 한명이었을 뿐이다. 그 때 경기는 나나 로이에게나 터프한 경기가 아니었다. 로이가 단지 이겼을 뿐이다.
-많은 복서들이 커리어 막판에 갑자기 늙는데 당신은 어떤가?
▶ 난 잘 모르겠다. 내가 25살 때하고는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남들이 나보고 자꾸 나이 먹었다고 환기시키는데 내가 그것을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바로 그 때부터 늙기 시작할 것이다.
여기 40살 나이 먹은 남자가 있는데 12년동안이나 무패이고 타이틀을 20번이나 방어를 했다. 버나드 합킨스는 아주 오래 만에 한번 나올 수 있는 대단한 남자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물론 오는 토요일 경기서 이기면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하겠지. “버나드, 당신은 젊은 마흔 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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