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같은 인생.

행동반경1m 작성일 09.07.11 18: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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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지식채널 e

 

 

노순래 님의 < 쇠고기 한 근 >

 

초등학교 6학년 때

부잣집 친구가 도시락 반찬으로 매일 싸오던 쇠고기 볶음

그 것이 너무도 먹고 싶어

이번 생일날엔 그 부드럽고 품위 있는 살코기와 함께

나도 호강 한번 하리라 하며

일주일 전부터 어머니를 졸랐습니다

 

생일날 아침

미역국과 비계투성이 돼지고기가 오른 밥상을 밀쳐버렸습니다

아들 생일인데 이게 뭐냐고 꼬라지를 부리며 집을 나왔습니다

방바닥에 엎어진 미역국 국물을 훔치며 내일 모레 꼭 해줄 테니

아침밥은 먹고 나가라는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을 발로 밟고

서러워진 어린 몸뚱이를 자전거에 실었습니다

엄하신 아버지가 그 날은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혼자 씩씩대며 차들 씽씽 달리는 한강다리를 건넜습니다

내가 사고라도 나야 나 귀한 줄 알지 하며

집에서 아주 멀리 마음은 더욱 더 멀리 달아났습니다

분을 삭이지 못해 코 훌쩍거리며 가 닿은 곳은 김포공항이었습니다

거기서도 한참을 어머니에게 반항을 했습니다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처럼 말입니다

 


저녁이 다돼서

자전거도 지치고 나도 지쳐 집에 왔더니 한바탕 난리가 났었나 봅니다

누나들이 퉁퉁 부운 눈으로 나를 껴안았습니다

우쭐해졌습니다

나를 나무라실 줄 알았던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새 쌀푸대를 뜯어 쌀 한 바가지를 가겟집에 가져다 주셨습니다

어제 빌려줘서 고맙다고 하며 밀린 외상값도 함께 갚는 눈치였습니다

아버지 월급이 오늘에야 나왔다고

미안하다고

 


멀리서 아버지가 손에 무얼 들고 올라오고 계셨습니다

신문지로 꽁꽁 싼 쇠고기 한 근 이었습니다

신문지 속에 아버지 살점이 다 들어가 있는 듯

아버지가 무척 작아 보였습니다

그 때 쇠고기 한 근이 얼마나 무거웠었는지

왜 그때의 어머니 아버지들은 작고 가벼웠었는지

서른 여덟의 생일에야 비로소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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